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전기처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만들겠다는 스탠퍼드 교수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한때는 챗GPT(ChatCPT)에게 물어볼 때 발생하는 전력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구글 검색에 비해 10배에 달한다며, 현명한 소비를 요구하는 신문 기사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구글을 이용해도 상단에서 인공지능의 검색 결과를 먼저 보여주니, 정말 AI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으로 접어든 모양이다.
게다가 한국은 이런 첨단 사회로의 전환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인 바 있다. 바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그리고 이들 전기 먹는 하마 같은 공장을 수도권에 지어야 하는지 아니면 태양광이 풍부한 전라남도에 건설해도 되는지가 쟁점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 관련 주제를 다뤘던 대선 1차 TV 토론에서, 그리고 기후 위기가 주요 이슈였던 2차 토론에서 다시 한번 등장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정작 한국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가장 왜곡된 환상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2016년 딥마인드라는 업체의 알파고가 바둑을 학습한 뒤, 인류 최고의 고수였던 이세돌을 완파하는 장면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같은 해에 다보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선언했던 4차 산업혁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말았다. 반면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ie) 4.0' 개념을 더 많이 언급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알파고 충격 10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이제는 산업혁명의 역사와 전망을 냉철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1차 산업혁명은 18세기 영국의 제임스 와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정작 그가 증기기관을 직접 개발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60년 앞서 발명했던 토머스 뉴커먼의 대단히 비효율적이던 엔진을 대폭 개량해서 상용화할 수 있게 했다는 측면에서, 제임스 와트가 산업혁명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당시 혁명적인 산업 전환의 동력은 자국 내에 풍부했던 불붙는 돌덩어리인 석탄이었다.
다음으로 2차 산업혁명은 영국이 아니라 대서양 건너 미국과 유럽 대륙의 독일에서 진행되었다. 시기적으로는 1870년부터 1960년까지가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간이다. 그렇지만 어떤 기술이 당시의 주도적인 핵심기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양산 체계였는지, 아니면 내연기관 차량에 의한 혁명이었는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에너지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석유와 전기가 경합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전기는 4차 산업혁명이 논의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중요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2차 산업혁명을 특징짓는 동력으로 간주할 때는 시기 구분의 문제부터 발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전기와 석유가 전혀 다른 차원의 에너지라는 사실이다.
석유는 석탄이나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1차 에너지이다. 반면에 전기는 번개나 벼락처럼 일시적으로만 발견될 뿐이지, 자연스러운 부존자원이 아니다. 즉 전기는 목재나 석탄 같은 가연성 연료를 이용해서 물을 끓인 다음에 증기의 힘을 이용해서 터빈을 돌려 만들어진 2차 에너지이다. 이처럼 전기는 에너지의 전환 기술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는 게 타당한 반면에, 석유는 제2차 산업혁명의 동력원으로 직접 활용됐었다.
게다가 19세기 말에는 전기와 석유 사이에서 생존을 걸었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었다. 사람들은 카를 벤츠를 현대적인 자동차의 창시자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1886년 벤츠의 특허 출원보다 빠르게 전기차가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구조가 간단하고 소음이 없으며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으로 인해 당시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더 많이 판매되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충전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던 전기차는 록펠러의 석유 산업에 의해 퇴출당했으며, 지금의 테슬라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백 년 가까이 기억에서 사라졌었다. 결과적으로 2차 산업혁명의 최종 승자는 석유였으며, 인류는 내연기관에 기반한 산업사회를 구축했으며, 자동차 중심의 직주분리형 도시 구조를 만들어 갔다.
3차 산업혁명은 한참이 지나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시점은 1970년대 컴퓨터의 등장과 더불어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제조업의 자동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에디슨에 의해 혁신적인 전환 기술로 등장했던 전기는 2차 산업혁명 당시의 아날로그적인 통신수단에서 벗어나 디지털 정보통신으로의 탈바꿈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1990년대 인터넷의 보급 확대와 지금의 스마트폰 같은 기술혁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011년에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으며, 당시 3차 산업혁명의 동력원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천명할 수 있었다. 특히 원전이나 석탄 화력발전 같은 중앙집중형 전력수급 구조에서 벗어나,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분산형 에너지에 의한 수평적 구조로의 권력 재편까지 연계시킬 수 있었다. 물론 오랜 시간의 검증 과정을 거친 1·2차에 비해 3차 산업혁명은 아직까지 공인되지는 않은 상태이다.
반면에 슈바프의 4차 산업혁명은 리프킨의 3차 혁명이 제시된 지 5년밖에 안 된 시점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리프킨은 4차 산업혁명이 3차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으며, 슈바프는 변화의 속도, 범위·깊이뿐만 아니라 시스템 충격이라는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렇지만 노스웨스턴대학의 경제학 석좌교수인 로버트 고든은 생산성의 비약적인 단절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불가능하다며 4차 산업혁명을 부정한 바 있다. 그 밖의 많은 학자들도 4차 산업혁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물론 한국인은 예외적인 편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과학과 기술의 변화만을 얘기했을 뿐이지, 정작 혁명의 동력인 에너지원의 전환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만약에 핵융합 같은 기술이 1차 산업혁명의 증기관처럼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그때는 에너지 측면에서의 4차 산업혁명도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직 3차 산업혁명을 실현하는 데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즉,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평적 재생가능에너지의 확산이 현재의 당면과제일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이재명 정부의 기후변화 비서관은 인공지능 수석의 통제를 받는 실정이다. 출범 3개월에 접어든 새 정부가 과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망상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지향하는 정상 국가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한국이 주술과 환상에서 벗어나서 합리적·주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국민주권 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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