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韓 호르무즈 파병? 미-이란 중 어느 한쪽 편 들 때 아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韓 호르무즈 파병? 미-이란 중 어느 한쪽 편 들 때 아니다

[정욱식 칼럼] 파병 아닌 조속한 전쟁 종료에 역량 집중해야

호르무즈 파병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판단의 기준점'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뭐래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은 유엔 헌장을 위반한 불법 전쟁이다. 이란의 대응이 과도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호르무즈 사태도 불범 침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국제법과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기준점은 우리 국민의 안전이다. 이란은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강행할 경우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시 장병과 군사적 자산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파병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

이를 환기하는 이유는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이러한 기준점을 이탈하는 주장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관세와 대미 투자, 핵추진 잠수함 및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조미정상회담 등 한미 간에 긴밀히 협의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인 만큼, 파병 결단을 통해 한미관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이 파병 문제를 다른 사안들과 연계하면, 미국이 한국을 길들일 수 있는 '지렛대'를 강화해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구나 파병 여부와는 별개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8기의 미국 원전 건설, 알래스카 LNG 사업 등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사업은 대미 투자의 전제조건인 '상업적 합리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분야들이다.

설상가상으로 파병 문제를 조미정상회담과 연계해서 사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미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한미간의 긴밀한 공조를 위해 파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는 것이다. 우선 조미정상회담은 한국의 요청 여부와 관계없이 트럼프가 강력히 희망하는 사안이다. 앞선 글에서 다룬 것처럼, 이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은 오래되고도 한결같다. '연내'에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는 한국의 파병 문제와 별개로 발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가 파병을 통해 조미정상회담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하면, 트럼프의 셈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트럼프도 한국의 파병과 조미정상회담을 연계해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할 수 있는 지렛대를 안겨주는 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 두 가지를 연계하는 순간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한국의 파병은 남북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은 조선(북한)의 우방국이고, 조선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을 불법적인 전쟁으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면 '한국은 미국의 종속국'이라는 조선의 인식을 강화시켜 '한국 패싱' 입장을 강화시킬 소지가 크다.

정부의 고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중시해야 한다. 국제법과 우리 헌법, 그리고 국민의 안전을 기준점으로 삼고, 파병을 다른 사안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중동 사태의 장기화와 확전에 '기여'할 공산이 큰 호르무즈 파병이 아니라 중동 사태를 종식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미 늦어버린, 그래서 더더욱 늦출 수 없는 종전은 미국과 이란을 포함한 모든 이에게 이로운 길이다.

이란은 한국에게 파병의 후과를 경고하면서도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이란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란의 종전 조건을 파악하고 종전 실현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종전시 이란 재건 사업 참여가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지금은 전쟁의 어느 한편에 가담할 때가 아니다. 전쟁을 하루빨리 끝내는 데에 우리의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