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를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 양원 의원들이 9일(이하 현지시간) 각각 회동했지만 집단 사퇴 촉구 등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해 바이든 대통령이 일단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다.
다만 상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라는 공개 발언이 나오는 등 패배 우려는 더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하원에선 또 다른 공개 사퇴 촉구가 나와 분열이 봉합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미 언론들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의원들이 대체로 언론에 말을 아꼈다고 전했다. 총회는 공식 지지 혹은 사퇴 촉구 성명이나 기자회견 없이 끝나 민주당이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유지를 두고 분열돼 있음을 드러냈다.
다만 지난 7일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소집한 하원 민주당 지도부들과의 비공개 전화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경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널리 보도된 하원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제리 내들러 의원이 마음을 바꿔 9일 바이든 대통령 공개 지지 성명을 내는 등 바이든 대통령 쪽에 다소 유리한 흐름이 생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NBC 방송에 따르면 내들러 의원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아침 계속해서 우리 대선 후보로 남을 것이라고 했으며 나는 그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내들러 의원은 총회 시작 전 기자들에게 "내가 우려를 갖고 있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 그(바이든 대통령)는 우리 후보가 될 것이고 우리 모두는 그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2시간 동안 진행된 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을 유지하는 쪽으로 논쟁이 기울었다"며 "현재로선 흐름이 바이든 대통령에 유리하게 돌아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당내 분위기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총회에 정통한 한 인사가 "회의에서 3분의 1은 그(바이든 대통령)가 물러나길 원하고 3분의 1은 남길 원하고 3분의 1은 그가 후보직을 유지하겠지만 선거에서 질 거라며 체념 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의원이 "(회의에서) 대통령을 향한 긍정적 태도보단 부정적 태도가 더 많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바이든 대통령)가 예비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후보 사퇴는) 그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원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큰 움직임을 보진 못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하원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끌어 내리려는 적극적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완주 의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하원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당내에서 "향후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일주일 이상 잘 진행됐다. 이제 끝내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일 공개된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주님이 강림해 경선에서 물러나라고 말씀하신다면 물러나겠다"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채 넉 달도 남기지 않고 불거진 후보 교체 논란이 당선 가능성을 더 낮춘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몇몇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후보 교체를 둘러싼 싸움이 승리 가능성에 손상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맥스웰 프로스트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총회 뒤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이 완전히 내려지면 (그의 후보 자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고 생각한다"며 "그(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에 더해 하원 흑인 의원 모임인 블랙코커스가 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며 이를 통해 이번 주 바이든 대통령에 후보 사퇴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수십 명의 하원의원들이 주춤하게 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하원 역학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이 하원 의원들이 사퇴 촉구에 더 신중해졌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신문은 하원 민주당 대화에 정통한 한 인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때로 충돌해 온 진보 성향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이 8일 바이든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것도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분열이 당장 봉합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더힐>을 보면 이날 총회 뒤 미키 셰릴 민주당 하원의원은 성명을 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하원의원 중 일곱 번째 공개 사퇴 촉구다. 셰릴 의원은 성명에서 "나의 네 자녀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이 위협하는 모든 권리를 생각할 때, 또 미국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최근 연방 대법원 결정을 고려할 때 침묵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고 현실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고 새 후보 지명 과정을 돕겠다고 선언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9일 별도로 진행된 민주당 상원의원 비공개 오찬 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공개 발언은 나오지 않았지만 다수의 의원들이 대선 승리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AP> 통신이 이 회의에 정통한 한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원과는 달리 상원에서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대선 후보 사퇴를 촉구한 민주당 의원은 없다.
그러나 마이클 베넷 민주당 상원의원은 9일 미 CNN 방송에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직접 촉구하진 않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 궤도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압도적 승리로 상원과 하원까지 접수할 수도 있다. 내게 이는 정치에 관한 게 아닌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도덕적 질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으론 이길 수 없다는 의견을 공개 표명했다. 그는 "백악관은 그 처참한 토론 이후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서 고령 이미지가 강화된 뒤 모든 공개 행사가 '평가의 장'이 된 가운데 <뉴욕타임스>(NYT)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워싱턴DC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해당 연설은 모니터에서 대사를 보여주는 텔레프롬프터를 통해 이뤄져 대본이 없는 긴박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에 관해선 거의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토 창설 75주년 행사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막을 수 있고 막을 것"이라며 향후 몇 달간 미국과 파트너들이 우크라이나에 수십 개의 전술 방공 시스템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중요 방공 요격미사일을 수출할 때 우크라이나가 가장 먼저 받게 될 것이며 내년까지 우크라이나에 수백 개의 추가 요격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날 나온 미국, 독일, 이탈리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정상의 우크라이나 대공 방어 강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 독일,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방공미사일 포대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네덜란드와 다른 국가들은 패트리어트 포대 운영을 위한 구성품을, 이탈리아는 SAMP-T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민주당 내홍을 지켜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또다른 토론을 제안하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이애미 도럴에 있는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연설하며 "조(바이든 대통령)의 소속 정당은 단 90분간의 토론으로 그가 수건을 던지고 대통령직을 포기하길 원한다"며 "그들이 그(바이든 대통령)를 대하는 방식이 부끄럽지만 그를 불쌍히 여기진 말라. 그는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또 다른 토론을 제안하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세계 앞에서 만회할 기회"라고 비꼬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음 토론은 9월로 예정돼 있다. 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할 경우 유력 대체자로 거론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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