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또 미군에 살해 당한 오키나와 여성…일상이 파괴되는 주민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또 미군에 살해 당한 오키나와 여성…일상이 파괴되는 주민들

[기획연재] 미군기지 너머, 동아시아 저항과 연대

지난 8월 14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전국민중행동·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 주최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반전·반기지운동 국제토론회'가 열렸다. 하와이, 필리핀, 괌, 오키나와와 한국의 군산·소성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군기지와 군사훈련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맞선 투쟁의 경험을 나눴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 견제를 내세워 동아시아와 태평양 곳곳에서 군사기지를 확대하고 다국적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있지만, 그 현장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한국 사회에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와이의 림팩, 필리핀의 발리카탄, 괌의 군사기지화, 오키나와의 미군·자위대 기지 확대는 한국의 평택·군산 미군기지와 소성리 사드기지 문제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번 토론회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매주 한 차례, 총 8회에 걸쳐 각 지역의 현실과 저항을 소개한다. 하와이의 미군 토지 임대와 반환운동을 시작으로 필리핀, 괌, 오키나와, 군산, 소성리를 차례로 살펴보고, 이어 미국 내 반제·반전·반기지 연대운동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동아시아 군사기지화를 짚어 본다.

서로 다른 지역의 이야기를 통해, 동아시아와 태평양 곳곳의 군사기지와 군사훈련이 어떻게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이에 맞선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의 투쟁을 연결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네 번째로 '노모어 오키나와전쟁 - 생명이야말로 보물이다'의 요나하 게이코 공동대표가 발표한 내용을 소개한다.

'노모어 오키나와전쟁 - 생명이야말로 보물이다'는 미군 기지 확장과 일본 정부의 군사력 배치로 인한 오키나와의 기지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다. 태평양전쟁 말기 오키나와전의 참화를 기억하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전쟁 없는 섬을 만들기 위한 연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는 주요 내용이다.

최근 동아시아 정세를 둘러싸고 '대만 유사시'에 대한 담론이 언론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마치 피할 수 없는 현실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이 담론의 가장 위태로운 길목에 오키나와가 놓여 있다.

오키나와가 강대국들의 군사적 대결 속에서 또다시 '최전선'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두고, 어떤 이들은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오키나와의 숙명'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우리의 운명이 아니다.

전쟁은 자연재해도, 신의 섭리도 아니며 오직 인간이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재앙일 뿐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가 동아시아 시민사회에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누가 이 동아시아 땅에 전쟁의 먹구름을 불러들이고 있는가?"

▲ 요나하 게이코(가운데) 노모어 오키나와전쟁-생명이야말로 보물이다 공동대표. ⓒ자주통일평화연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전쟁은 추상적 공포가 아닌 뼈에 새겨진 역사다. 1945년 태평양전쟁 말기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는 빗발치는 포화로 인해 '철의 폭풍'이라 불렸다. 당시 수많은 오키나와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마을과 삶의 터전은 전쟁터로 변했다. 국가와 군대가 민간인의 터전을 '방파제' 삼아 전장으로 만들었을 때 어떤 참극이 벌어지는지, 오키나와는 피로써 증명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고통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발효되면서 일본 본토는 주권을 회복했지만 오키나와는 미국의 통치 아래 남았다. 이후 1972년 일본으로 반환되기까지 오키나와는 미군의 전략적 군사거점으로 이용됐다. 주민의 토지는 미군기지 건설을 위해 강제로 접수됐고, 기지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범죄와 사고, 인권침해가 이어졌다.

일본 본토가 전후 복구와 경제성장을 이야기하는 동안 오키나와는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최전선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본토의 기지 반대 여론 속에서 미군기지는 오키나와에 집중돼 왔다. 현재 오키나와현은 일본 국토 면적의 약 0.6%에 불과하지만, 일본 내 미군 전용시설 면적의 약 70%가 이 작은 섬에 집중돼 있다.

가데나 공군기지를 비롯한 거대한 군사시설은 주민들의 마을과 일상을 둘러싸고 있다. 한밤중에도 이어지는 전투기와 군용기의 굉음과 진동은 주민들의 삶을 뒤흔든다. 기노자촌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하늘에는 위험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가 비행한다.

기지 주변 하천과 지하수에서는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유기불소화합물 PFAS 오염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얀바루의 숲에서는 미군 훈련과 관련된 폐기물 문제가 이어져 왔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헤노코 앞바다 역시 신규 기지 건설을 위한 매립으로 파괴되고 있다. 주민들이 여러 차례 선거와 주민투표를 통해 헤노코 신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일본 정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군사기지 문제를 넘어 오키나와 주민의 자기결정권이 얼마나 존중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 뼈아픈 것은 미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과 아동의 인권이다.

