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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확대가 아니라 '증세'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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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확대가 아니라 '증세'가 답이다

[기고]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에서 배운 게 없는가

서울 집값이 치솟는 광경을 보는 심정은 무참했다. 서울시내에 집과 땅이 있는 사람들은 아무 노력도, 아무 기여도 하지 않았지만 날로 불어나는 불로소득에 입이 귀에 걸린 반면 집과 땅이 없는 시민들의 절망과 분노와 한숨이 하늘까지 닿고 있다. 이것이 정녕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2015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지속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 폭등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기 위해 올인한 박근혜와 최경환의 책임이고 죄다. 하지만 올 7월 이후 지금까지 불고 있는 투기광풍은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시장의 책임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개혁 형해화를 통해 시장에 부동산 불로소득을 적정수준에서 보장하겠다는 신호를 줬고,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 및 용산 통개발(너희도 강남처럼 되리라!), 강북 대규모 개발(그간 부동산 불로소득에서 소외됐던 너희에게도 떡고물을 나눠주리라!)을 통해 사실상 투기를 선동했다. 나는 진보개혁진영이 금지옥엽으로 키워낸 문재인과 박원순이 부동산 불로소득의 호민관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후퇴와 박원순 시장의 이명박식 개발 계획이 투기의 진앙

여러차례 지적했다시피 시장참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단연 보유세다. 양도세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금융규제도, 재건축 관련 규제도 아니라는 말이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보유세야말로 투기심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금,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이 주된 투자대상인데 피 같은 돈을 투자하려는 사람은 기대수익률과 리스크를 최대한 꼼꼼이 따질 것이고, 안전자산인데다 낮은 보유세로 인해 기대수익률도 높은 부동산, 그것도 강남을 위시한 서울 요지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선택을 하는 게 합리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개혁을 뭉개 이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준 것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근본적이고 원대한 보유세 로드맵을 설계하고 제시했다면 강남과 서울 요지의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한 선택이 됐을 것이다. 예컨대 최근 평당 1억 원을 돌파해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서초구의 아크로리버파크 같은 경우를 들어보자. 평당 1억이면 34평 기준해선 30억 원이 넘는다. 만약 이 주택의 공시가격을 30억 원으로 잡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없앤 후 보유세 세율을 싯가의 1.5퍼센트로 상항한다면 매년 4500만 원을 보유세로 납부하는 셈이다. 제 아무리 자금이 많고, 소득이 많아도 이런 아파트는 투기 대상으로 매력이 적다.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개혁을 포기한 데 더해 박원순 시장이 대권 플랜의 일환으로 밖에는 해석이 안 되는 이명박식 개발계획을 연일 천명하니 슈퍼리치들이 다시 서울 주택시장에서 투기에 나서고 가격이 상승하자 중상층과 중산층들도 비이성적 과열에 휩싸여 허겁지겁 투기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지금의 서울 부동산 시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8·2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안정을 찾던 서울의 부동산 시장이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 개혁을 사실상 포기하고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와 용산 통개발을 공언한 7월 초부터 아연 활기를 찾은 것이 그 방증이다. (나는 이미 지난 4월 보유세가 서울의 향후 집값을 결정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보유세가 서울 집값 결정한다')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와 용산 통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끝내자마자 강북 대규모 개발을 천명해 불타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 휘발유를 붓는 정책적 죄악을 저질렀다. 그러고도 아직 강북에 대한 대규모 개발 계획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공급확대가 아니라 보유세 강화가 답이다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시장의 환상적인 콜라보에 시장이 미친듯이 호응하자 당황한 정부가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게 투기지역 추가지정과 택지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 24만호 추가공급이다. 투기지역 추가지정은 지금 같은 국면에선 아무 쓸 데가 없고, 투기적 가수요가 들끓는 상황에서 공급을 찔끔 늘리는 건 오히려 시장참여자들에게 공급이 정말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착시를 일으켜 추격매수심리를 확산시키기 쉽다. 게다가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에는 최소한 4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이른바 시차효과) 투기심리를 잠재우는데 아무 효과가 없다. 오히려 택지보상비가 수도권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6년 가을에도 추병직 건교부 장관이 검단신도시 확대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시장이 미친듯이 요동친 바 있다. 도대체 이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참여정부 당시의 경험에서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단 말인가?

정리하자.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만든 건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시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개혁을 단념해 투기심리를 자극했고, 박원순 시장은 각종 개발계획을 발표해 오히려 투기를 권장했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창궐하는 투기적 가수요를 잠재우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뛰는 것이 아니니 공급 사이드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맞다.(서울의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자가 보유율은 꾸준히 줄고 있다. 투기 목적의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만사를 제쳐놓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투기심리를 억제할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보유세 개혁 로드맵을 조속히 설계하고 공표해야 옳다. 청와대와 내각에 자리잡은 채 '보유세는 득 보다 실이 많다'고, '참여정부 때 해 봤지만 보유세로 부동산이 잡히지 않는다'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자들을 경계하고 멀리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대통령과 정부와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인도하는 자들이다.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가 엉뚱한 대책으로 일관해 비이성적 투기심리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날, 문재인 정부는 식물상태로 전락할 것이고, 정권재창출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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