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으로 인한 역대 최악 수준의 녹조 현상과 수돗물의 과불화화합물 검출, 영풍제련소 폐수 무단 방류 문제 등 1300만 영남인들의 식수원 불안이 커지자 이들은 "낙동강 수문 개방이 시급하다"며 "수질 개선을 위해선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류지역 대규모 산단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무방류시스템'을 구축과 영풍제련소를 폐쇄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 21일 오후 동구 신천동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9차 낙동강 포럼이 열렸다. '낙동강 포럼'은 낙동강 유역의 환경 문제와 정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지난 2014년 7월 출범한 민·관협의기구로 연 2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 이날 정경윤 대구환경청장, 강점문 대구시 녹색환경국장 등을 비롯해 영남권 환경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했으며 3시간가량 진행됐다.
먼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식수원 낙동강의 위험성과 그 대책'을, 박현건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경남지역 남강댐 수자원 현황과 미래', 이준경 생명그물 대표는 '낙동강 재자연화 방향과 수질개선 정책 방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어 성상희 생명평화아시아 대표, 강호열 부산하천살리기추진본부 사무처장, 나대활 구미YMCA 사무총장, 신기선 영풍제련소 공동대책위원장, 김준열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팀장,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대표, 김해동 대구계명대 환경과학과 교수, 농민 곽상수(고령 우곡면)씨 등 8명이 패널로 나서 각자 낙동강 수질 개선 방안을 내놨다.
특히 취수원 다변화를 요구하는 지역 목소리에 대해 패널 대부분은 예산 문제와 2차 환경 피해를 이유로 "근본적 해결 방안은 4대강보 수문 개방"이라고 입을 모았다. 낙동강 수질 오염이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면서 대구시는 구미취수원 상류 이전을, 부산시는 진주 남강댐 물을 취수원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4대강 이후 상류지역 수온이 크게 상승했다. 여기에 녹조현상으로 강 표면 온도는 더욱 올라가면서 강물이 순환되지 않으면서 더 썩은 물이 됐다"며 "보 철거밖에 답이 없다. '취수원 이전'은 헛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김준열 부산환경연 사무팀장도 "여름철 이상고온 현상으로 녹조 문제도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것은 침체된 강을 빠르게 흐르게 하는 것이다. 취수원 이전도 강이 살아난 뒤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보 개방 속도가 나지 않는 점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보 개방 은 환경부 물관리일원화 제도가 정착된 지금이 적기"라며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루 빨리 낙동강 재자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도 "농민 때문에 보 개방 못한다는 것은 정부의 핑계"라며 "물을 이용한 농사 환경을 다시 바꿀 수 있도록 설득하거나 양수시설을 보완하는 것은 하지 않고 문 열면 안되는 말만 하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재자연화 요구는 하류지역 주민들에게 더욱 더 절박했다. 상수원 대부분을 낙동강 본류에 의지하지 때문이다. 강호열 부산하천살리기추진본부 사무처장은 "부산시민들은 낙동강의 모든 유해화합물질을 그대로 먹고 마셔야 한다"며 "해마다 발생하는 녹조현상을 재난으로 선포하고, 수문 개방을 위해 예산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든 한국당이든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 나서지 않는 정치권을 심판해 중앙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동력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대구성서공단 등 상류지역의 대규모 공단이 유해물질 유입원이 될 수 있는 점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나대활 구미YMCA 사무총장은 "취수원 이전보다도 산업단지 오폐수 유출 관리가 시급하다"며 "유해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무방류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구미-대구 두 지자체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싸우느라 많은 세월을 보냈다"며 "이제는 대구취수원 문제를 마무리 지을 때"라고 밝혔다.
환경당국의 허술한 산단 관리도 질타를 받았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성서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오폐수가 그대로 흘러간다"며 "게다가 강물은 보로 막혀 있어 썩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방지책도 마련하지 않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지자체, 환경당국도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폐수 무단 방류로 조업정지 처분을 받고 현재 행정소송 중인 봉화군 석포면의 영풍제련소에 대한 강한 비판도 이어졌다. 신기선 공동대책위원장은 "48년간 환경을 오염시킨 영풍은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법과 규정이 없어서 못하는게 아니다.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성상희 생명평화아시아 대표도 "낙동강 최상류 협곡에 중금속 공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련산업은 이미 일본에서 중금속 문제로 퇴출됐다"며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도 있다. 여기에 환경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엄격한 법 적용을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패널들의 질의에 정경윤 대구환경청장은 "영풍제련소 문제를 비롯해 낙동강 보 수문 개방까지 그동안 정부 노력이 부족했고, 소통도 잘 안됐다"며 "현재 낙동강 보 개방을 위한 취양수장 개선 예산이 편성됐다. 이해 당사자간의 갈등을 조절하며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무방류시스템은 구미공단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우선적으로 낙동강 유해물질이 차단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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