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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젠더정책, 저는 할당제에 굉장히 민감"…웬 '할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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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준석 "젠더정책, 저는 할당제에 굉장히 민감"…웬 '할당제'?

금태섭 "어떤 문제든 토론할 수 있다", 김종인 "사소한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지만…

정치권의 제3지대 신당 논의와 관련, 중도연합세력 '금요연석회의' 일원인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과 보수진영 비주류 그룹을 대표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간의 연합 가능성이 연일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연일 자신의 안티-페미니즘(反여성주의) 성향을 드러내고 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이 문제가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13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신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묻는 질문에 "이념적 잣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음모론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 예를 들어서 '부정선거다' 이런 사람들 아니면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 5.18이 폭동이라 하는 사람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그냥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고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얘기할 수 있다"고 하면서 뒤이어 여성주의 문제를 스스로 먼저 꺼냈다.

이 전 대표는 "예를 들어서 저는 젠더 정책도 여러 가지에 있어서 제가 가진 입장에 대해서 반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반대가 합리적인 것이라면 얘기해 볼 수는 있다"며 "예를 들어서 젠더 정책 같은 경우 저는 할당제나 이런 것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한데 할당제에 대해서는 저랑 다른 의견에서 토론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갑자기 누가 나타나서 '여자라서 죽었다' 이런 구호에 가까운 것들을 막 들이미는 순간 저는 '이건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이 든다"며 "이건 대화의 영역이 아니다. 그거 하면 저는 '그렇게 혼자 하세요'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 정책의 영역에서 뭔가 고민한다면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에도 "(금 위원장은) 여성할당제를 지지하는 입장이고, 그건 저랑 완벽하게 정책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여성할당제만 강조하고 있지만, 여성 의제와 관련 그가 답해야 할 핵심 질문은 할당제가 아니라 '성차별의 존재, 즉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느냐'이다.

이 전 대표는 현직 대표 시절부터 이를 집요하게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할당제 반대는 그에게 당연한 귀결이다. 나아가 그가 그간 밝힌 '젠더 정책에 대해 가진 입장'이란 사실상 현존하는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하고, 차별을 개선할 적극적 조치에 대해 대부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정책적 토론을 할 수 있다'는 말도 공허하다. 차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데 "정책"으로 개선한다는 게 앞뒤가 안 맞기 때문.

이 전 대표는 2021년 '페미니즘 백래시' 때부터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유권자 집단을 겨냥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왔다.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한국경제> 인터뷰에서는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면' 당연히 보정해야 한다"며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언급을 했다.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일각의 문제제기는 너무 비현실적"이라며 "예를 들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전혀 공감이 안 됐다. 해당 책 작가는 자신이 걷기 싫어하는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는데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서도 그는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있어서 어떤 제도적 불평등과 차별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보증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여성혐오·성착취 범죄 문제에 대해 "개별 범죄를 끌어들여서 특정 범죄의 주체가 남자니까 남성이 여성을 집단적으로 억압·혐오하거나 차별한다는 주장"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성범죄 엄벌주의를 주장한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와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씨가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자 이 전 대표(당시 현직 대표)는 이를 강력히 반대해 결국 무산시켰다.

이 전 대표는 현직 대표이던 시절, 당선 직후부터 대선 국면에서까지 <프레시안>이 '한국사회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을 수 차례 건넸지만 한 번도 답을 하지 않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회피하기만 했었다. 이는 그가 앞서 신문·방송 인터뷰나 SNS 등을 통해 밝힌 입장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 신당과 관련해 이 전 대표와 함께 '빅 텐트'에 몸담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금 위원장의 새로운선택 창준위와 △장혜영·류호정 의원과 조성주 전 정책위부의장 등 정의당 의견그룹 '세 번째 권력' △양향자 의원과 최진석 서강대 교수 등이 이끄는 한국의희망 신당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정치혁신포럼 당신과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일부 비명계 그룹 등이다.

