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준, 국내에서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는 최소 325개를 넘는다. 이들의 총전력 용량은 2GW(기가와트)를 조금 넘는다고 추정된다. 핵발전소 2기 발전량에 맞먹는 규모다.
최근 발표된 '3대 메가 프로젝트' 속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지금의 4배 수준이다. 2년 내 총 전력량 8.4GW에 달하는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구축해 2029년부터 가동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2035년까지 10GW를 추가해, 향후 10년 간 18.4G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도 밝혔다.
2년 새 데이터센터 수요가 4배 만큼 증가할까.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현재 국내 수요가 이정도로 폭발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SK·GS는 이 정도 규모를 운영할 GPU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며 "결국 해외 빅테크 기업에 임대할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이미 강원, 호남 등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데이터센터는 과연 지역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까. 1990년대부터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해외 지역의 사례를 통해 그 교훈을 짚어봤다.
고용 착시: 180억 투자에 정규직 1명
2010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가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유치를 홍보하며 밝힌 일자리 수는 '50개'였다. 8800평이 넘는 부지에 4억 9900만 달러 넘는 돈을 투자한 사업이다. 2014년 6월엔 3억 4670만 달러를 투자해 부지를 확장하면서 9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고, 2015년 17억 4000만 달러를 재투자하면서 200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알렸다.
미국 버지니아주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14%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이다. 그러나 고용 효과 실적은 저조하다. 2024년 버지니아주 주의회 보고서를 보면, 2021~2023년 일자리 7만 4000개가 창출됐으나, 80%(5만 9000개)가 건설단계의 고용이었다. 나머지 1만 5000개가 운영단계의 일자리였는데, 이 중 센터에 직접고용된 직원은 4400명(6.0%) 가량이었다.
국제 비영리기구 '푸드 앤 워터 워치(Food & Water Watch)'는 지난 1월 버지니아주의 1990년 이후 고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1300만 달러(약 184여억 원) 투자 당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창출했고, 이는 데이터센터 이외 분야(32만 2000달러)보다 168배 더 많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범위를 2020~2025년으로 좁히면 일자리 하나당 투자액은 54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달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브루킹스연구소도 지난 4월 낸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지만, 업계에서 주장하는 것보다 적은 규모"라며 "기존 성장 추세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한 추정치는 그 효과를 세 배나 과대평가한다"고 분석했다.
'AI 강국'을 선언하며 데이터센터를 적극 유치했던 칠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Rest of World>가 지난해 11월 칠레의 데이터센터 17개를 분석한 결과, 정규직 노동자는 최대 1547명에 불과했다. 이 매체는 일자리 상당수는 경비 및 청소 직무라는 증언을 들었고, 시설당 적게는 20개, 평균 90여개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전력·물 삼키는 공룡 : 경고 나선 UN
유엔대학 물·환경·보건 연구소(UNU-INWEH)는 지난 6월 <AI 에너지 사용의 환경 비용: 탄소, 물, 토지 발자국> 보고서를 내며 AI와 데이터센터의 환경 비용을 탄소배출량 만으로 파악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 지금까지 탄소배출량 계산이 과소평가됐고, 물과 토양에 대한 영향도 막대하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는 약 448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국가에 빗대면, 프랑스에 이어 세계 11번째로 큰 전력 소비국이다. 2030년까진 945TWh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2030년 데이터센터가 사용할 물의 양은 9조 3000억 리터로 추정돼, 아프리카 대륙 사하라 사막 이남의 13억 명 전체 인구의 연간 생활용수 수요량과 같았다. 실제 2023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선 70여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맞아 담수 매장량이 고갈됐고, 하루 760만 리터가 필요한 구글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격렬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2030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토지는 1만 4500제곱킬로미터를 넘어선다. 서울의 24배 면적이다. AI 인프라에서 배출되는 전자 폐기물은 2030년까지 최대 250만 톤이 발생할 수 있고, 대부분은 지금처럼 저소득 국가에 폐기될 확률이 높다.
