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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세와 환경보호세로 대중교통 요금 무료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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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세와 환경보호세로 대중교통 요금 무료화 가능하다

[복지국가SOCIETY] 보편적 교통복지는 기본적 인권이다

우리는 보통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이나 기회가 제한된 사람들을 교통약자라고 알고 있다. 신체장애로 인해 다른 사람이나 특수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거나 버스나 전철 등 공공 교통수단 활용이 제도적으로 불편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인보다 훨씬 큰 불편함을 겪는 장애인들은 교통편의를 확장하기 위한 인권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교통약자의 개념을 더 광범위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목적지에 바로 못 다다르고 길에서 시간을 낭비한 경험을 누구나 해 보았지 않았는가? 성능 좋고 근사한 승용차를 타고도 이동에 필요한 시간보다 실제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내야 한다면 교통 시스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아스팔트 위에서 벌어지는 정체 상황으로 인해 낭비되는 건 개인 시간뿐만이 아니다. 비용혜택(cost-benefit) 분석 관점에서 쓸데없이 차에 쓰이는 추가 연료와 그로 인해 생기는 공기 오염, 차 안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영향도 함께 생각해 볼 일이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환경문제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도시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체증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압박감은 매우 크다. 과학 영화에서처럼 하늘 길로 빠르게 다니는 첨단 이동수단이 대거 출현할 때까지 자동차는 길 위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의 기동력을 대신하는 땅 위의 이동수단일 뿐이다. 기막힌 일은 사람이 걸어야 할 인도에 버젓이 차가 주차되어 있다거나 차도를 건널 때 성급한 운전자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벌어지는 등 사람보다 차가 우위를 차지하는 행태이다.

자동차나 기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은 현대생활에 필수적인 신속한 기동성과 함께 독립된 생활 중심의 개인주의 삶의 패턴을 인류에게 주었다. 고급 자동차는 신분 상승을 가시화하는 사회적 효과까지 일으킨다. 80년대 미국의 신자본주의 경제정책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일으켰고, 그 결과 더 큰 부를 누리게 된 상류층에서 최고급 개인 비행기가 일반 경비행기보다 훨씬 많이 팔리기도 했다. 비교적 값싼 소형 비행기 대신 훨씬 호화로운 개인 비행기를 선호한 졸부들이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키운 것이다.

교통수단은 사회적 인간관계에 눈에 띄게 영향을 미친다. 교통문제 관련 크고 작은 정책 결정은 공동체 의식 형성이나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거나, 그와 반대로 보편적 복지효과를 확장하는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하는 공공 자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마땅히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표적 상징물로서 자동차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앞으로도 다양하게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개인의 경제 능력이나 선호도와 무관하게 누구나 무상으로 누려야 할 자원이 있다. 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 된 것은 산업혁명이 가져온 현대사회의 모습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자연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물은 자연의 선물이 아닌 상품 가치를 갖게 됐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대사회에 몸담고 사는 인류에게 적어도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은 건강한 삶을 위해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고 살아야 할 삶의 기본조건이 되어야 한다. 물과 공기뿐이 아니라 토지의 소유권에 관해 깊이 통찰할 필요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백인의 침공을 받을 당시 그들의 전통가치관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점 중 하나가 어떻게 지구 어머니인 땅을 개인 소유물로 보느냐는 것이었다.

공기나 물과 함께 토지를 개인 자산이 아닌 공공 자산으로 보는 경제체제는 현대 사회에도 있다. 가까운 예로 북한과 대만이 있다. 오늘날 대만 경제의 성공 배경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토지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제도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대만 정부는 토지세와 건물세를 따로 분류하여 지방세를 부과한다. 건물에 해당하는 부동산 소유권과 달리 그 부동산이 자리 잡은 토지는 물이나 공기처럼 공적 자산으로 보는 개념이다. 대만에서는 토지의 유형에 따라 과세 방법이 다르게 적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유형별로 지방세가 적용되는 것과 같다.

진보적인 사회 비전을 고민하는 정부라면 토지세를 강하게 부과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필자는 토지세로 재원을 마련해 대중교통 요금을 완전히 무료화하는 보편적인 교통복지에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모든 시민에게 평등한 이동권과 삶의 질이 보장된 세상을 꿈꾸는 독자들은 계속 이 글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자유로운 통행권

선별적 복지제도의 본산인 미국은 시민에게 교통 바우처를 제공한다. 교통비가 부족해 실업 상태에서 새 직장을 찾기 위한 취업 인터뷰도 힘든 극빈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교통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나 중소기업에서 취업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동행바우처' 제도를 실행한다. 한 달에 5만 원의 교통비가 바우처로 지급된다. 경기도는 지역 청소년에게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6만 원씩 지급하는 선별적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이 미미한 교통비 지급을 위해 자격조건을 갖춘 청년수혜자를 선별하는데 드는 행정비용이 오히려 더 들어갈 것 같다.

