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라는 이유로 출국금지 상태에 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돼 여론이 달아오른 가운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채상병 순직 은폐 의혹 특검'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가 먼저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한 위원장은 8일 경기 성남 금호행복시장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채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아직 수사가 계속되는 것 아닌가"라며 "특검은 수사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이 드러났을 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모든 것을 특검으로 가져가니까 특검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기본 시스템이 있지 않나"라며 "시스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서는 "인사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출국금지라는 것은 형사사법적이지만 행정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미리 알거나 그러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알면 더 이상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그런(출국금지) 상황을 알고 인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상세한 인사 경위라든가 그런 것은 알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 '채상병 사건' 관계자 압수수색에 나서며 이 전 장관 등 주요 피의자의 출국을 금지했다. 이 전 장관의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이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조치 이의신청을 냈고, 법무부가 이날 출국금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를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별다른 조사 없이 출국금지가 수차 연장돼온 점, 최근 출석조사가 이뤄졌고 본인이 수사절차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 위원장이 이날 성남 단대오거리역에서 거리 인사를 하던 중에는 '채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핸드마이크를 들고 요구하던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이 경호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들에 의해 제지당해 행사장소 외곽으로 끌려나가는 일이 있었다. 유세장 주변에는 "채상병 특검법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선 이들도 있었다.
정 회장은 한 위원장을 향해 "채상병과 함께 가달라. 채상병 특검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 "이종섭이 도망쳤는데 호주로 간다고 한다. 정부 여당 대표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말해달라"고 요구했고, 제지당한 뒤에도 근처에서 1인 시위를 계속했다. 정 회장은 지난 1월 한 위원장이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을 때도 "오늘은 채OO 해병의 생일이다. 참배하고 가달라"고 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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