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그곳에 서면! 생애 최고의 봄을 만나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그곳에 서면! 생애 최고의 봄을 만나리

[2023년 4월 제주 봄여행 2박3일 <붉은오름, 말찻오름, 이승악, 감귤박물관과 월라봉, 녹하지악, 녹남봉, 어도오름, 금산공원>]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 수년간 우리를 괴롭히던 코로나19의 기세가 크게 꺾이고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봄입니다. 오름을 찾아가는 발걸음도 그만큼 산뜻하네요. 그래서 올봄은 좀 더 길었으면 좋겠고요. 날아갈 듯한 봄날에 잘 어울리는 제주의 오름들 속에서 2박3일 ‘풍덩’, 새봄을 만끽해봅니다. 

▲이승악 진입로 목장의 한가로운 봄 풍광. 뒤로 논고악과 성널오름이 듬직하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 제24강은 2023년 4월 6(목)-8(토)일, 2박3일로 <제주 봄여행 2박3일 : 붉은오름, 말찻오름, 이승악, 감귤박물관과 월라봉, 녹하지악, 녹남봉, 어도오름, 금산공원>을 찾아갑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중입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참가회원님은 자신과 동행자의 건강을 위해 최종 백신접종을 완료해주시기 바랍니다.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산공원 들머리 동쪽의 데크 쉼터 ‘인상정(仁庠亭)’. 아름드리로 자란 후박나무가 멋지다.Ⓒ이승태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말찻오름과 한라산. 왼쪽의 둥근 정상을 가진 게 사려니숲길 안에 있는 물찻오름이다.Ⓒ이승태

2023년 4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24강 1일차 / 4월 6일(목요일) / 붉은오름과 붉은오름자연휴양림, 말찻오름

꽃 피는 봄날엔 이곳이 제격

-자연휴양림 안 붉은오름

흙빛이 붉다지만 지금은 숲이 울창

제주 사람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모든 이에게 큰 사랑을 받는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은 두 개의 오름을 품고 있습니다. 입구의 ‘붉은오름’과 가장 깊은 곳의 ‘말찻오름’입니다.

붉은오름은 오름을 덮은 흙이 유난히 붉은 빛을 띤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실제로 오름은 붉은빛을 띠는 화산 송이인 ‘스코리아(scoria)’가 뒤덮고 있죠. 사실 제주에는 ‘민오름’만큼이나 많은 게 ‘붉은오름’입니다. 삼별초가 최후의 항전을 펼치다가 전멸해 온 산을 피로 물들였다는 1100도로 서쪽의 붉은오름이 있고, 윗세오름의 맏형도 이름이 윗세붉은오름입니다. 대기고등학교가 터 잡은 봉개동 봉개오름의 또 다른 이름도 붉은오름이죠. 한라산국립공원의 사라오름 맞은편에 솟은 흙붉은오름도 유명하고요. 이들은 모두 흙빛이 붉어서 같은 이름으로 불립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가 붉은오름을 반으로 가르며 지납니다. 정상이 포함된 오름의 북반부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남반부는 서귀포시 표선읍 가시리에 속하죠. 이름과는 달리 지금은 온통 숲이 울창해 붉은 흙빛을 확인하는 것은 힘듭니다. 비고가 120m로 가파른 오름에 속하지만,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닿습니다. 휴양림 입구에서 출발해 오름 분화구를 한 바퀴 돌아내려서는 거리는 2km쯤입니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과 붉은오름Ⓒ이승태

활엽수로 가득한 분화구 둘레길

휴양림에 접한 북쪽 자락과 사려니숲에 걸친 남쪽 자락을 제외하면 오름 대부분은 활엽수 천연림으로 빼곡합니다. 그래서 계절 따라 바뀌는 숲의 아름다움과 변화가 돋보입니다. 오름 분화구는 특이하게도 이중으로 형성된 굼부리를 가졌습니다. 말굽형 화구가 벌어져 내리는 남사면 중턱에 움푹 팬 원형 화구를 가진 신비로운 형태죠. 굼부리 능선은 숲이 울창해 주변 조망이 트이지 않지만, 정상에 오름전망대가 있어서 일대 풍광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물찻오름과 말찻오름, 물장오리오름, 견월악, 절물오름, 거친오름, 민오름, 물영아리오름, 머체악, 거린악, 흙붉은오름, 동수악, 논고악, 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 등 수많은 오름이 봉긋봉긋 솟아오른, 제주 동부의 풍광이 장관입니다.

