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법적인 비상계엄이 1년을 맞이한 가운데 부산 국민의힘의 움직임이 엇갈리고 있다.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광주를 찾아 '광주 선언'을 발표하고 초선 의원들이 사과 대열에 합류하는 한편 박형준 부산시장은 일찌감치 "사과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부산시당과 지역 내 중진 의원들은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조경태 의원은 3일 광주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선언'을 발표했다. 조 의원은 광주 선언을 통해 "광주 민주 영령들께서 흘리신 숭고한 피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막아냈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전두환 쿠데타 세력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헌법을 위반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도 사면복권되고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12·3 비상계엄의 사실상 주범"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면서 윤 전 대통령이 저지른 죄에 걸맞게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윤석열 단죄'에 방점을 찍었다.
초선 의원들도 잇따라 사과 대열에 합류했다. 김대식 의원(부산 사상구)은 3일 오전 자신의 SNS에 "국민의힘 국회의원으로서 12·3 비상계엄에 대해 어떤 변명도 어떤 단어도 그 책임을 가릴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국민 앞에 진심을 다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부산 부산진을)은 "비상계엄은 위헌·위법적이었고 명백한 잘못"이라며 지도부를 향해 "진정한 반성과 쇄신, 과거와의 절연,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연욱 의원(부산 수영구)도 자신의 SNS에 "국민과 소통하지 못한 우리의 과거 잘못된 정치와 과감히 절연하고 계엄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썼다.
재선 의원으로 국민의힘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이기도 한 이성권 의원(부산 사하갑)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은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적·반민주적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 의원을 비롯한 당내 재선 의원의 공부모임인 '대안과 책임'이 함께했다.
이 의원은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당시 집권여당 일원으로서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앞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열린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비상계엄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면서 사과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박 시장은 "그런 이야기조차 무서워한다면 보수의 가치가 분명해지지 않는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지도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침묵을 지켰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이날 낸 논평은 폭언으로 논란이 된 지역 내 기초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이성권 의원의 발언도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이 아닌 개인 자격의 입장이라는 것이 부산시당의 설명이다.
조경태 의원을 제외한 지역 내 중진 의원들의 SNS에서도 비상계엄과 관련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 지역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이자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정동만 의원(부산 기장군)은 같은 날 오전 추경호 원내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들며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하청 특검은 억지기소 야당 탄압을 즉각 멈추라"고 썼다.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구)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 전부여서 여전히 반성없는 모습을 보였다.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장동혁 대표와 의견을 같이한 의원도 있었다. 직전 부산시당위원장이기도 했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은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라고 주장한 장 대표의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했다. 박 의원은 이어 '고물가 민생 폭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재명 정부가 만든 민생 경제파탄의 악순환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 사과'를 놓고 친한계를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과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이 엇갈리면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 국민의힘의 선거전략에도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 보수 지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최악의 대통령으로 조사되는 등 비상계엄과 관련한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지도부가 비상계엄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산 국민의힘에는 부담이 된다. 지도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물밑에서는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면서 "부산에서도 선수를 가리지 않고 상당수 존재하지만 입장 표명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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