1945년 5세 여아 살해 사건부터, 1995년 전 세계를 분노케 했던 초등학생 집단 성폭행 사건, 2016년 여성 살해 유기 사건, 그리고 2023년 발생했으나 일본 정부가 반년 동안 은폐한 16세 미만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상화된 군사주의 폭력은 주민들의 존엄을 짓밟고 있다.

이러한 범죄는 단순히 개별 미군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 군사기지가 주민들의 생활공간 한가운데 밀집해 있고, 그로 인한 위험과 피해를 오키나와 주민들이 장기간 떠안아 온 현실 속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과 아동이 군사주의와 기지 주둔이 낳는 폭력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돼 왔다는 사실은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기지 문제를 단순한 안보정책이 아니라 생명과 인권, 존엄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를 보여준다.

최근의 흐름은 더욱 위험하다. 난세이 제도의 군사화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과 가까운 난세이 제도에 자위대 부대를 단계적으로 배치해왔다. 2016년 요나구니섬에 육상자위대 연안감시부대가 배치됐고, 미야코섬에는 자위대 주둔지와 지대함·지대공 미사일 부대가 들어섰다. 이시가키섬에도 자위대 주둔지와 미사일 부대가 배치됐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군사력 증강은 이른바 '대만 유사'에 대비한 미일 공동작전 구상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고 있다. 미 해병대가 추진하는 '원정전방기지작전(EABO)'은 오키나와를 비롯한 도서 지역을 미사일과 군사전력의 분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는 곧 유사시 오키나와가 가장 먼저 공격의 표적이 될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난세이 제도의 군사력 강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민의 입장에서 '억지력 강화'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섬이 군사적 충돌의 최전선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장거리 미사일과 탄약고를 확대하고 주민 대피계획과 방공훈련을 강화하고 있다.그러나 전쟁이 벌어진 뒤 주민들을 어떻게 대피시킬 것인가에 앞서, 전쟁 자체가 벌어지지 않도록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전쟁 준비' 자체가 전쟁의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2023년 개최된 '오키나와-대만 대화 심포지엄'에서 대만 연사들이 지적했듯, 군비 확장과 미국 무기의 대규모 도입은 해법이 될 수 없다.

대만 문제는 본래 미일 안보체제의 공격적 확장이 아닌, 대화와 외교적 틀 안에서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를 국가 주권이 걸린 '순수한 내정'으로 규정하고, 미국 등 외부 세력의 어떤 간섭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평화적 통일'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면서도, 대만의 독립 시도나 외부의 군사적 개입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무력 충돌을 피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류큐 왕국은 무기 없이 평화로운 중계무역을 통해 오랜 기간 번영했다. 그 역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오키나와 주민들은 그 누구보다 평화를 갈망한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뜻과 무관하게 일본 중앙정부와 미국은 오키나와를 강대국 군사대결의 최전선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냉전, 그리고 오늘날의 미중 전략경쟁에 이르기까지 오키나와는 세 시대에 걸쳐 외부 지정학적 패권 다툼의 도구로 희생돼 왔다.

▲ 요나하 게이코 노모어 오키나와전쟁-생명이야말로 보물이다 공동대표. ⓒ자주통일평화연대

정부가 주도하는 안보 담론은 군비 확장과 기지 강화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고, 전쟁을 막기 위한 대화와 외교의 가능성을 점점 뒤로 밀어내고 있다.

이에 맞서는 오키나와의 반전·평화 운동은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주민의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그리고 존엄성을 되찾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다.

오키나와에도, 요나구니에도, 미야코에도, 이시가키에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학교가 있고 아이들이 있으며, 평범한 주민들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군사전략 지도 위의 점이나 미사일 배치 장소가 아니다.

한반도 역시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 어디에서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강대국 경쟁의 최전선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전쟁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미사일을 배치하고 더 큰 군사훈련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의 역사가 보여준 것은 군사적 최전선에 사는 주민들이 언제나 가장 먼저, 가장 큰 희생을 감당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동아시아의 미래는 서로의 섬과 도시를 미사일의 표적으로 만드는 미래가 아니다. 군사적 긴장을 줄이고 대화를 복원하며, 주민들의 생명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전쟁은 숙명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제도이기에, 그것을 멈춰 세울 수 있는 힘 또한 인간에게 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바라는 모든 이들이 군사 동맹의 최전선화에 맞서, 생명과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편에 함께 서 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