6.7km 숲의 바다를 건너 만나는 말찻오름

말찻오름은 제주를 대표할 만한 울창한 숲 한가운데에 우뚝 솟았습니다. 이 숲은 사려니숲길과 하나로 붙었으며, 어쩌면 더 매력적입니다. ‘ᄆᆞᆯ찻’은 ‘말의 방목장’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동북쪽으로 트인 말굽형 굼부리를 가졌는데, 길은 붉은오름자연휴양림의 가장 안쪽에 들어선 ‘목재문화체험장’에서 시작됩니다. ‘해맞이숲길’이라 이름 붙은 6.7km의 트레일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종가시나무, 당단풍나무, 서어나무, 보리수나무, 붉가시나무, 산벚나무, 동백나무 등 온갖 제주의 나무들로 빼곡한 숲 사이를 비집고 이어 갑니다. 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숲의 밀도가 높아서 제주 숲의 정령이라도 만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또 그만큼 공기가 청량해 순도 100%의 산소탱크 안을 돌아다니는 기분이죠. 이처럼 깨끗하고 싱그러운 길이 6.7km나 된다는 게 내내 기분 좋은 숲입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숲의 주인인 새와 지나는 바람의 자취뿐입니다. 거의 평지여서 길이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고, 대자연의 신록이 건네는 행복과 힐링으로 걸음도 사뿐사뿐 가벼워지고요. 적당한 지점마다 안내도와 소박한 이정표가 나타나 길을 잃을 염려도 없습니다.

말찻오름이 가까워지면 살짝 오르막길이 나타나지만 힘들 정도는 아닙니다. 해발고도 650m인 말찻오름 정상은 숲에 뒤덮여 조망이 가립니다.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상을 대신해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바위지대가 있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말찻오름 바로 남쪽이 굼부리에 화구호를 가진 물찻오름입니다. 말찻에서 지척이지만 길이 막혀 아쉽습니다.

제24강 2일차 / 4월 7일(금요일) / 이승악, 감귤박물관과 월라봉, 녹하지악

목장 벚꽃터널부터 흠뻑 빠져든다!

-한라산 자락 이승악

이승악 찾아가는 길은 늘 즐겁습니다. 우선 제주 중산간 지대의 거칠고 짙은 자연 풍광 속을 달리는 서성로가 멋지고, 서성로에서 이승악 기슭까지 신례리공동목장을 가로지르는 2.5km의 진입로는 비교할 수 없는 고지대 목장의 운치를 곳곳에 풀어놓았습니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화사하고, 신록의 여름을 지나 가을이면 억새가 한없이 눈부시죠. 진입로 어디서나 동수악, 논고악, 성널오름 등을 끌어안은 한라산이 여간 멋진 게 아니어서 단풍과 설경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이 길은 그야말로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최고의 화폭입니다.

▲이승악 진입로에서 본 한라산과 이승악(오른쪽 밋밋한 봉우리). 길 양쪽이 목장이다.Ⓒ이승태

산의 깊은 서정으로 가득

신례리공동목장은 평지에 조성된 성이시돌목장이나 송당목장과는 차원이 다른 목가적인 풍광으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이 진입로는 몇 번을 가도 질리는 법이 없죠. 길 멀미가 나지 않는, 걷기엔 더할 나위 없는 구간입니다.

한라산의 기운이 그대로 이어지는 이승악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저지대 오름들이 갖지 못한 깊은 산의 서정으로 가득합니다. 확연히 차이 나는 기온 때문에 계절이 더디 떠나가고, 찾아가는 길이 멀며, 속세를 벗어나 있는 듯 고요합니다. 그 고요함을 흩으며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도 좋습니다. 게다가 이승악을 빈틈없이 덮은 숲이 모두 활엽수입니다. 오름마다 흔한 삼나무나 편백나무는 북동능선 끄트머리에서나 겨우 찾아볼 수 있을 정도죠. 그래서 가을 단풍이 유난히 화사합니다.

해그문이소와 숯가마 터

오름 모양이 살쾡이(삵)처럼 생겼다거나 삵이 살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하나의 설로 치부됩니다. 북서쪽의 정상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이승악은 바로 앞으로 종남천의 상류가 지나고, 서쪽 기슭은 명승으로 소문난 수악계곡이 휘감고 흐릅니다.

