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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피할 수 없다

자문단 합의안 없이 2개안 제시…'보험료 자동조절·단계적 재정안정화'가 특징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연금에는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는 크게 ▲ 낮은 재정적 지속가능성 ▲ 적지 않은 사각지대 ▲ 높지 않은 실질 소득대체율이라는 3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17일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발표를 계기로 재정안정·급여·가입 3개 영역에서의 제도개선 방안을 광범위하게 제안했다.

핵심은 보험료율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20년간 9%로 묶여있는 보험료율을 단기적으로 11∼13.5%로 올리고, 이후 보험료 자동조절 장치를 두거나 지출을 조절하자는 게 이번 개선안의 골자다.

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의무가입 연령 65세 연장, 기초·유족·장애연금 급여수준 확대, 가입 사각지대 최소화 등을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 70년 후 적립배율 1배 목표…"보험료 인상 피할 수 없다"

4차 재정계산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대로 유지될 경우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고갈에 대비해 위원회가 제시한 재정안정 방안은 2가지다. 둘 다 2088년까지 기금 적립배율을 1배로 유지하겠다는 '재정목표' 달성을 전제하지만,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적립배율 1배는 보험료를 거두지 않더라도 1년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금이 있다는 뜻이다.

첫번째 안은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이 평생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더는 떨어뜨리지 않는 대신 보험료율을 내년에 당장 9%에서 11%로 올리는 방안이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해마다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는 40%가 돼야 하는데 이를 고쳐 45%로 유지하자는 안이다. 이에 따른 재정부담은 보험료율을 2%포인트 즉각 인상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33년까지는 재정목표를 지킬 수 있으므로 보험료율을 11%로 유지하다가 적립배율 1배가 흔들리는 2034년에는 12.3%로 인상한다. 이후에는 5년마다 한 번씩 '향후 30년간 적립배율 1배를 달성할 수 있는' 보험료율을 찾아 계속 조정한다.

위원회는 보험료 1회 인상 폭은 0.69∼2.22%포인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상황에 따라 보험료는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분산시킬 방안으로는 노동시장에 잔류하는 여성·노인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연금재정에 세금 투입 등이 제시됐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이 방안은 노후에 필요한 적정한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데 초점이 있다. 다만, 고령화로 후세대 부담이 크므로 보험료 인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번째 안은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도록 한 규정을 유지하되, 내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5%로 올리는 방안이다. 재정목표를 달성하려면 일시에 보험료율이 17.2%로 올라가야 하지만 4.5%포인트만 일단 올린다.

13% 이상의 보험료율은 지역가입자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2030년부터는 보험료율에는 손대지 않고 단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지출을 조정해 재정안정을 도모한다.

2033년 65세인 연금수급 개시연령을 2043년까지 67세로 상향 조정하고, 소득대체율에 '기대여명계수'를 적용해 연령이 많으면 연금급여액을 깎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렇게 했는데도 재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보험료 인상도 다시 고려한다는 방안이다.

이 원장은 "이 안은 다층연금에 바탕을 두고 있다. 향후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이 발전하면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의 모든 짐을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소득대체율을 40%로 두고 지출조정에 신경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안 가운데 가입자들의 극렬한 반발을 산 수급 개시연령 연장의 경우 당장 논의될 가능성은 적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위원들이 최악에는 이렇게 해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에 불과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들 개편안을 적용하면 보험료가 변화한다. 첫번째 방안에 따라 보험료율이 내년에 2%포인트 오르면 월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의 월 보험료는 올해 27만원(직장인 13만5천원)에서 내년 33만원(직장인 16만5천원)으로 6만원이 오른다.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는 직장인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3만원이 오른다.

두번째 방안에 따라 내년부터 10년간 보험료율을 4.5%포인트 올리면, 2029년에 월소득이 300만원인 사람은 올해보다 13만5천원 많은 40만5천원(직장인 20만2천500원)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보험료율이 매년 고르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1만3천500원(직장인 6천750원)씩 오른다.

제도발전위와 더불어 기금안정 방안을 고민한 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도 제도와 기금의 괴리가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장기재정목표의 부재'를 꼽고 '향후 100년간 적립배율 1배'라는 목표를 설정한 일본처럼 우리도 재정목표를 빠르게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금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노후소득보장 강화해야"…의무가입연령·크레딧↑, 최소가입기간↓

이런 재정안정 방안과 별개로 제도발전위는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도 내놨다. 우선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나이를 현행 60세 미만에서 2033년까지 65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현재도 임의계속가입제도를 통해 65세 이전까지 보험료를 계속 낼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경우 가입 기간을 늘리면 더 많은 연금액 확보가 가능하다. 의무가입 나이가 늘더라도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자로 신청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연금을 받을 요건인 최소가입기간을 현재 10년에서 5년으로 축소해 국민연금 지급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베이비부머 등 연금수급권이 취약한 계층의 노령연금 수급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액도 대폭 올리자는 방안도 내놨다. 자신의 실제 소득에 맞춰 보험료를 내면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강화된다. 현재 소득상한액은 월 468만원으로 전체 가입자의 14%가 상한선에 머물러 있다.

또 출산크레딧(2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가입자의 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것)을 개선해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출산크레딧을 부여하자고 했다. 지금은 둘째 자녀부터 부모에게 가입기간을 얹어주고 있다. 군복무크레딧도 현재 6개월만 부여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체 복무기간을 인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혼 때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나눠 가질 수 있는 분할연금 수령 자격은 최저 혼인기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도록 하고, 유족연금의 급여 수준을 높이고자 가입기간에 따라 40∼60%로 달랐던 유족연금 지급률을 일괄적으로 60%로 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직장에서 일을 계속하면 연금을 깎아 지급하는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앞으로 고령자 증가속도, 수급연령 상향 조정 등을 거쳐 폐지를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또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해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도입하고, 특수형태근로자의 사업장 가입 전환도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급여지급 보장 명문화 대해서는, 명문화 전후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어 현행유지가 바람직하나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추상적인 국가책임 규정반영'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원회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 강화를 위해 기초연금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기초연금 지급액을 깎는 현행 방식을 없애거나 물가에 연동해 기초연금액을 조정하지 않고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에 맞춰 인상하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민연금 개혁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할 수 없다"며 "국민의 노후 소득과 삶의 질을 결정하는 국가과제는 국가 전체의 합의가 필요한 만큼 정부는 최대한 차분하고 책임감 있게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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