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7일 녹화방송된 한국방송(KBS) TV 신년 특별대담에서 북한을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이라고 거듭 비난하며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에 대해선 "보여주기식 외교나 보여주기식 정치 일정은 안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남북관계와 관련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집단으로서 (북한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은 세력들이기 때문에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을 가할 때도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결론을 낼 수도 있는 세력이란 걸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해 "'단일민족'에서 소위 '두 개의 국가'란 원칙으로 변경하는 것이 큰,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 기저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는 북한 주장에 따라 판단하기보다, 북한의 군사력과 경제 상황, 과학기술 역량 이런 것을 아주 면밀히 분석해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에 대해선 "북한이 핵을 포기하든 안 하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톱다운 방식은 곤란하고, 실무자 간 교류와 논의가 진행되며 의제도 만들고 결과를 준비해 놓고 정상회담을 해야지, 그냥 추진한다고 해서 끌고 나가는 것은 아무 결론과 소득 없이 보여주기로 끝날 수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세 분 다 남북관계를 잘 해보려고 노력을 하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우리가 돌이켜 봤을 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봐야 되겠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보수층 일각에서 제기된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선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라며 "우리가 마음먹으면 (핵무장에)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국가 운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NPT를 철저히 준수하는 게 국익에 더 부합된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직하고 매사에 진정성 있는 정치인"
외교 정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미국 대선 전망에 대해선 "동맹국 선거 문제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선거 결과를 예측하거나,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다만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란 게 그렇게 왔다갔다 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더 업그레이드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큰 변화는 없을 걸로 본다"고 했다.
대담 중 윤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방문 시 '아메리칸 파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자료화면으로 재생됐으며, 윤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게 된 뒷이야기를 길게 설명하기도 했다.
한미관계와 더불어 외교 정책에서 공을 들인 한일관계 개선에는 적극적으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는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다. 아주 정직하고 성실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매사에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호평했다.
또한 최근 일본 기업의 징용 피해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배상 판결이 맞냐 안 맞느냐는 더 이상 지금 논란할 필요가 없는 사법부 최종심"이라며 "이 판결이 선고되는 것과 상관 없이 한일관계는 복원됐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한중관계와 관련해선 "대한민국과 중국 간 기본적인 국정 기조, 대외 관계 기조는 다르지 않다"며 "요소수 사태 같은 것이 좀 있었지만 빠른 시일 내 그런 문제가 관리되고 있고 한중관계 문제도 크게 우려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 및 리창 총리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졌던 회담을 언급하며 "두 분 다 자유무역주의, 다자주의를 존중한다고 얘기를 했고, 저 역시도 자유무역주의와 다자주의를 존중한다고 했다"면서 "상호존중,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공동의 번영. 이런 것과 전부 토대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 가능성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대담에선 최근 악화된 한러 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 질문과 답변이 나오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한편 윤 대통령은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을 언급하며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우리나라 고령화 때문에 의사 수요는 점점 높아가기 때문에 의사 증원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들이 너무 많이 선거를 의식을 하고 이 문제를 의료 소비자인 환자, 환자 가족과 또 의료진과의 이해 갈등 문제로만 봤다"며 "제가 볼 때는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의료개혁 취지를 강조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국회에 당부한 데 대해 "근로자들의 안전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일단 처벌 수위가 굉장히 높고 책임 범위가 굉장히 확대돼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이걸 감당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근로자의 어떤 안전 사고가 실제로 더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실증적인 긍정적인 결과가 없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고물가 대책으로 "국민들의 실질임금, 가처분 소득이 물가가 오르면 줄어든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생필품, 생활물가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을 통해서 물가 관리를 좀 적극적으로 해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0.6%까지 낮아진 합계출산율 등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는 "일단 1.0%를 목표로 해서 방안을 강구해야 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좋은 정책을 쓴다고 해서 출산율이 꼭 느는 것은 아니었다는 경험을 저희들이 얻었다"면서 "가정을 중시하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가치를 가지고 살 수 있어야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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