남서쪽 기슭의 주차장이 들머리입니다. 오른쪽 임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후 능선으로 오르거나 왼쪽의 수악계곡 옆으로 들어서서 북서사면으로 오르기도 합니다. 보통은 임도를 따라 들어선 후 북동쪽 능선을 타고 올라서 전망대, 정상을 지나 수악계곡의 숯가마와 해그문이소를 둘러본 후 출발지로 돌아오는 동선으로 탐방을 합니다. 수악계곡 상류로 조금 올라서 옛 화전민들의 숯가마 터와 해그문이소를 둘러보는 것은 이승악 탐방의 특별한 즐거움입니다. 특히 이 부근의 가을단풍은 그 빛깔이 곱기로 유명합니다.

야자매트와 사각형 나무계단이 번갈아 나타나는 탐방로는 급하지 않아서 걷기 좋고, 무엇보다 활엽수 숲을 지나기에 눈이 즐겁습니다. 전망대와 정상에서는 남동쪽으로 바다까지 조망이 훤히 트입니다. 다만 사려니오름과 넙거리, 머체오름, 거린족은오름 같은 두루뭉술한 오름만 가까이 보이는 건 아쉽습니다.

귤밭이 둘러싼 전망대 오름

-신효동 월라봉

서귀포시엔 두 개의 월라봉이 있습니다. 하나는 남서쪽 안덕면의 박수기정을 품은 월라봉으로, 무수히 뚫린 일제진지동굴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제주올레 9코스가 지나며, 오름의 북서쪽으로 상록수림이 울창한 안덕계곡도 인상적입니다. 또 하나의 월라봉은 보목포구와 쇠소깍의 북쪽에 있는 월라봉(117.8m)입니다. 남쪽으로 툭 불거져 나온 암벽이 특징으로, 동쪽 자락에 ‘서귀포감귤박물관’이 들어섰습니다.

아담한 크기의 이 오름은 봉우리가 셋입니다. 예전엔 남쪽 봉우리가 바위로 이뤄져 일대에서 돋보였다는데, 지금은 숲이 뒤덮어 그리 인상적이진 않습니다. 효돈동과 토평동 등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탐방이 수월합니다. 작은 오름이지만 숲은 중산간에 들어선 듯 울창합니다. 석위와 밥풀고사리 같은 고사리과의 식물이 눈길을 끌고, 소나무와 상록수가 대부분이어서 사철 푸릅니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봉에 서면 효돈동과 송산동 일대의 감귤농장이 풍광을 이룬 가운데, 섶섬과 제지기오름, 지귀도가 도드라지는 앞바다도 손에 잡힐 듯합니다.

월라봉 들머리의 서귀포감귤박물관도 둘러볼 만합니다. 달콤하고 그윽한 감귤향이 기분 좋은 감귤박물관에서는 옛날 제주 사람들이 ‘대학나무’라 부르던 제주 감귤나무와 감귤의 역사, 문화, 발전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입구의 체험관에서는 감귤을 이용해 피자, 마카롱, 찹쌀떡, 쿠키 등을 만드는 체험이 가능합니다. 부속 건물인 ‘서귀포감귤박물관 아열대식물원’엔 바오밥나무와 고무나무 등 신비로운 식물이 가득해 눈이 즐겁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올해 감귤박물관이 공사 중이어서 내부를 둘러보는 데 제한이 있다고 합니다.

▲월라봉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애용된다.Ⓒ이승태

거친 오름의 매력

-중문동의 중산간 녹하지악

녹하지악은 산록남로에서도 한라산으로 한참 들어선 레이크힐스 골프장 한가운데 솟았습니다. 남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를 가졌는데, 북쪽 사면이 워낙 두텁고 탄탄해서 측면에서 보면 삿갓모양을 하고 있죠. 겨울에 한라산의 사슴이 무리 지어 내려와 살았다고 해서 녹하지(鹿下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오름의 남쪽과 북쪽, 서쪽은 골프장 홀이 기슭까지 파고들었습니다. 동쪽은 산간 초지대가, 서남쪽 일부는 목장에 닿았고요. 오름 남쪽 사면의 아래에서 중간쯤까지는 주로 삼나무가 숲을 이뤘고, 그 위로는 산죽과 억새, 활엽관목이 뒤섞였습니다. 굼부리의 북쪽과 서쪽은 온통 활엽수입니다.

길이 희미한 날것 오름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골프장 내의 도로를 따라 150m쯤 간 곳에서 왼쪽에 들머리가 보입니다. 탐방로가 조성된 게 아니어서 희미한 흔적을 따라 올라야 합니다. 초입의 울창한 삼나무 숲 상단부에서 길은 서쪽으로 수평이동을 하면서 활엽수 관목지대로 들어섭니다. 곧 억새밭과 산죽구간이 차례로 나오며 하늘이 시원스레 열립니다. 그런데 무성한 수풀에 가려 길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발로 짚어가며 길을 찾아야 합니다.

