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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800조 광주·전남, 피지컬 AI 영남 집중…전북, 국가 첨단산업 전략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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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800조 광주·전남, 피지컬 AI 영남 집중…전북, 국가 첨단산업 전략서 제외

전북 패싱 넘어 4중 소외…'호남 반도체' 명칭도 재고해야

▲ⓒAI 생성 이미지(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

"이번에도 전북은 없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접한 전북 도민들의 반응이다.

정부는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약 2000조 원 규모의 국가 첨단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넘어 지역 거점별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전북에서는 정부가 그린 미래 산업지도 어디에서도 자신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며 깊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예산을 얼마나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미래 산업의 중심축에서 또다시 전북이 제외됐다는 상징성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직 인수위원회도 이번 발표를 "전북 패싱"이자 "노골적인 지역 차별"이라고 규정했다.

인수위는 "1461조 원 규모의 미래산업 투자 계획에서 전북의 투자 규모는 사실상 0원이다. 정부가 말하는 국가 균형발전 속에서 전북은 또다시 배제됐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 중심 발전, 영호남 불균형, 호남 내부 소외에 이어 미래 첨단산업에서도 제외되면서 전북은 이제 '4중 소외'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산업지도 다시 그렸지만…전북만 공백

정부의 지역별 산업 구상은 비교적 명확하다.

서남권에는 약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영남권은 피지컬 AI와 로봇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

충청권은 반도체 패키징 중심지로 키운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전국 단위로 확대하되 핵심 거점을 구축한다.

그러나 전북은 어느 분야에서도 국가 전략 거점으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역 정치권은 이번 발표를 두고 "예산을 잃은 것이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을 잃었다"고 평가했다.

한 전북 경제인은 "국가가 미래 산업지도를 새로 그리면서 전북은 처음부터 지도 밖에 있었다. 이보다 더한 소외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호남 반도체'라는 표현부터 잘못됐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정부와 언론이 사용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명칭이다.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육성을 설명하면서 '호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계획은 광주·전남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북 정치권은 바로 이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인수위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명칭은 전북도 함께 포함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전북이 빠진 사업이라면 더 이상 '호남'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역 정치권 역시 "광주·전남 사업을 호남 사업으로 포장하는 순간 전북 소외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된다"며 정부의 표현 방식에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새만금은 준비돼 있었다

전북은 산업 경쟁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새만금 국가산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용지를 확보하고 있다.

RE100 기반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고, 용담댐을 통한 풍부한 공업용수도 갖췄다.

항만과 철도가 연결된 물류망 역시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도 꾸준히 유치해 왔다.

그럼에도 입지 검토 과정에서 전북은 사실상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수위는 "새만금은 반도체 생산기지의 핵심 조건을 모두 갖췄다. 최소한 후보지로 비교·검토는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새만금을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와 후방 물류기지, 협력업체 집적단지로 활용해야 비로소 진정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피지컬 AI도 영남…전북이 키운 산업마저 빼앗겨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피지컬 AI 핵심 산업을 영남권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전북은 현대차그룹 투자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반을 꾸준히 구축해 왔다.

그러나 핵심 산업 거점은 영남으로 결정됐다.

전북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미래 제조혁신 기반과 피지컬 AI 산업의 성과가 한순간에 영남권으로 집중됐다.

보수도, 진보도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논란은 특정 사업 하나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북에서는 역대 정부마다 국가 전략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려왔다는 인식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

보수 정부에서는 정치적 기반이 약해 소외됐다는 평가가 있었고, 진보 정부에서는 높은 지지를 보냈음에도 국가 핵심 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북 정치인은 "전북은 민주당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도민들은 특정 정당을 위해 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인은 "정권은 바뀌었지만 전북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제 도민들도 정치적 선택에 대해 깊이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광주와 충남에서는 대기업 총수가 참석하는 투자 보고회를 개최하면서도 전북 관련 일정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 역시 지역사회에서는 또 하나의 '전북 패싱'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부 "산업 경쟁력이 우선"…남은 것은 균형발전의 실천

정부는 이번 메가프로젝트가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반도체 산업은 용수와 전력, 기업 투자 계획, 공급망, 물류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며, 특정 지역을 정치적으로 배려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북에서는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도 첨단산업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전북 정치권은 정부에 ▲전북을 독자적인 경제권역으로 인정할 것 ▲새만금을 반도체·AI 전략 거점으로 포함할 것 ▲익산과 정읍을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축으로 육성할 것 ▲호남권 내부의 균형 있는 투자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데 그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권역 내부의 불균형까지 해소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균형발전은 정책이 아닌 현실이 된다.

정부가 강조한 '대한민국 대도약'이 모든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국가 비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지역 갈등을 남길지는 앞으로의 후속 투자와 정책 보완에 달려 있다.

송부성

전북취재본부 송부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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