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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직접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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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직접 민주주의 체제를 만들 때

[복지국가SOCIETY] 혁신적 정치개혁,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요즘 세간에 떠도는 심한 농담 중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 헌법 1조에 관한 것이다. 헌법 1조는 2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에 나오는 권력과 권한

1조 ①항은 우리나라의 국호가 '대한민국'이며, 대한민국의 국가체제는 '공화국'이고, 정치체제는 '민주주의'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②항에서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②항은 대한민국의 권력 행사에 관한 것이다. 헌법 조문 안에서 1조 ②항에서만 유일하게 '권력'이란 단어가 나온다. 그 외의 조항에서는 권력이 아니라 모두 '권한'이라고 표시한다. 이는 국가(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비롯한 모든 헌법기관)의 모든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한정적으로 행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권력의 원천은 오직 국민이 유일하다는 것이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판사나 검사 등 그 누구도 권력을 휘두를 수 없고 국민이 위임한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헌법 1조 ②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건희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건희로부터 나온다"라고 바꿔 말하며 현 세태를 조롱하고 있다.

또 하나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 결정에 관한 것이다. 권익위는 지난 6월 10일 참여연대가 '윤 대통령 부부와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신고한 사건'에 대해 "위반사항이 없다"며 종결 처리 결정을 내렸다. 검사 출신의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이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고 최 목사가 재미교포라는 점을 들어 외국인이 건넨 선물은 국가 소유의 대통령기록물로 분류돼 신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을 결정 근거로 들었다. 이 결정에 많은 국민이 '권익위가 건희위가 되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게시판은 권익위의 청탁금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조롱 글들로 도배가 되고 있다.

민주당은 권익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김건희 권익위 방지법'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은 김 여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고 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앞으로 공직자 가족들은 대놓고 300만 원짜리 선물을 받아도 되지만 절대 표창장과 장학금은 받으면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4·19, 5·18. 6·10,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해 온 우리나라의 요즘 모습이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백주대낮 한반도의 남쪽에서 가능할까? 그리고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경선 파동이 주는 의미

얼마 전 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를 했고, 그 결과가 권리당원들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 사이에 공분을 일으켜 큰 파장이 일었다. 불과 며칠 사이 당원 2만2천여 명이 탈당했고 민주당 지지율도 7~9%가 빠졌다. 이 사태를 이재명 대표는 매우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로 보았다. 이 대표는 6월 21일 채해병특검 당원 난상토론에서 이 문제가 "잠시 일렁인 정도가 아니고 근본적인 밑바닥 흐름에서 감지되는 중"이며 "이 흐름을 당이 분열하고 역량이 훼손되게 할지 아니면 새 발전의 계기로 만들 건지 그 기로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런 와중에 5월 22일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는 '일하는 국회', '국민이 부여한 힘과 권한 수행', '당원민주주의 강화'라는 결론이 나왔다. 일하는 국회를 위해서는 △국회법 49조에 따라 매주 상임위(월~화), 상임위 소위(수), 본회의(목) 개최 △기후위기, 저출산, 사회 양극화, 지역균형 발전, 남북화해협력 등 대안 마련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국민이 부여한 힘과 권한 수행은 △대통령 견제 △강력한 야당 △검사, 장관 등에 대한 탄핵 권한 적극 행사 △정부측 인사 불출석, 위증, 자료 미제출에 대한 처벌 강화 △입법권 강화 등이 포함되었다. 당원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는 당원의 의사를 당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TF팀을 만들기로 했다.

워크숍에 앞서 있었던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의 강연도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전 교수는 일제강점기로부터 지금까지의 민주화 운동 대중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최근에는 시민운동이 쇠퇴하고 그 주류가 정당가입을 통해 욕구를 실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즉 시민대중의 정당운동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다. 그동안 민주시민운동의 역사적 흐름을 본다면 반정부단체(NGO)에서 비정부단체(NPO)로, 그리고 지금은 권리당원 중심의 정당운동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위축과 정당의 확대라는 현상은 한국의 특이한 현상인데 민주시민 대중의 요구는 과거 NGO나 NPO가 하던 일을 정당에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와 참여를 통해 정당 참여의 효용성을 느낀다고 한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충돌

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자 선거가 가져온 파문은 이제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논란으로 커져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와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다선의원들은 국회의장단과 원내대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는 조항에 반대하며 속도 조절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의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6월 6일 당원과의 소통행사에서 당원의 주권행사는 "직접민주주의 열망이 커지는 바람직한 현상의 일부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매일 얘기하는데 그 권력의 원천이 원하는 바에 의해서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다고 하는 것은 논리 모순, 언어도단 같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 선거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충돌하는 지점으로, 당으로 좁혀보면 원내정당적 사고와 대중정당적 사고가 부딪치는 지점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흐름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88.9%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물러설 수 없는 대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대의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사실 대의민주주의란 정치체제는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정치의 이상은 시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직접 민주정치에 있지만, 사회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공공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모든 국민이 한곳에 모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됐고, 이런 대의민주주의는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한 정치 형태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가 가진 문제도 많다. 대의민주주의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잘 대변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경우에 따라 국민의 의사와 반하게 된다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국민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데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가 전쟁을 결정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지 않은가?