산죽지대를 지나면 이동통신 기지국 철탑이 설치된 정상이 가깝습니다. 터가 좁은 정상에서는 철탑 때문에 남쪽 조망이 막혀 아쉽지만 한라산과 서쪽은 뻥 뚫립니다. 거린사슴오름이 봉긋하고, 백록담에서 서쪽으로 물결처럼 이어진 오름 능선이 딴 세상 같습니다. 내려설 때는 올랐던 길을 되짚으면 됩니다.

▲녹하지악과 한라산. 주변은 온통 골프장이다.Ⓒ이승태

제24강 3일차 / 4월 8일(토요일) / 녹남봉, 어도오름, 금산공원

녹나무 많던 올레의 오름

-올레 12코스의 녹남봉

제주올레 12코스가 지나는 녹남봉(100.4m)은 주변에 이렇다 할 오름이 없이 광활한 농경지가 펼쳐진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솟았습니다. 그래서 도드라질 법도 한데, 오름 자체의 높이가 50m를 겨우 넘길 정도여서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참 예쁜 오름입니다.

오름의 서쪽 자락에 대정읍의 신도1리 마을이 옹기종기 들어섰습니다. 예전에 이곳에 신도초등학교가 있었으나 폐교되고 지금은 공방이 차지했습니다.

‘녹남’은 제주에 많은 늘푸른나무인 ‘녹나무’의 제주어입니다. 달리 ‘녹낭’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오름에 녹나무가 많아서 이리 불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4.3사건 때 모두 불타버리고 지금은 드문드문 보일 뿐입니다. 탐방은 제주올레 12코스를 따르거나 신도1리 복지회관 앞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돌담이 정겨운 마을을 지나면 밭 사이로 오름길이 이어집니다.

신이대숲과 솔숲을 지나 능선까지는 금세

오름 안에는 둥근 굼부리가 또렷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굼부리를 ‘가매창’이라고 부릅니다. 가마솥처럼 생긴 바닥[창]이란 뜻입니다. 아담한 크기의 굼부리 안 절반은 감귤밭이 차지했습니다. 대숲도 보입니다. 이 귤밭을 두르며 굼부리 능선이 이어지는데, 길 주변으로 소철나무와 로즈마리도 자랍니다. 누군가 부러 심었을 테죠.

오름 굼부리를 돌다 보면 바깥 사면의 일제진지동굴로 내려서는 길을 만납니다. 진지동굴은 입구가 좁지만 길이 40m쯤으로, 안쪽은 공간이 꽤 넓습니다. 신도1리 꼬맹이들의 놀이터기도 했던 이 동굴은 지금도 내부를 둘러볼 수 있습니다.

동굴 갈림길에서 전망대가 있는 정상이 가깝습니다. 2층짜리 전망대에 오르면 한라산과 산방산, 군산, 금오름, 모슬봉 등이 멋들어지게 펼쳐집니다. 정상에서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제주올레가 갈립니다. 여기서 신도1리 복지회관까지는 5분 남짓 거리입니다.

제주 서부 오름들의 파노라마 장관

-어도오름

북쪽으로 트인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어도오름은 중산간서로에 자락을 맞대고 섰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오름이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오름이기도 합니다.

애월읍 봉성리와 한림읍 귀덕리의 광활한 들녘 한가운데를 차지한 어도오름은 지리적으로 제주 서쪽을 훤히 살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봉수가 설치되었다는데, 지금은 봉수의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오름 전체에 수풀이 우거져 사방 조망도 막혔습니다. 고려 말엔 오름 동쪽 들녘인 어림비에서 몽고군과의 격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어도초등학교 서쪽에 자리한 표고 143.2m의 이 오름은 둥글넓적하게 생긴 탓에 도래미, 도노미오름으로도 불립니다. 어도오름 이름에 관한 이렇다 할 유래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정상에서 시작된 굼부리는 북쪽으로 널찍하게 열리며 말굽형을 이룹니다. 탐방로는 정상부의 굼부리 주변으로만 이어집니다. 중산간서로에서 곧바로 길이 이어집니다. 곧 농업용 취수탑을 만나고, 길은 왼쪽으로 꺾입니다. 탐방로는 무척 순탄합니다. 길옆으로 지금은 귀해진 측백나무가 무성해 눈길을 끕니다. 곧 동쪽 조망이 트이며 족은노꼬메, 노꼬메, 바리메, 북돌아진오름, 새별오름 등이 펼쳐지는 제주 서부의 하늘금이 멋들어집니다. 그 뒤로 어승생악과 한라산도 존재감을 드러내고요.

