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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당하자 "조종당했다"는 사단장…생존해병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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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당하자 "조종당했다"는 사단장…생존해병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지 마라"

입장문 내고 사단장 저격 "떳떳하게 책임 인정하고 수사 받으라"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고소한 병사를 향해 "자신과 해병대에 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입장을 반박하는 해병대 생존 장병 입장문이 나왔다.

예천 내성천 수해 현장에서 고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생존한 해병대 예비역 병장 A씨는 14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임 전 사단장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며 "떳떳하게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

A씨로부터 고소 당한 임 전 사단장은 최근 군사법원에 제출한 188쪽 분량의 진술서에서 "나는 병사들에게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A씨의 고소는 당시 함께 작전에 투입된 다른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헌신적인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수근이의 고귀한 희생을 폄훼하는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또 "A씨는 자의로 고소한 게 아니라 군인권센터에 조종당하는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하면서 이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과 닮았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이에 관해 "사고가 난 날은 사단장이 시찰하러 온다고 다들 긴장해있었다"며 "그런 날 대놓고 사단장의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무리하고 위험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대대장이 존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임 전 사단장 주장은 군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라는 입장인 셈이다.

A씨는 이에 더해 "사단장의 진술서가 사실이라면 사단장은 스스로 무능력하고 영향력 없는 사단장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명예훼손'이라는 임 전 사단장 주장에 관해서는 "저도 그 작전에 투입되었던 사람"이라며 "수해를 겪은 주민들을 위해 했던 고생과 보람을 스스로 깎아내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신은 "다만 우리의 피땀을 왜 사단장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엉뚱한 방법으로 동원하다가 소중한 전우를 잃게 만들었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A씨는 자신의 임 전 사단장 고소 이유도 자세히 밝혔다.

그는 "아무리 전역을 했다지만 제가 복무했던 부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던 사단장을 고소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제가 정말 바랐던 것은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누구의 압력으로 인해 안전장비 하나 없이 물에 들어가는 무리한 수색이 진행된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수근이의 목숨을 앗아간 그 황당한 지시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고, 숨기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해병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며 "저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진실을 밝히는 일이 꼭 필요하다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저는 제 뜻으로 사단장을 고소했다"며 '북한 사이버 공격을 닮았다'는 임 전 사단장 주장을 두고 "황당해서 뭐라 덧붙일 말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는 "지휘권을 우습게 만들고,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임성근 전 사단장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A씨는 또 "188페이지나 되는 진술서 어디에도 수근이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며 "아무쪼록 수사기관과 국회가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임 전 사단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고발 사건과 기존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를 동시 진행 중이다.

다음은 A씨 입장문 전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전 사단장 진술서에 대한 해병대 생존병사 입장문

안녕하십니까, 예천 내성천 수해 현장에서 故채수근 상병과 함께 호우피해복구작전에 참여하였다가 급류에 휩쓸리는 사고를 겪고, 2023년 10월 24일 자로 만기 전역 한 해병대 예비역 병장입니다.

저는 전역 이후 10월 25일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소하였고, 고소인 조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임 전 사단장을 소환은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달 전에는 이 사건으로 국정조사를 진행해달라는 안건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갔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아직 국회의장이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나 수근이 모두 힘없고 평범한 사람들이라 우리의 피해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나보다 하는 생각에 실망감이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을 일, 괜히 일을 키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더 큽니다.

잊어보려고 노력해도 여전히 사고 당일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구조되었던 저는 땅을 밟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하류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수근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습니다. 그러다 힘이 빠져 주저앉아 흘러가는 물을 지켜만 보던 그때의 무력감이 여전히 저를 힘들게 합니다. 현충원으로 수근이를 만나러 가려다가도 용기가 나지 않아 중간에 발을 돌린 날도 있었습니다. 우리 대원들 모두 평범하게 남들처럼 군복무를 했을 뿐인데 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서로를 기억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중 며칠 전, 뉴스를 통해 임성근 전 사단장이 군사법원에 제출했다는 진술서를 보았습니다. 188페이지나 되는데 대부분 자신이 억울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진술서에는 제 이야기도 담겨있었습니다.

아무리 전역을 했다지만 제가 복무했던 부대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었던 사단장을 고소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명목상 임 전 사단장에게 제가 겪고 있는 PTSD 등의 피해에 대해 업무상과실의 책임을 묻고자 고소를 한 것이지만, 제가 정말 바랐던 것은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해병대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누구의 압력으로 인해 안전장비 하나 없이 물에 들어가는 무리한 수색이 진행된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수근이의 목숨을 앗아간 그 황당한 지시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고, 숨기고,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해병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고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로서 진실을 밝히는 일이 꼭 필요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사단장을 고소했습니다.

죄지은 사람이 자신을 변호하는 것까지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도 그 사람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저를 맹비난했습니다. 제가 같이 작전에 투입된 다른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헌신적인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수근이의 고귀한 희생을 폄훼하는 명예훼손을 했다고 써놨습니다. 저도 그 작전에 투입되었던 사람입니다. 수해를 겪은 주민들을 위해 했던 고생과 보람을 스스로 깎아내릴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피땀을 왜 사단장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엉뚱한 방법으로 동원하다가 소중한 전우를 잃게 만들었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뿐입니다.

제가 병사라서 군대를 잘 몰라서 그런다는 말도 써놨습니다만, 다시 되묻고 싶습니다. 사단장 본인은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는데 대대장이 이걸 어기고 물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사단장에게 묻습니다. 사고가 난 날은 사단장이 시찰하러 온다고 다들 긴장해있었던 날입니다. 그런 날 대놓고 사단장의 명령을 어기고 무리하고 위험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대대장이 존재할 수 있습니까? 사단장의 진술서가 사실이라면 사단장은 스스로 무능력하고 영향력 없는 사단장이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마십시오. 지금이라도 떳떳하게 자기 책임을 인정하고, 수사를 받으십시오.

사단장은 제가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고소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취약한 제가 남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요.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저는 제 뜻으로 사단장을 고소했습니다.

제가 자신을 고소한 것이 국민을 선동하고, 지휘권을 와해시키는 이적행위이고 북한의 사이버 공격의 한 형태라던데 제가 북한의 지령이라도 받고 일부러 사단장을 고소한 것입니까? 황당해서 뭐라 덧붙일 말도 없습니다만 지휘권을 우습게 만들고,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리며,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임성근 전 사단장 자신이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 사람이 제가 사랑했던 해병대를 그만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188페이지나 되는 진술서 어디에도 수근이의 명복을 빈다는 말이나 미안하다는 말이 없던데 참 씁쓸합니다. 아무쪼록 수사기관과 국회가 하루빨리 진실을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3. 12. 14

해병대 예비역 병장 OOO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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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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