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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美 쇠고기 협상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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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美 쇠고기 협상 뒤집었다

국민당, 국민 여론에 '무릎'…대만 정부 "미국과의 마찰 책임진다"

대만 입법원(의회)은 5일 여야 합의로 미국 소의 6개 위험 부위의 수입을 금지하는 식품위생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미국 소의 내장, 분쇄육, 뇌, 눈, 머리뼈, 척수 등 6개 부위는 대만으로 수출되지 못하게 됐다.

대만 집권당인 국민당과 제1야당인 민진당은 정부가 지난해 10월 미 쇠고기 수입 재개를 허용한 이후 위험 부위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계속되자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식품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식품법 11조는 최근 10년간 광우병 또는 인간광우병인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발생한 국가 및 지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의 6개 위험 부위와 관련 제품을 수입, 수출, 제조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산 소가 대만으로 수입되어 판매되려면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광우병과 vCJD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번 법률 개정은 지난달 29일 대만 입법원 회의에서 여·야가 국민당 입법위원(의원)들이 제출한 식품법 개정 초안을 받아들이면서 결정된 것이다.

대만 정부 "미국과의 마찰 책임질 것"

개정된 식품법은 대만과 미국 정부가 작년 10월 서명한 의정서에 위배된다. 따라서 대만 내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압력'이 뒤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입법원 회의가 열리기 전 양진톈(楊進添) 외교부장(장관)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대(對) 대만 군수물자 판매, 미국 비자면제협정 등 주요 의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개정안이 발표된 후 대만에서 미국의 대표부 역할을 하고 있는 재대만미국협회(AIT)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만에 쇠고기 협상을 거스른 대가로 더 많은 무기 구입을 요구하거나 반대로 무기 수입에 제한을 둘 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만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국 무기 시장이었다. 올해는 총 8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사들인 한국에 그 자리를 내줬으나, 대만의 미국 무기 수입량은 여전히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러나 <AP> 통신은 6일 "식품위생법 개정이 대만에 대한 미국 무기 판매를 포함해 양국 관계에 불리한 결과를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대만 정부와 입법원도 미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불안한 시선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총통부는 "미국의 외교적 보복 가능성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며, 법률 개정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대미 관계의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입법원, 정당, 행정기관 등도 법 개정으로 향후 국제적 압력을 받을 경우 공동 대처하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베이 시에서 벌어진 미국산 소 위험부위 금수 조치 철회에 대한 반대 시위 ⓒ로이터=뉴시스
국민 반대가 최대 변수로 작용… 野 "국민의 승리"

대만 정부가 지난 10월 생후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금수 조치를 철회하자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여당은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쳤다.

야당과 대만의 소비자·시민 단체가 주최한 거리 시위에 시민 수 천 명이 모이는가 하면, 누리꾼들 사이에서 대만 소의 똥을 올린 '쇠똥버거'를 먹는 퍼포먼스 동영상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아울러 재협상을 요구하는 대국민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등 2008년 한국에서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관련기사 대만 '광우병 사태'…수천 명 거리 시위 '강력 항의')

이러한 여론 악화는 마잉주 총통에 대한 지지율 저하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쇠고기 수입 재개 뒤 마 총통의 지지율은 30%대까지 곤두박질했으며, 12월 5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민진당·무소속에 현장(縣長, 도지사격) 자리 2개를 내주며 사실상 패배했다. 이 선거에서 민진당은 득표율 2.56%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국민당을 뒤쫓으며 크게 약진했다. (☞관련기사 : 대만 여당 국민당, 지방선거 패배…민진당 약진)

국민당이 큰 반대 없이 이번 식품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지지율 하락·선거 성적 부진을 경험한 이들이 국민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품법 개정안이 통과된 5일 밤 국민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식품법 개정 과정은 평화롭고 이성적이었으며 대만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갈수록 성숙해지고 있음을 충분하게 보여 줬다"고 자평했다.

대만 주요 언론들은 6일 황이자오(黃義交) 국민당 입법위원이 "법 개정은 헌정사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야당인 민진당 역시 "이번 금지 조치는 국민의 승리"라며 "국민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순조롭게 극복하고 방향을 바로 잡은 것이다"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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