곧 밭지대가 끝나며 솔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정상부로 향합니다. 둥근 탐방로가 설치된 굼부리는 신기하게도 감나무밭입니다. 작고 동글동글한 감이 탐스럽게 달렸는데, 정성 들여 가꾼 것 같지는 않은 듯, 감나무 둥치가 가느다랗고 주변은 억새와 초지대로 무성합니다. 그러나 빼곡한 솔숲이 빙 두른 가운데의 초지대여서 아늑한 풍광입니다. 굼부리의 탐방로 둘레가 축구장 정도 크기여서 금세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금산공원 입구. 계단을 오르면 세 방향으로 탐방로가 나뉜다.Ⓒ이승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특별한 난대림 숲

-애월읍 납읍리 금산공원

제주 서쪽의 평지에 남은 유일한 상록활엽수 숲인 금산공원은 축구장 다섯 배쯤의 넓이에 후박나무·생달나무·종가시나무·동백나무·아왜나무·모밀잣밤나무 등 60종이 넘는 난대성 식물이 빼곡히 자랍니다.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서 1993년에 천연기념물 제375호로 지정되었고요. 오래전부터 오름학교에서 꼭 찾아가고픈 곳이었으나 동선이 맞지 않았는데, 이번에 작정하고 들리려 합니다.

원래는 돌무더기 땅이었는데, 마을 건너편의 금악봉이 훤히 보이는 것 때문에 마을에 화재가 잦다고 여겨 납읍마을 주민들이 이곳에 나무를 심어 액막이를 한 것이 지금의 울창한 숲이 되었다고 전해옵니다. 예전엔 훨씬 넓은 면적까지 상록수림으로 덮였으나 경작지로 개간되며 지금의 면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납읍리는 옛날 제주의 대표적 반촌(班村)으로, 일대의 문인들이 자주 이 숲을 찾아 시를 짓거나 담소를 나누며 쉬었다고 합니다. 공원 들머리 좌우의 데크 쉼터가 문인들이 시를 읊조리며 휴양하던 옛 풍광을 상상하게 합니다. 만 평쯤의 숲 사이사이로 난 탐방로는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에 들어선 듯 온통 신록으로 채워진 난대림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숲 아래도 자금우와 콩짜개덩굴, 석위 식물이 뒤덮어 빈틈없이 녹색입니다. 이 숲을 거닐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숲의 한복판에 돌담을 두른 건물 한 채가 나타납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동제]를 지내는 포제단입니다.

공원의 북쪽인 입구에 납읍초등학교가 보입니다. 숲을 다 돌고 나오니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무척 부러워지더군요. 이처럼 아름다운 숲이 운동장과 붙어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어서요. 정작 아이들은 이 숲의 가치를 따지진 않을 듯하네요.

▲콩짜개덩굴이 공생하는 거목을 감고 길이 지난다.Ⓒ이승태

오름학교 제24강은 2023년 4월 6(목)-8(토)일, 2박3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4월 6일(목)>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항공편 등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24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공항 출발

10:00 붉은오름자연휴양림 도착, 붉은오름·말찻오름 탐방(점심은 도시락)

17:00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출발

17:30 유채꽃프라자 도착, 주변 꽃밭 산책(자유로이)

18:30 저녁식사 후 휴식

<4월 7일(금)>

07:30 아침식사

08:30 버스 탑승, 유채꽃프라자 출발

09:50 이승악 탐방

12:30 이승악 탐방 후 버스 탑승

13:00 점심식사

14:00 감귤박물관과 월라봉 탐방

16:00 녹하지악 탐방

17:20 녹하지악 탐방 후 버스 탑승

18:00 저녁식사

19:30 유채꽃프라자 도착, 휴식

<4월 8일(토)>

07:30 아침식사

08:30 버스 탑승, 유채꽃프라자 출발

09:45 녹남봉 탐방

11:00 어도오름 탐방

12:20 점심식사

14:00 금산공원 탐방

15:00 금산공원 출발

16:00 제주공항 도착, 제24강 마무리모임

※돌아오는 항공 티켓은 8일 오후 17:00 이후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예매해 주세요.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24강 탐방 안내도Ⓒ오름학교

오름학교 제24강은 2023년 4월 6(금)-8(토)일, 2박3일로 제주도에서 열리며 4월 6일 아침 8시 50분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모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하여 오름학교 기사(4월)를 확인 바랍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을 즐기려는 동호회원들의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