데이터센터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발전원을 석탄에서 바이오에너지 등으로 전환한다해도, 보고서는 "전력의 탄소 발자국은 평균 70%까지 줄일 수 있지만, 물 발자국은 30배 이상, 토지 발자국은 100배 이상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열섬과 소음 : 주변 2도 상승·24시간 음파
최근엔 데이터센터 부근의 '열섬 현상'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등의 공동 연구진은 전 세계 6000여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분석한 결과, 주변 온도가 평균 2℃(도) 상승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데이터 열섬 효과'라 불렀다. 이들은 수천대 서버를 사용하고 면적이 2만 8000평 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6000여 곳의 2004~2024년 위성 온도 자료를 분석했다. 심한 경우, 지표 온도가 최대 9.11℃까지 상승한 지역도 발견됐다.
소음은 또 다른 공해요소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디젤 발전기 등은 반경 수백 미터까지 소음을 전파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버지니아주, 텍사스주 등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 주민들은 24시간 지속되는 소음으로 인한 일상적인 불편을 10년 넘게 호소해 왔다. 일반적으로 85데시벨(dB) 이상은 청각에 해롭다고 알려졌으며, 65dB 수준으로도 스트레스와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멤피스의 원주민이자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운동가 크리스탈 투 불스(Krystal Two Bulls) 활동가는 지난 4월 <디모크라시 나우(Democracy Now)>와 인터뷰에서 "디젤 발전기 등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97dB에 달한다"며 "강력한 음파 대포인장거리 음향장치(LRAD)가 140데시벨인데, 97에서 140으로 올라가는 건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소음에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기오염 : 주민 건강 피해 비용
데이터센터 발전원으로 주로 동원되는 천연가스(LNG) 발전소는 대기오염 문제와 직결된다. 미세먼지, 질소 산화물, 포름 알데히드 등 유해 물질 배출은 가스·석탄 등 모든 화석연료 발전의 고질적 문제다.
미국 데이터센터의 대기오염 물질과 건강 유해성을 연구하는 하버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의 마이클 코크 박사는 지난 3월, 버지니아주 밴티지 데이터센터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를 분석해 연간 5300만~9900만 달러의 건강 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엔 연간 3.4~6.5명의 조기 사망자가 추가 발생하는 비용이 포함됐다.
코크 박사는 지난 2월, 일론머스크의 xAI가 미국 멤피스에 구축한 '콜로서스 2 데이터 센터'의 건강 영향 조사를 발표하며 "매년 3000만~4400만 달러의 건강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기 사망, 천식 발병 및 악화, 심장마비, 병원 방문 등 대기오염 관련 건강 비용을 합산한 값이다.
xAI는 전력 공급을 위해 인근 지역에 가스 터빈 27기를 설치한 데 이어, 터빈 41기를 갖춘 가스발전소 건설 허가도 신청했다. 이 41기 터빈의 영향을 조사한 코크 박사는 "매년 20여 톤의 미세먼지를 직접 배출하고, 바람을 타고 이동하며 추가 미세먼지를 형성하는 수백 톤의 전구물질까지 발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건강 및 환경 비용은 무시해도 되는 외부효과가 아니라, 실제 비용으로 다뤄져 정책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한다"며 "지역 사회의 건강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 역행 : 화석연료 수명 연장
화석연료 발전은 한국에서도 데이터센터 확장을 떠받칠 전력원으로 부상했다. SK그룹이 추진하는 1GW 규모 울산의 데이터센터는 같은 그룹이 건설 중인 울산GPS 가스발전소(1.2GW)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11일 반도체 산업단지와 1GW 규모 데이터센터가 함께 들어설 전남 광주에 LNG 발전소를 추가 건설한다고 공식화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2040년까지 폐쇄가 예정됐던 동해안 화석연료 발전소들의 수명이 유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강릉에코파워(삼성물산·남동발전), GS동해전력(GS), 삼척블루파워(포스코) 등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8기의 평균 가동률이 30%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강원 동해안을 2.4GW 규모 데이터센터 건립 지역으로 지정해 발전사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줬다는 평가도 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메가프로젝트의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보고서를 내며 "2040년까지 총배출량(직·간접배출)은 총 2억 9346만 톤에 이른다"며 "LNG 등 화석연료로 추가 전력수요를 대응할 경우 같은 기간 추가 누적배출량은 최대 6억 7903만 톤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는 2024년 대한민국 한해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을 넘어서는 규모"라며 "발전 부문의 2035년 NDC 달성이 14년 늦어진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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