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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축출 탄력 받나…시카고 이민 단속 작전 개시에 대법원도 '무차별 이민 검문'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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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축출 탄력 받나…시카고 이민 단속 작전 개시에 대법원도 '무차별 이민 검문' 허용

진보 대법관 "단지 외양 탓에 수갑 채워져·헌법적 자유 상실"…트럼프, 이민자와 범죄 연관시키지만 복수 연구 "근거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미 투자의 일환으로 이뤄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명을 단속해 파문을 빚었음에도 이민 단속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일리노이주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이민 단속 작전을 개시했고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은 인종차별 비판을 받는 캘리포니아주 남부 무작위 이민 검문에서 트럼프 정부 손을 들어주며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는 일리노이에서 불법 체류 외국인 범죄자를 겨냥한 이민 단속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부 차관보는 보도자료에서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sanctuary)" 정책을 사용해 거리에 범죄자를 풀어놔 시카고를 범죄자 소굴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맥러플린 차관보는 "불법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 와 우리 법을 어기면 우린 당신을 추척해 체포하고 추방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번 작전이 범죄 단속을 위한 것이라는 국토부 주장을 반박했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범죄 퇴치를 위해선 "(연방정부 등의) 지원과 조율이 필요한데 지난 몇 주간 이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는 범죄와의 싸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공공 안전을 위해 우리와 협력해 조치를 취하는 대신 일리노이 주민들에 공포를 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카고 이민자 단속 작전은 지난 6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지난달 워싱턴DC, 지난 주말 매사추세츠주 보스톤 등 민주당 주도 지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이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LA 이민 단속을 위해 주지사의 동의 없이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동원하는 등 권한의 한계를 시험하고 워싱턴DC에 범죄 단속을 명분으로 주방위군을 배치한 뒤 시카고는 유력한 다음 목표물로 거론돼 왔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트럼프가 "독재자 지망생"이라며 주방위군 투입에 격렬하게 반발해 왔다.

미 NBC 방송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싶다는 위협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성경박물관 연설에서 "우린 시카고에 들어가 문제를 바로잡고 싶다"며 워싱턴DC에서 주방위군이 경찰과 협력해 "자유롭고 안전한 지역"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욕, LA, 시카고에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카고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우린 시카고를 고칠 것"이라고 촉구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지역 당국자들과 이민권 활동가들을 인용해 전날 늦은 시각부터 이날까지 시카고에서 이민 단속이 강화되는 듯한 모습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유명한 꽃 공급업자, 주유소 밖을 걷던 남성,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 중이던 사람 등 최소 5명이 구금됐다고 한다. 활동가들은 체포 건수는 적지만 거주지 영장 발부나 이민 법원에서 구금하는 방식이 아닌 거리에서 무작위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것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새 전술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정부가 이민자와 범죄를 연관시켜 이민자 혐오를 선동하지만 여러 연구가 해당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미 이민정책연구소(MPI)는 "이민자들의 수감률와 기소 현황을 조사한 전국 단위 연구들에서 모든 법적 지위의 이민자들은 미국 태생자들보다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낮다는 결과가 압도적이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미국 태생 시민권자가 이민자보다 무기 관련 범죄로 수감될 확률이 10배, 폭력 범죄는 5배, 마약 범죄는 2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주 단위 여러 연구에서도 이민과 폭력 범죄 간 명확한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자료를 활용한 2020년 위스콘신대 메디슨 사회학과 마이클 라이트 교수 등 연구에서도 불법 이민자가 폭력, 마약 등 여러 중범죄에서 미국 태생 시민 및 합법 이민자보다 범죄율이 낮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해당 연구는 이 결과가 "왜 가장 공격적인 이민자 추방 프로그램이 범죄 감소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행할 가능성이 낮은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정부 이민 단속이 논란과 소송을 낳고 있지만 미 대법원은 8일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인종, 언어, 직업만을 근거로 한 무차별적 이민 단속에 제동을 걸었던 하급심 결정을 뒤집으며 트럼프 정부 이민 집행에 날개를 달아 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단속 방식은 사실상 외견상 백인이 아닌 이들에 대한 이민 검문을 허용해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 <워싱턴포스트> 등을 보면 6대 3으로 이 결정을 뒤집은 대법원 다수 의견은 통상 긴급 심리에서 그러하듯 이 결정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다만 이 결정에 동의한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민 단속에 있어 "민족성 단독으론 합리적 의심을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중요한 요소와 함께 고려되면 '연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미 대법원은 6대 3으로 보수 우위로 편성돼 있다.

이 결정에 반대한 3명의 진보 대법관 중 하나인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LA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외양, 억양, 육체노동에 종사한다는 사실 탓에 붙잡히고 땅에 내던져지고 수갑이 채워졌다"며 "우리 헌법적 자유가 상실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고 (다수 의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8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고른 대법원 다수파가 LA에서 인종 테러 행진의 최고사령관이 됐다"며 "이는 이민법 집행이 아니라 미국 시민과 어린이를 포함해 라틴계, 외모와 억양이 스티븐 밀러(백악관 부비서실장)가 생각하는 미국인의 그것과 다른 모두를 겨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쿡카운티 교도소 근처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차량이 정차해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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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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