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민선 8기 이후 산업지형의 체질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이차전지·피지컬AI·헴프·방산 산업이 연이어 속도를 내면서, 전북 경제가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새로운 성장축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산업 전략의 핵심에는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있다. 2023년 7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된 새만금은 광물가공과 리사이클링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LS-L&F 1조 500억 원, 퓨처그라프 4400억 원 등 총 9조 3000억 원의 투자가 유입되며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속도로 산업 기반이 형성되고 있다. 천보비엘에스·테이팩스·에스이머티리얼즈·성일하이텍 등 주요 기업이 이미 가동 중에 있으며, 지난 9월 열린 LS-L&F 배터리솔루션 공장 준공식은 특화단지 조성의 첫 본격 신호탄이었다.
전북도는 특화단지의 안정적 조성을 위해 제도·연구·인력양성으로 구성된 분과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충북·경북·울산과의 초광역 협력도 병행하고 있다.
291억 원 규모의 R&D 사업으로 핵심 소재기술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비R&D 사업을 통해 후방 기업의 판로 개척도 지원한다. 실무 인재 양성을 위한 군산대 인재양성 부트캠프와 배터리 아카데미 운영, 실시간 고도분석센터 조성과 배터리 재자원화 최적화센터 구축 등 산업 생태계 확장을 위한 사업도 잇따르고 있다.
전북이 주력하는 또 하나의 영역은 피지컬AI다. 가상공간에서 설계한 AI 알고리즘을 실제 공정에 적용하는 기술로 전 세계 제조업 혁신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은 상용차·농기계·특장차 등 다품종 소량생산 기반과 도심 속 11만 평 규모 집적 공간을 갖추고 있어 AI 기반 생산실증에 강점을 지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기반을 토대로 전북은 389억 원 규모의 PoC(개념증명) 시범사업을 확보했고, 현대차·네이버·리벨리온 등 기업과 전북대·KAIST·성균관대 등이 참여하면서 산학연 협력 생태계도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특히 올해 8월, 1조 원 규모의 본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로 확정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본궤도에 올랐다. 전북도는 피지컬AI 전담 TF를 꾸리고 글로벌 협업 클러스터 조성 등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헴프와 방위산업이 더해지며 전북의 신산업 구상은 ‘트라이앵글’ 구조를 띄기 시작했다. 미국·캐나다·EU 등에서 이어지는 대마 규제 완화 흐름에 맞춰 전북은 새만금 중심의 헴프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기반과 농생명 연구기관의 집적도를 바탕으로 수출·조제·가공·유통까지 전주기 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다. 경북도와 공동 포럼을 운영하며 광역 협력 체계를 넓히고, ‘헴프산업촉진 특별법’ 제정도 내년 상반기 법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방위산업 분야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전북은 AI·드론·국방우주 등 첨단 방위산업을 육성해 K-방산 글로벌 4강 전략과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만금의 지리적 강점과 극한환경 소재 R&D 역량을 바탕으로 안티드론 실증센터 등 테스트베드 구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방산혁신클러스터 지정을 목표로 준비가 이어지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북은 신산업과 전통산업의 결합을 통해 미래 산업의 좌표를 다시 세우는 중”이라며 “이차전지와 피지컬AI에서 축적한 기반을 헴프·방산 등 신성장 클러스터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의 산업전환은 아직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차전지와 피지컬AI에서 시작된 변화는 산업 기반이 약하다는 전북의 오랜 약점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지역이 선택한 미래 전략이 실제 산업지형을 어떻게 바꿔낼지, 전북의 다음 성적표는 이제부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