설사 보편적 복지혜택이 모두에게 주어져도 선별적 복지서비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있다. 자가용 사용이 불가능한 이나 독립적인 활동이 어려운 이는 교통 욕구를 채우기 어렵다. 신체가 부자유하거나 다른 어떤 이유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없는 이는 언제든 사회복지시설이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장애인, 병자, 노인, 빈곤 구직자 등 사회적 약자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기본적으로 공공 교통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 신체의 자유가 있다한들 교통비가 부족해 이동할 자유가 제한된 이라면 그 역시 교통약자다. 이동권은 선별적으로 인지되는 교통약자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교통서비스에 들어가는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으로서 필자는 토지 주인에게만 적용되는 토지세를 제안한다. 또한 정부가 모든 시민에게 제공할 교통서비스 확충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항공기와 선박에 부과하는 환경보호세를 강화해야 한다. 기득권층이 이에 반발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보편복지 개념이 널리 안착돼야 한다. 무상급식의 도입 덕분에 예전보다 복지제도의 효용성이 더 널리 알려졌다. 무상급식제도에 이어 아동수당, 노인 기초연금 등이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 아직 교통서비스는 그에 이르지 못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가 시행하는 대학 등록금 무료화 제도처럼 한국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화하는 공공 교통권이 안착하려면 우선 대중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자유로운 이동권과 지속가능한 교통정책

필자는 외국의 도시를 여행할 때 일부러 차를 타지 않고 걷는 습관이 있는데 그 도시 분위기를 체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편리하게 발달하지 않은 미국의 대도시에서 주변에 걷는 사람이 거의 없을 때, 옆으로 쌩쌩 달리는 차의 행렬을 보며 소외감을 느낀 경험이 있다. 보행자를 보기가 매우 어려운 미국 대도시 외곽에서 차를 타고 가는 사람과 걸어서 가는 사람으로 상징되는 불평등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남녀 불평등, 지역 간 차이, 강대국과 빈곤국 사이 세력싸움 등 여러 유형의 불평등이 있지만, 도시 생활의 경우 불평등한 인간관계는 개인 교통수단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모습에서 극렬하게 나타난다.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인구 대다수가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에 일상생활에서의 이동권과 분리해서 삶의 질을 논할 수 없다. 우리나라 도시 어디서나 좁은 골목을 꽉 채운 자가용들로 인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골목까지 메운 자동차로 인해 동네 길을 걸으면서 안전감이나 평안한 기분을 못 느끼는 경험을 한 이들, 자동차가 차지한 도보에서 밀려나 사람이 오히려 찻길로 걸어야 하는 경우를 체험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신생 도시에서도 건설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차공간을 충분하게 만들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웃지못할 현상이다. 사람보다 자동차 먼저인 세상에서는 사람의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신적 평안함과 사회 심리적 안정감이 희생되기 마련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공동체에서 안전한 도보를 사용하여 산책하거나 쇼핑할 수 없다면 일상에서 삶의 질이 높다 할 수 없다.

보편적 복지로서의 무료교통서비스는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사회적 소외감을 줄이고 평등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시민 모두 자유로운 공공교통 이용이 가능해진다면 노인층과 젊은이층 사이에 괴리감을 없앨 수 있다. 중산층과 고소득층도 세금을 낸 만큼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집단심리 면에서 사회통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동체 연대의식이 고양되고 계층 간 사회적 분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스마트한 교통정책인가?

전 세계 도시에서 추진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서 교통은 매우 중요한 사회 간접자본 부문에 속한다. 미래도시의 교통정책을 설계할 때 전체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다루면서 특히 기술을 인간 삶의 다른 영역과 의미 있게 연계할 가능성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산업화 이전 사회에서 말, 마차, 배 등 이동수단은 소유권이 있거나 그 비용을 감당 가능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다. 가난한 일반 대중은 걸어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전통사회와 달리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통신기술과 함께 교통수단은 누구나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 자원이다. 인공지능의 영향력 아래 신속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공공 교통수단은 일반 대중이 필요로 하는 보편적 삶의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필자가 미국에 살면서 경험한 부자 나라의 모순은 많다. 그중 하나는 풍요 속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나는 결핍 현상이다. 대지면적이 넓은 관계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미국에서 빈곤층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택시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모순을 본 적이 있다. 한국은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비교적 잘 발달해 있어서 가히 대중교통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노인층뿐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 교통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좀 더 만족할만한 삶의 기회를 평등하게 추구할 수 있는 이동권을 보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이러한 개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 더 평등한 사회로 진보할 수 있다. 아울러 구성원의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공공복지로서의 혁신적인 교통정책을 추구하는 논의에서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 삶의 질 등 개념이 단순한 도시계획이나 경제성장 지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측정지수로 쓰여야 하겠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스마트한 사람들이 만든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일상의 안녕을 누리고 있다. 다른 한편 인간이 해친 자연과 복잡한 사회환경으로 인해 안전한 식생활조차 위협받고 있다. 친환경 위주의 소비문화로 삶의 패턴을 바꾸는 일에 모두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공공 교통비를 완전 무료화하는 혁신적인 교통복지정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동권과 같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스마트한 삶을 살려면 공공복지로서의 보편적인 교통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

▲대중교통 완전 무료화를 보편적 교통복지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단말기에 도착 및 혼잡도 정보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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