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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로 대입 전문성 키워온 尹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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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로 대입 전문성 키워온 尹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

[박세열 칼럼] 스스로 '킬러문항'이란 좁은 프레임에 걸어 들어간 대통령

역시 수사를 통해 입시 전문성을 쌓아온 검찰 출신 대통령(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답다. 교육 정책을 검찰 수사하듯 한다. '킬러 문항'의 '핀셋 제거'라는 말도 나왔다. 벌써 교육부 대학입시 담당 국장과 교육과정평가원장을 날리고 시작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무총리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교육부에 대한 복무 감사에 돌입했다. 대통령이 지난 3월부터 수능 모의고사에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 문항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어떤 복무 행태를 감사하는 것인가. 직권남용인가, 복지부동인가?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보안을 요하는 수사처럼,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어떤 형태로 등장했는지부터, 모든 게 베일에 가려있다. 킬러 문항이 6월 모의고사에서 실제 등장했는지 여부조차 아직 정부가 '분석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킬러 문항' 혐의는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대통령이 킬러 문항에 격노한지 일주일도 넘은 오는 26일에 그걸 공개한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전광석화같은 '깨알 지시'에 대한 반응 치고 너무 오래 걸린다. 대체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소통이란 걸 하고 있는 것인가.

공개된 후에도 문제다. 과연 공개될 문제는 '킬러 문항'인가 아닌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킬러 문항'의 기준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어렵다' 느끼면 킬러 문항인가? 여론조사라도 할 것인가? 나아가 공개된 킬러 문항 수준의 난이도 문제가 9월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제거되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킬러 문항이 제거됐는데 사교육비 통계 수치상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인가? 변화가 없다면 대통령이 직접 챙긴 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될 것인가? 대통령은 지금 스스로에 대한 평가 기준을 '킬러 문항'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 수사처럼, 킬러 문항을 잡아 넣고 철창문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 이 스토리가 끝나면 다행이다. 그러나 정책은 수사가 아니다. 킬러 문항을 잡았을 때, 그것이 실제 국민의 생활에 어떤 이익으로 돌아가는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킬러 문항, 문제다. 중요하다. 그런데 무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모의고사 수능 문제 출제까지 꼼꼼히 챙기는 '만기친람' 방식은 우려스럽다. 검찰 수사하듯 '킬러 문항'과 그와 연계된 '이권 카르텔'의 환부를 도려내면 마치 사교육이 줄어들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고 스스로를 가뒀다. 실제로 수술하듯 교육 정책을 만지고 있다. 깡패를 많이 잡는다고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벌 총수를 구속한다고 재벌 개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사교육 '이권 카르텔', 이게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본보기로 '카르텔 패밀리' 몇명 잡아들인다고 사교육 시장이 축소될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그게 유의미한 저출생 대책으로 이어질 것 같지도 않다. 지나친 비약 같나? 하지만 이 비약의 모델은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제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대통령의 '킬러 문항 타령'도 뜬금없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지시했다고 반박했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3월 28일 '저출산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을 마련하면서 내놓은 '저출산 5대 핵심 분야'에서 사교육 문제는 달랑 한 줄 언급돼 있다. 그 내용도 (사교육비 경감) 빈틈없는 돌봄과 수준 높은 방과후 프로그램제공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 마련" 수준이다. 대입 수능시험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었다.

지금 교육 정책을 다루는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다룬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방식을 강구했지만, 정작 시장 구성원들에게는 마치 '부동산 세금만 올리면', 마치 '공직자의 주택 보유 수만 줄이면', 마치 '다주택자만 단속하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처럼 받아들여진 면이 있다. 정부의 나이브함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공격, 부동산 수요·공급 주체의 심리 예측 실패가 뒤섞인 것이다. 모든 걸 고려해 법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했어야 하는 일인데, 정부 스스로 '공직자 2주택'과 같은 특정 사례를 제거하는 대증요법에 매몰되며 좁은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부동산이 심리라면, 교육도 심리다. 교육 정책 역시 부동산 정책 못지 않게 복잡하다. 대통령이 직접 눈에 보이는 '킬러 문항'(실제 존재하는지 아직 알 수 없는)을 때려잡겠다고 검찰 수사하듯 달려들면 여론의 이목은 킬러 문항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통령과 교육당국이 움직일 공간은 좁아진다. 대통령 스스로 '킬러 문항' 프레임을 만들고 자신을 가둔 셈이다. 

이제 6월 모의고사, 9월 모의고사, 12월 수능에서의 최대 관심은 '킬러 문항'이 됐다. '킬러 문항'이 나타났느냐, 안나타났느냐가 논쟁이 될 수밖에 없고, '불수능'이든 '물수능' 그에 따른 혼란도 대통령이 오롯히 책임지게 되어버렸다. 만약 '킬러 문항'이 제거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교육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평가마저 대통령이 안아야 한다. 킬러문항을 제거했는데 사교육비가 줄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오면 이제 뭐라고 할 것인가. 

사교육 문제가 문제 출제 '기술'의 문제였다면 진작 해결됐을 일일 것이다. 한심스럽게도 보수 언론은 대통령의 '킬러 문항 죽이기' 장단에 맞춰 사교육 시장 몇몇 기술자(일타강사)들의 초호화 생활을 캐내고, 이미 수십년 지난 야당 정치인의 '학원 운영' 경력을 보도하고 있다. 이런 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기 위해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땅 구매를 추적하는 것만큼이나 허탈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학원 강사 세무조사 하고, '카르텔'로 지목된 전직 교육부 간부 몇 명 잡아들이면 사교육비가 줄어들까? 

검찰은 사회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나쁜 놈'을 포착해 잡아들이고 벌해 '나쁜 짓 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검찰 수사는 보직을 날릴 수 있고 때론 사람을 처벌할 수 있고 '권 카르텔'을 일시적으로 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교육 정책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근본적으로 '조국 사태'에 올라타 정시 모집 확대 여론을 받아들여 공약에 반영한 윤석열 정부가, 정시의 근간인 수능의 변별력을 손대겠다는 것도 모순이다. '모순'은 이 정부의 주요한 특성이기도 하다.  

검찰 수사로 대학 입시의 전문성을 키운 윤 대통령이 걱정스러운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실시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쌍안경으로 훈련 현장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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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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