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KTX 고속철로 증설 공사 중 발생한 미얀마 노동자 컨베이어벨트 끼임 사망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와 하청업체 LT삼보가 유족과 합의했다. 사측은 빈소를 방문해 사죄의 뜻을 전하고, 한국 노동자와 동등한 기준의 배·보상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세종충남본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지난 17일 밤 9시, 유족과 원·하청 사측이 합의했다"며 해당 합의문을 공개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유족으로부터 사건 대응과 관련한 일체 권한을 위임받아 협상에 참여했다.
2022년 E-9 비자(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아웅민우(AUNG MIN OO·37세 사망) 씨는 지난 1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터널 공사 현장에서 홀로 컨베이어벨트 점검을 수행하다, 설비에 끼인 채로 뒤늦게 발견됐다. 지난 15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
합의문에 따르면, 원·하청 대표이사가 빈소를 방문해 유족에게 직접 사죄하고 경향신문·한겨레 등 일간지와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등에 공식 사과문을 오는 24일까지 게재할 예정이다.
원·하청 사측은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 사고조사보고서, 재발방지대책 및 향후 안전작업계획을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충실히 협의하고, 언어장벽과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 열악한 지위로 산재에 더 쉽게 노출되는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구조적 개선 과제에 포함한다고 약속했다.
사측은 동료 직원에게 트라우마 치료 등의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사업장 이전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협조하겠다고도 밝혔다. 또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작업 중지로 일을 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평소 수준의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유족 배·보상과 관련해 정주노동자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합의했다"며 "본부는 장례절차를 마무리하고, 고인과 유족이 미얀마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영식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와 LT삼보 대표이사 등은 이날 오후 3시 고인 빈소를 조문해 유족을 만났다. 세종충남본부에 따르면, 김영식 대표이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고, LT삼보 대표이사는" 회사가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에 아웅민우 씨의 아내 친마이마이 씨는 "지금도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아이들은 '거짓말하지 말고 돌아올 때 꼭 아빠랑 같이 와'라고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사고 현장·기숙사에서 유족 통곡 "더는 죽지 않았으면"
친마이마이 씨는 이날 오전 고인이 살던 기숙사와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그와 동행한 이용덕 이주노동법률지원센터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유족은 내내 통곡했다. 숙소에서는 고인의 옷과 성경책을 쥐고, 성경 구절과 십자가가 그려진 벽을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며 "조립식 패널인 비좁은 2인 1실 기숙사 방을 보며 열악함에 마음 아파했고 '2인 1조만 이뤄졌어도 안 죽었을 텐데 왜 안 된 거냐'고 애통해했다"고 전했다.
이 활동가는 "유족은 위험한 사고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더욱 마음 아파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사람이 작업하는 곳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컨베이어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노출돼 있고, 물이 계속 흘러나오는 등 바닥이 매우 미끄러웠다"며 "2미터 높이에 있던 컨베이어벨트는 원형 터널의 곡면에 설치돼 있어, 혼자 발판 위에 올라가서 점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친마이마이 씨는 빈소에서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에게 "남편은 죽었지만, 다른 동료는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 안전히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달라. 위험한 만큼 2인 1조 작업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등은 오는 19일 저녁 6시 천안 단국대병원 빈소에서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세종충남본부는 "고인의 목숨을 앗아간 위험천만한 현장에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고 동료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아직 우리의 몫"이라며 "사측이 끝까지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고용노동부 역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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