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새 사장에 '김건희 파우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박장범 KBS 앵커가 선임된 가운데, 연임이 불발된 박민 KBS 사장이 박 앵커의 '파우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옹호 입장을 밝혔다. 야당은 전날 KBS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윤 대통령의 술친구인 박민이 '김건희 머슴'을 자처한 박장범에 밀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장은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여러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다양한 평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KBS 이사회는 전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박 앵커와 박 사장, 김성진 방송뉴스주간 등 세 명에 대한 면접 끝에 박 앵커를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박 앵커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대담 진행 당시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파우치 논란'이라고 말해 대통령 부부의 '심기 경호'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박 사장은 사장 후보 경쟁자였던 박 앵커를 둘러싼 해당 논란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좀 그렇다"면서도 "한 시간 이상의 질의응답을 하다 보면…"이라며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이사회가 박 사장의 연임 대신 새 사장 선임을 택한 데 대해선 "(저는)열심히 했는데 이사님들이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박 사장이 추진한 일들이 정부 책임자 의사와 관계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는 "이사님들이 식견과 명망이 있으신 분들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새 사장을 뽑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박 사장 대신 박 앵커가 KBS 새 사장 후보자로 선정된 데 대해 "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외국회사 조그만 백으로 축소한 사람이 KBS 사장이 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술친구인 박민, '김건희 여사의 머슴'을 자처한 박장범에게 밀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 의원이 자신을 '술 친구'로 표현한 데 대해 "(윤 대통령과 술자리를 한 것은) 서울중앙지검장 때 딱 한 차례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오늘이 자유언론실천선언 50주년이 된 날인데 권력에 아부한 자,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국민의 공분을 산 자가 공영방송 사장이 된다는 것"이라면서 "KBS가 '김건희 브로드캐스팅 시스템'이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전날 새 사장 임명 제청을 한 KBS 신임 이사들이 방통위의 2인 체제에서 선임됐기 때문에 그들이 결정한 차기 사장 추천 역시 무효라는 점도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 법원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인용한 문화방송(MBC) <PD수첩>에 부과된 과징금 1500만 원 처분을 취소하며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이 의원은 "방통위의 불법적 2인 체제에서 임명된 무자격 이사들이 사장 후보를 추천한 것은 한 편의 코미디"라며 "박 앵커의 추천은 원천 무효"라고 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그러나 2인 체제의 방통위 위법성을 지적한 법원 판결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직무대행은 "판결은 강제력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효력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심) 한 재판부의 판단에 지나지 않고 3심제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김 직무대행에게 "공직자 아니냐. 국민의힘 당원이냐.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공직자이지만 해당 사건 당사자라 그 부분에 대해 평가를 드리는 것도 합당하다고 생각하다"며 맞서며 설전을 벌였다.
여당 위원들은 김 직무대행 발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번 판결은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며 "애초에 2인 체제는 민주당의 상시 탄핵과 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는 것이 원인인데 재판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최 위원장 발언 시간이 길다는 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갑질"이라고 주장해 여야 간 대치 상황이 벌어지며 감사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 의원은 국감NGO모니터단이 낸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최 위원장의 국감 발언 시간이 전체의 19.89%를 차지해 의원 평균의 5배 많다. 과도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팩트를 빙자해서 욕하고 있다. 제가 오늘 안 참겠다"고 제지했으나, 최 의원이 "팩트(사실)"라며 주장을 이어가 결국 최 위원장은 감사를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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