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채 상병이 소속됐던 A 포병대대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경호 변호사는 임성근 전 1사단장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해병대 부하들이 강물에 들어가 수색하는 사실 자체를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하여 '물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훌륭하게 공보활동이 이루어졌구나'라고 독려한 객관적인 카톡(카카오톡 메신저)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허위사실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대민지원 당시) 예천 공설운동장에 지휘통제본부가 있었으나 당시 7여단장은 현장 지휘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도로정찰 위주로 하고 가능하면 수변, 더 나가면 수변 아래 정도 지시를 내린 정황이 보이며, 7여단장의 이전 지시보다 강화되어 무릎아래까지 들어가라는 지시는 그 윗선인 임 전 사단장의 지시임은 충분히 카톡 대화 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가 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A 포병대대장은 다른 포병대대장인 B 중령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수변 일대 물이 아직 깊다"며 우려를 표했고, B 중령 역시 당시 지휘통제본부장인 7여단장과 통화해 현장의 위험성을 알렸으며, 이후 "도로정찰 위주 실시하되 필요(가능)구간 수변정찰 실시"라는 지시를 전파했다.
김 변호사는 "(현장 지휘관들은) 당시 수해로 길이 모두 끊기고 강물이 범람한 위험한 상황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휘관들이 자신의 대대원에게 '강물에 들어가라', '허리 아래까지 들어가라'는 명령을 직접 스스로 내렸다는 주장은 모순 그 자체"라고 강조하며 임 전 1사단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임 전 1사단장은 군사법원에 채 상병 사건과 관련 "수중 수색을 하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현장 지휘관들이 잘못 알아들어 생긴 일"이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한겨레>가 7일 보도했다.
임 전 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항명죄 등으로 군사법원에 기소된 상황에서 이같은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에서 임 전 1사단장은 채 상병이 소속됐던 해병대 포병대대장들을 책임자로 지목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전날 '신속기동부대장(7여단장)에서 포병11대대장으로 지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본인의 최초 지시가 변질됐다고 밝혔다.
임 전 1사단장은 채 상병 소속부대의 최고 책임자였으나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연수를 떠났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수사와 관련해 외압 의혹이 불거지는 과정에서 이른바 '윗선'에서 혐의를 제외시키려는 대상자로 꼽히기도 했다.
박 전 단장은 7월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를 보고할 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관할 경찰청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장관은 이 보고에 본인이 서명하면서 내용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7월 31일 국방부에서 돌연 해병대에 이첩 중지를 요구했고 이날 계획됐던 언론 브리핑도 취소됐다. 이후 다음날인 8월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 전 단장 간 통화에서 박 단장은 유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수사 대상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이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의 요구와 법 집행 사이에서 해병대 사령부가 망설이는 가운데, 해병대 수사단은 8월 2일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는 해당 이첩 자료를 거둬들이며 박 전 단장을 보직해임했고, 군 검찰은 그를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죄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단장 측은 윤석열 대통령이 혐의자를 축소하라고 요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단장이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7월 31일 혐의 내용을 삭제해야 하는 이유를 묻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하면서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렇게 됐다"고 답했다는 설명이 나오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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