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국정감사에서 처음 불거진 김승희 전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폭력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의 감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해당 사안에 대한 심의위원들이 징계 조치 수위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20일 경기도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 및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백승아 의원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진행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심의 과정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지난 2023년 국정감사에서 김승희가 김건희와의 친분을 이용해 김건희가 장상윤 전 차관에게, 장상윤이 교육부와 교육청에 압력을 가해 학폭 심의에 영향을 미친 거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가 됐고, (임태희)교육감께서 사실관계 확인과 조사를 약속했다"며 그러나 "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보면 김승희 수사에 대해 아무도 몰랐고, 학폭위 심의가 외부의 영향 없이 공정했으며, 대통령실로 보고됐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어 근거가 없는 의혹이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3년 10월 23일부터 11월 3일까지 자체 감사를 실시한 도교육청은 ‘강제전학 조치를 피하고자 점수를 맞춘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회의록과 심의위원 진술 등을 종합하면 그런 의도나 정황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러면서 2023년 9월 21일 녹음된 성남교육지원청의 학폭위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은 김 전 비서관 자녀에 대한 학폭위에 참여했던 심의위원들의 대화 등이 담겨 있었다.
해당 녹음파일에서 한 위원이 "이 학년에서 폭력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저는 생각한다"며 높은 수위의 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학폭위 간사(장학사)는 "강전(강제전학)에 대한 부분은 지금 ‘과장님’이 이제 부담스러워 하는 부분인 것 같다"며 "도교육청에 문의했는데 초등은 성 사안 아니면 경기도에서 (강제전학 조처를 내린 적이 현재까지는 없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위원들은 "심각성 항목에서 매우 높음 점수를 주고 싶다"와 "15점 꽉 채워서 주고 싶다. 초등학생 감안해서 강제전학까지는 아니어도" 등 징계 지표별 점수를 논의하면서 "이게 까발려졌을 때 ‘아, 쟤들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점수는 최대한 줬구나, 강제 전학 바로 밑에 단계까지’" 등 문제가 불거질 경우를 대비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14점 대신 15점을 주자는 대화 등도 주고 받았다.

결국 당시 학폭위는 강제전학을 위한 16점 보다 1점 낮은 15점으로 평가하며 김 전 비서관 자녀에 대해 ‘학급교체’로 의결,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빌미를 제공했다.
백 의원은 "녹음파일의 내용은 당시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면밀히 소통하면서 조치 결과를 논의했다는 의미"라며 "가해자가 김 전 비서관의 자녀인지 여부는 몰랐을 수 있지만,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강제전학은 안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김 전 비서관 딸의 평가지표가 15점이 나왔는데, 이는 16점이 나오면 강제전학되기 때문에 위원들이 학급교체를 하기로 미리 결정을 하고 각 항목별로 어떻게 점수를 줄지 30분이 넘도록 토론해 만장일치 15점으로 맞춘 것"이라며 "이는 심의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향후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실제 녹취에서도 ‘만장일치를 해야 뒤집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 같은 학폭위 심의 과정이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도 "해당 녹음 파일에서 ‘우리 과장님이 강제전학은 안된다고 했다’는 학폭위 간사의 발언도 문제의 핵심"이라며 "당시 문제의 과장은 이후 다른 교육지원청으로 이동했는데, 신규 장학사가 간사로 들어가서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될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떠한 압력 없이 그냥 자작극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도교육청 측에서는 심의 과정에 윗선에서의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후 해당 사안과 관련된 많은 인사들이 대거 승진했다. 성남교육지원청에서도 2명이 교육장으로 승진했다"며 "보편적이거나 일반적인 인사로 보기 어렵다. 교육부 감사와 경찰 고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체를 확실히 밝혀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023년 국감에서 해동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김영호(더불어민주당) 국회 교육위원장은 도교육청의 ‘학교폭력 의혹 조사 보고서’이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질타했다.
김 위원장은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 학폭 심의위원 등 사건 처리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가해 학생의 학부모가 대통령실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학교폭력 사건을 축소하는 등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의혹에 대해 ‘막연한 의혹제기에 불과하다’고 기재했다"며 "하지만 사안이 알려진 이후 김건희와 김승희가 8차례 통화하고, 장상윤 차관과도 8분 이상 통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단정지어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심의위원회가 의도적으로 지속성 점수를 낮게 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위원들이 피해의 심각성에 영향을 받아 심리적 감정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임’이라고 썼다"며 "도교육청의 보고서를 보면, 잘못된 권력형 학폭 무마 사건을 조사한 결과가 아닌, 가해자를 대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교육감은 "녹음파일은 처음 듣는다. (이런 내용은) 몰랐다"며 "녹취록을 들어볼 때 이런 상황들은 학폭에서 결론을 내고 논의하는 것처럼 같아서 저도 상식적이지 않고 부적절하다고 인식한다"고 말했다.
교육위원회는 오는 30일 종합국감에 김승희 전 비서관 자녀 학폭 무마 의혹의 증인으로 장상윤 전 교육부 차관을 채택하는 등 4명의 증인과 1명의 참고인의 출석을 의결했다.
한편, ‘김승희 전 비서관 자녀 학폭 무마 의혹’은 2023년 7월 김 전 비서관의 초등학생 3학년 딸이 학교 내 화장실에서 2학년 여학생을 리코더와 주먹 등으로 여러 차례 때렸고, 피해학생 신고로 열린 학폭위가 출석정지 10일과 학급교체 처분을 내리면서 윗선에 의한 강압이 학폭 심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성남교육지원청과 가평교육지원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무마에 김건희 씨가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 성남교육지원청 생활교육지원과 및 초등교육지원과, 가평교육지원청 교육과 등 교육지원청 사무실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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