선거 때가 되면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표를 구걸한다. 하지만 당선된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지는 것을 우리 국민은 대부분 경험하고 있다. 목이 뻣뻣해져, 주권자를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공공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도 개인의 이해 관계가 개입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때로는 당과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거대 정당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종종 내릴 수도 있다.

이런 모순 때문에 국민은 대의민주정치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포함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각성이 커져가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발전해 왔다. 직접민주주의 요소인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제 등이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현실의 벽은 높고 무늬만 직접민주주의다.

새로운 민주주의가 가능해진 시대

대의 민주주의가 도입된 결정적 이유가 직접민주주의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라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그런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기술적으로 쉽게 국민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투표시스템을 갖춘다면 공공의 주요정책이나 결정은 실시간으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니 대의민주주의만을 고집하는 것은 그동안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집단의 저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그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로의 이행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정치권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직접민주주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정당의 대표자들, 국회의장단에 대한 투표 반영뿐 아니라, 헌법재판관, 법원장, 검사장 등 공권력 기관장 등에 대한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민발안권, 국민소환권, 주요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권, 주민자치 기본권 등 헌법개정과 마을 기금 법제화 등 주민자치법 개정, 시민의회법 제정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국민과 당원들의 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작금의 민주당 흐름을 본다면 다선 국회의원 중심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고, 정부와 여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방법을 찾아아 한다.

다행인 것은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의 조직화가 중요하다. 우리 국민과 민주당 당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은 투표권 행사다. 국민과 당원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하는 것은 직접민주주의 흐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은 직접 주권행사를 원한다

1977년부터 민주화 운동, 시민운동을 해 온 필자는 시민운동의 쇠퇴를 보며 정치시민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2020년 11월 그동안 수행하던 시민운동의 모든 직책을 내려 놓고(당시 경실련 중앙위 부위원장, 경기경실련 상임대표, 광명경실련 공동대표, 경기사회적경제네트워크 공동대표, 광명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광명시민신문 발행인 등) 대선과 총선에 참여했다.

대선과 총선을 준비하면서 정치개혁의 열망을 가진 동지들이 많이 모였다.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동지들은 흩어지지 않았고 그간의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에서부터의 정치개혁을 해보자는 결의를 다졌다. 그 결과가 '광명더불어파티'라는 조직의 출범이다. 정치가 주민·시민의 축제가 될 수 있고, 지역에서 주민들이 주도해서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아직은 준비위원회 단계지만 다음 지방선거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정치개혁의 결실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광명더불어파티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두 가지 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대선과 총선을 준비하면서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공유하며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동지들이 많이 발굴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참여한 이 중에 IT기술자가 있어 더불어파티라는 정치혁신플랫폼의 개발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소수 엘리트에 의해 독점되고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있는 지역 정치를 살리자고 만든 솔루션이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 220여만 명이라지만, 당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고, 정당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단 민주당 뿐만 아니라, 다른정당과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예를 들어보자. 254개의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나눈다면, 각 선거구에는 편차는 있겠지만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평균 8600여 명씩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선거구별 현실은 어떠한가? 소수의 당직자들을 제외하면 권리당원이 누구인지 모른다. 길거리에서 마주치거나 밥을 함께 먹어도 스스로 권리당원임을 밝히지 않는 한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는 소통 채널의 부재 때문이다. 당의 행사에 가야 그나마 열성 당원을 확인할 수 있다. 가뭄에 콩 나듯, 그것도 선거 때만 몰리는 당 행사가 권리당원의 의사소통과 요구를 담을 수 있을까?

더불어파티, 시민과 함께 꾸는 꿈

이런 문제의식에서 정치혁신플랫폼 '더불어파티'를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파티를 매개로 당원들은 서로 소통할 수 있고 스스로를 조직화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지역별·분야별 이슈를 모으고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5백 명이 모여 있으면 지역구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들의 생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1천 명이 모여 있다면 그 중에는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치혁신플렛폼 더불어파티는 현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제공하지 못하는 여러 기능을 갖추어가고 있다. 이 솔루션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당원 또는 시민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소통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공유할 수 있는 혁신적 정치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이슈를 공유하고 캠페인을 함께할 수 있고, 자신의 조직이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정치를 축제처럼 즐길 수 있고, 지역에서부터의 정치개혁을 만들어갈 온라인 공간이 될 것이다.

더불어파티는 지역에서부터 정치개혁과 새로운 민주주의를 꿈꾸는 이들과 함께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혼자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첫 번째로 함께 꿈꾸는 일은 7월 5일 저녁에 진행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더불어파티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고, 뜻있는 모든 이들이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승봉 광명더불어파티(준)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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