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재개발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혹으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조병길 사상구청장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제명 처분은 너무 가혹하다"며 "구민들의 심판을 받아보겠다"는 논리로 재선 출마를 선언했다.
조병길 사상구청장은 13일 오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구청장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데 대해 구민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조병길 구청장은 "관내 재개발지역 주택을 매입한 것은 70대 중반에도 사상구에 계속 살려면 지금보다 좀 더 편리한 곳에 이사를 가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며 "부동산 투기나 사적이익을 추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면서 "인허가권자로서 재개발지역 주택매입이 적정한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재개발사업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직무와 관련해 이해충돌은 발생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제명 결정을 내린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불만을 내비쳤다. 조 구청장은 "지금까지의 공적은 생각지 않고 바로 제명처분한 것은 이해할 수 없고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에서는 힘이 되어주지 못할 망정 저를 짓밟고 얼마나 잘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발목잡지 않고 자유스럽게 정치의 선택 폭을 넓혀준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에 감사드린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아직 다하지 못한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기 때문에 다른 정당에서 충분히 공격할 수 있다고 이해한다"며 "받아줄 수 있는 정당이 있다면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 구청장은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는 "할만큼 다했으니 이제 손놓고 남은 여생을 보내야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며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민들의 심판을 받아보겠다"고 선언했다.
사상구청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을 향해서는 "버릇 없고, 일머리 없고, 철부지 같은 사람이 구청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조 구청장은 "현재 거론되는 사람들은 전부 범위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국민의힘의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창석 부산시의원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조 구청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회견장을 찾기도 했다.
조 구청장에 대한 처분은 아직 최고위의 결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때문에 중앙당 윤리위원회에서 지난 12일까지 의견 제출을 요청했지만 조 구청장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 구청장은 "제명이 결정되지 않더라도 국민의힘이 당원권 정지 등으로 제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긴다면 탈당할 계획"이라며 당에 대한 불만을 이어나갔다.
조 구청장은 "저 같은 경우를 제명한다면 국회의원이나 전국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얼마나 그 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주택을 매입한 금액 1억8000만원을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했다. 다만 논란이 된 주택을 매각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 구청장이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역구 의원인 김대식 의원과의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구청장은 "이정도의 일들은 스스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출석 여부를 알려왔을 때 참석한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사상구당원협의회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당협 관계자는 "구청 정무라인과도 협의가 없었는데 우리와는 논의가 있었겠느냐"며 "교감도 없고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보고도 없었다. 당협에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은 일"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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