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금품수수 의혹에 휘말린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일 경찰에 출석해 14시간에 걸친 고강도의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경찰은 핵심인 금품수수 시기와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을 향한 수사가 '스모킹건' 없이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재수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2018년 경 한일 해저터널 현안 청탁과 함께 현금과 명품 시계 1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사실인 경우 전 의원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뇌물수수가 적용된다. 그러나 핵심인 금품수수의 시기와 장소는 현재까지 특정된 바가 없다.
경찰이 '뇌물'로 지목한 시계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당초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전 의원에게 까르띠에와 불가리 시계 1점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를 불가리 시계 1점으로 특정했지만 앞서 진행한 전 의원의 의원실과 자택 등의 압수수색에서 시계 실물은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천정궁에서 확보한 명품 구매 기록을 분석해 전달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일교 일각에서는 구매한 명품 상당수가 윤 전 본부장 부부의 자가소비용으로 의심된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뇌물수수의 성립 요건인 직무 대가성도 입증 여부가 불투명하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대로라면 통일교가 전 의원에게 청탁한 현안은 한일 해저터널 건설 사업이다.
하지만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일 해저터널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후 언론 인터뷰에서 "한일 해저터널은 일본이 이익을 보는 만큼 우리 부울경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해저터널은 부산을 경유지로 만들고 고베가 물류 거점도시가 될 수 있다"며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전 의원을 향해 제기된 의혹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의혹을 촉발한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계속해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도 수사에 거대한 암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초 특검에 전 의원이 금품을 수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돌연 "직접 전달한 바는 없다"고 말을 바꾼 데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재판에서는 "의도하고 전혀…"라며 "그렇게 진술한 적 없다"고 사실상 진술을 번복했다. 윤 전 본부장의 진술에 기초해 수사를 시작한 경찰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성격이 공소시효 7년인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단된다면 늦어도 이달 말 공소시효가 끝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은 속도전에 나선 모양새다. 전 의원의 1차 소환 조사를 마친 경찰은 조만간 그를 재소환할 방침이다. 22일엔 통일교 전직 회계 책임자의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등 통일교 측 수사에 다시 나선다.
한편 전 의원은 경찰의 소환 조사 직후인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10여 건의 통화 및 문자 기록을 경찰이 확보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위 보도에 대해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썼다. 앞서 <채널A>는 경찰이 윤 전 본부장과 전 의원 명의의 휴대전화 사이에서 오간 통화 및 문자 기록을 확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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