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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또 침묵… UN 총회서 터진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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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또 침묵… UN 총회서 터진 "가자지구 집단학살 규탄"

'가자지구 학살 3년' UN 총회 96개국 이스라엘 비판… "UN에 환멸느껴" 발언도

"자식과 손주를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서, 저는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오늘날 가자 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어린이들의 무덤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어린이 절단 수술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가자는 우리 시대 가장 비인도적이고 가장 수치스러운 수용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제81차 UN 총회에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두 국가 해법'을 통한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침묵했다.

<프레시안>이 지난 22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제81차 UN 총회 일반연설문(174개 국가 및 연합 기구)을 살펴본 결과, 미국, 한국, 일본, 아르헨티나, 독일 등 78개국을 제외한 96개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략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일부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로 명시하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행위가 명백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까지 발부됐으나, UN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UN총회 의장을 향해 "의장님, 말레이시아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며 "우리는 환멸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 개입을 촉구하는 'UN총회의 집단적 의지'가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이라는 침묵의 장벽에 거듭 부딪힌다"며 "안보리보다 더 비판이 요구되는 곳은 없다"는 것이다.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가 지난 24일 제81차 UN 일반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UN

미하일 마틴 아일랜드 총리 역시 "이곳에 모인 국제사회 전체가 팔레스타인 보호에 실패했다"며 "가자 지구에서 일어난 일, 지금도 일어나는 일에 대한 모든 진실이 마침내 밝혀지고, 증거가 수집되며, 증언이 들려오고, 참혹한 실상이 세상에 드러날 때, 이는 전 세계를 부끄럽게 만들 것이며, 아무도 몰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세인 모하메드 라티프 몰디브 대통령 또한 "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며, 규범은 명확하다. 부재한 것은 바로 법의 평등한 적용"이라며 "국제법이 약자에게만 강요되고 강자에게 꺾여서는 안 된다.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는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카타르 등의 정부 수반들도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강조하며 이스라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수많은 세대의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 지구에서 네타냐후 정부가 저지른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제노사이드(학살)가 남긴 고통과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것"이라며 "문명을 멸절(extinction)로 위협하는 것은 중동에 안정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밝혔다.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은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모든 의미에서 제노사이드(학살)이며, 인류 전체의 양심에 남은 수치의 얼룩"이라고 단언했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 장관 또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국제법 및 인도법 위반은 집단학살을 구성한다"고 발언했다.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세네갈 대통령이 지난 24일 81차 UN 일반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UN

서안지구에서 자행되는 이스라엘군과 정착민들의 불법 정착촌 확대 및 폭력 행위에 대한 규탄도 이어졌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언어가 포장되고 미화되면, 그 행동들이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불법 정착촌을 늘리기 위해 팔레스타인인의 집을 철거하는 것은 '법 집행'이 아니라 강제 이주이고, 점령지를 영유하는 것은 '토지 등록'이 아니라 사실상의 영토 병합이며, 사람들의 숨통을 조이는 검문소와 장벽의 네트워크는 '안보 인프라'가 아니라 예속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수사를 비판했다.

유럽연합 국가들 중에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가장 선명한 입장을 내놨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8년간, 스페인은 모든 침략 전쟁을 반대해 왔다"며 "국방비 지출을 GDP의 5%로 증액하는 것을 거부했고,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침략 행위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침략자인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했으며, 국제법에 위배되는 침략 행위를 전개하는 데 우리 영토가 사용되는 것을 금지했고, 네타냐후가 가자 지구에서 여전히 자행하고 있는 집단학살을 명백히 규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침략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해왔다고 비판을 받아 온 프랑스, 영국 등의 국가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가 가자 지구에 대해 방관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우리의 신뢰성은 무슨 가치가 있느냐"라며 "수치스러운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 또한 "너무나 많은 사람, 특히 수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고, 반입되는 구호 물품은 턱없이 부족하며, 이것이 너무나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끔찍한 고통이 계속해서 커지고, 양국 모두에 평화와 안정을 위한 최고의 희망인 '두 국가 해법'의 전망이 위협받는 상황을 우리는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 집단학살 문제를 언급한 96개국 정부 수반 대부분은 '두 국가 해법' 지지 입장을 밝혔다. 두 국가 해법은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을 통해 구체화한 안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각각 독립된 주권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세계에 필요한 건 더 정교한 파괴 무기가 아니다. 평화를 향한 더 정교한 능력"이라며 "무고한 민간인의 고통을 끝내고 팔레스타인 민중의 정당한 자결권과 안전한 조국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중동 위기에 대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촉구한다.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들은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세네갈 대통령은 "학살과 파괴라는 비극을 끝내기 위해 행동해야 할 때가 왔다"며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군축 메커니즘을 약화하며 신기술 및 우주 탐사 관련 위험을 증대시키는 지속적인 분쟁의 환경 속에서, 세네갈은 집단적인 대응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는 단순한 열망에 그치지 않는다. 평화는 우리 모두의 집단적 책임"이라고 호소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또한 "오늘 우리는 안전하고 번영을 누리며, 평화로울지도 모른다. 분쟁 지역과 위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각국을 향해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내일 어떤 일이 닥칠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안보리를 향해 "‘세계는 (안보리의) 5개국보다 크다’는 원칙에 따라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리브해의 국가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는 "'두 국가 해법'이 마련되기 전까지, 우리는 세계에서 계속해서 위태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UN이 현직 및 퇴임 정치 지도자들이 이끄는 기민한 중재팀을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파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가자지구 내 난민촌 ⓒUN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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