이 전 대표를 제외한 이들 전원은 여성주의의 문제의식에 우호적이거나 최소한 구조적 성차별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았던 이들이다. 특히 금 위원장은 20대 국회의원 당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 최초로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이 반여성주의를 자신의 정치 기반이자 동력으로 삼았던 이 전 대표와 같은 배를 탈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역설적으로 한국 현실정치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페미니즘 의제가 의미 있는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회동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금 위원장은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지난 2021년 너무 큰 화두가 '젠더 이슈'(여성 문제)이니까, 거기서 완전히 다른 관점을 가진 것은 맞다"며 "결국 토론을 하면 어느 게 옳은지 가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 제가 가진 입장보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이동할 수 있겠다"라면서도 "대단한 이동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류호정 의원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페미니스트 아젠다에 대해 저랑 생각이 안 맞는 것에 대해 그 분들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적어도 저는 제 생각을 굳건히 가지고 간다"고 했었다.

금 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와의 지난 10일 회동에 대해 "그날 처음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거기 때문에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그 이후로도 계속 만나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이게 한 번에 되는 것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금 위원장은 '두 사람이 교집합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에 "이 전 대표하고 저하고 정말로 생각이나 입장이 다른 점이 많은데, 원래 생각이 다른 사람이 같이 모여서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함께 나가는 것이 진짜 좋은 정치"라며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수박'이라고 부르거나 '내부 총질'이라면서 쫓아내려는 것에 유권자들이나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여성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서도 맞춰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저도 중간까지 가고 이 전 대표도 중간까지 와서 의견을 조절해서 하나로 맞춘다기보다는 '어떤 문제든지 우리가 토론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옳은 의견, 현실에 맞는 의견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으면 저는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금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제3지대 신당이 만들어졌을 경우 움직일 수 있는 현역 국회의원 수를 몇 명까지 보시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숫자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그 전제조건으로, 제가 이 전 대표를 만나고 한 것도, 유권자들한테 단순히 '이것이 옳다'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금 위원장과 이 전 대표 간의 지난 10일 오찬회동을 주관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금 지향점이 다를지 모르지만 대의를 위해서 그런 사소한 문제 같은 것은 그냥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봉합에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여성 정치라든지 정책적으로 약간 두 분이 안 맞는 면도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한국 정치를 새롭게 해야겠다고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면, 다른 어떤 사소한 의견 차이는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너무나 그렇게 신경을 안 써도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말이 좀 거칠다, 혐오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는 "이 전 대표가 사실은 상식 밖의(처우를 당했다), 여당 대표 하는 사람을 징계하지 않았느냐"며 "그러니까 어느 정도 감정이 폭발할 수밖에 없고 말이 거칠어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그를 감싸면서 "이 전 대표도 이제 앞으로 점차적으로 자기의 언어나 이런 측면에서도 순화도 가져올 것이고 정상적인 지도자의 길을 걸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을 안 해도 되지 않나"라고 했다.

"내가 아는 금태섭 의원이나 이준석 전 대표나 이 사람들이 그렇게 무리하거나 비합리적인 사람들은 아니라고 본다"고도 했다. '말이 거칠다'는 부분 외에 '혐오 정치'라는 부분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는 이 전 대표가 지금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당을 발족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것은 이 전 대표가 어디가 가장 유리한 지역인가 선택하는 것에 달려있다"며 "과거 2016년에 안철수 의원이 호남을 기반으로 해서 선거에 성공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가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했을 적에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이렇게 나는 생각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신당 창당이 여의치 않다면 대구에 혼자 무소속 출마하는 선택지도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자 "그렇게 되는 상황은 신당에 대한 기대치와 지지율이 거의 바닥 수준이어서 아무도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대구 출마할 이유는 없겠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김 전 위원장과 금 위원장은 지난 10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회동을 갖고 제3지대 신당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신당 합류가 점쳐진다. 사진은 지난 4월 국회 포럼 당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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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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