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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5개월, '교사보호는 없고 학생인권만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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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5개월, '교사보호는 없고 학생인권만 폐지'?

교육부 '학교구성원 조례'에 시민단체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서이초 대책?" 반발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가 교사 보호 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두고 "학생인권만 후퇴시키고 교사 인권에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생·청소년 인권 운동 연대체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은 2일 성명을 내고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내놓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 관한 조례' 예시안에 대해 "노골적으로 전국의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하는 시도"라는 평을 내놨다.

이들은 특히 해당 예시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학교구성원에 대한 세밀한 고려도, 인권의 보장도 없는 책임만 가득하다"며 교육부를 겨냥 "(교사 문제에 있어) 개인적 차원의 책임만 논하면서 학교구성원들의 고통을 만들어내고 방치한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교육 당국은 진짜 책임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달 29일 ‘상호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을 규정’한다는 취지로 학생, 교원, 보호자의 권리·의무와 학생(보호자)-교원 간 민원·갈등 발생 시의 처리·중재 절차 등을 담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발표했다.

예시안엔 지난 7월 서이초 사태 이후 논란이 됐던 △공식적인 창구 이외의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민원 응대 △근무시간 외·업무범위 외 부당한 간섭이나 지시 등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교사에게 부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러나 학생들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휴식을 취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 지역 학생인권조례들이 명시하고 있는 학생인권 관련 사안은 내용에 들어있지 않은데다,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해 다른 조례와 이 규정이 충돌할 경우, 조례 예시안을 우선 적용한다’고 밝혀 사실상 학생인권조례 무력화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교육부는 서이초 사태 이후 이어진 교권보호 관련 공청회 및 토론회 등에서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해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 9월 대정부질문 당시 '서이초 사태'로 촉발된 교사 인권 문제를 두고 "학생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보호되지 못했다"고 문제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로 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서이초 사태 이전부터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주장해온 보수교육계가 해당 기조의 중심에 서면서 청소년·인권단체 등지에서는 "초등학교 교사 사망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에 떠넘기기로 작정한 교육부는 학생인권 사냥을 위한 수순을 속속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기사 ☞ '칼부림'도 학생인권조례 때문? 서이초 비극 '발판'삼는 보수교육계)

▲지난 8월 1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앞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전국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서울학생인권조례의 제4조를 보면 이미 자기 자신을 존중할 책임,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책임, 정당한 학교 규범을 존중할 책임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지역의 조례도 마찬가지"라고 교육부 등의 학생인권조례 관련 기조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번 책임조례 예시안의 내용을 두고 "협력과 존중이라는 자발적 책임의 언어를 금지와 준수라는 명령의 언어로 바꾸고, 기계적으로 각 구성원에게 6개의 권리와 6개의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며 "책임조례안과 교육부야말로 인권이 말하는 책임을 가장 경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학생인권조례안 속 내용들이 해당 예시안엔 명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학생이 학교에서 동등한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개성을 실현할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같은 최소한의 권리마저도 삭제한 이 조례안이 어떻게 학교구성원의 권리를 균형적으로 담았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학생, 교원, 보호자 간의 균형적 권리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육감, 학교장, 교원이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할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단체는 또 "현재 경기도와 전라북도는 기존의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거나 별도의 조례를 통해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고, 서울과 충청남도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교육부의 '책임조례안' 발표가 후퇴의 명분을 제공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까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예시안의 목적이 지역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서이초 사태 이후 보수교육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학생인권 강화로인한 교권약화' 주장 자체에 대해서는 "사회적 지위가 다른 구성원들을 기계적으로 묶어 실재하는 권력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불평등을 가리고 있을 뿐"이라며 "(이번 예시안과) 유사한 조례들이 학생인권만 후퇴시키고 교사 인권에도 실익이 없다는 점은 이미 인천, 전북의 사례에서 입증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인천, 전북 등 지역은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권침해 사례가 오히려 감소한 지역이다.

한편 교육부의 예시안 발표에 모든 지역의 교육계가 동감을 표하고 있지는 않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예시안이 발표된 지난달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정될 학생인권조례에는) 권리조항과 책무성 조항이 있다. 그 중 권리 조항을 후퇴시키는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책무성은 저희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개정안에서) 상당 부분 보완했는데, 교육부 안에도 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8월 1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왼쪽) 및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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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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