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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쯤 제주 바다! 그 최고의 전망대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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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쯤 제주 바다! 그 최고의 전망대는 어디인가  

[2023년 2월 오름학교는 <바다 조망이 일품인 제주올레의 오름들①-서우봉, 지미봉, 말산뫼(두산봉), 쇠머리오름(우도)>]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제주도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도는 트레일인 제주올레는 스물아홉 개의 오름을 품고 지납니다. 대부분 평지에 가까운 올레를 걷다가 가끔 만나는 오름은 저마다 색다른 풍광을 펼쳐 보여주는 최고의 제주 바다 전망대가 되어 줍니다. 초봄쯤, 제대로 표현키 힘든 오묘한 컬러의 밭뙈기와 작은 마을이 신비로운 빛깔의 제주 바다와 어우러지며 감동의 깊이를 더합니다. 오름학교 제23강은 올레를 걸어 그 오름들을 찾아갑니다.

▲남쪽 상공에서 본 제주도 우도. 오름 하나가 만든 땅이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제주오름전문가·여행작가) 제23강은 2023년 2월 17(금)-18(토)일, 1박2일로 <바다 조망이 일품인 제주올레의 오름들-서우봉, 지미봉, 말산뫼(두산봉), 쇠머리오름(우도)>을 찾아갑니다.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라 안전하고 명랑한 답사가 되도록 출발 준비 중입니다.

*참가회원님은 미리 제주행 항공편을 확인하시고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참가회원님은 자신과 동행자의 건강을 위해 최종 백신접종을 완료해주시기 바랍니다.

*발열·근육통·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참가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2017년 11월 개교하여,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고 있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멍 때리기 좋은 벤치와 풍광을 가진 망오름. 서우봉의 두 정상 중 하나다.Ⓒ이승태

2023년 2월 강의를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2월 17일 금요일 / 서우봉(제주올레 19코스), 지미봉(21코스), 말산뫼(두산봉, 1코스)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환상적인 서우봉

-북쪽 기슭은 일제 진지동굴이 수두룩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의 함덕해수욕장은 에메랄드 빛깔 바다색으로 유명합니다. 여름이면 피서객과 서핑, 바다카약을 즐기는 이로 발 디딜 곳이 없고, 다른 계절도 예쁜 바다풍광을 즐기러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죠. 이곳 함덕해수욕장 동쪽에 언덕같이 생긴 오름이 있습니다. 해수욕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솟은 이 오름은 서우봉으로 알려진 서모오름입니다.

오름은 전체적으로 소나무가 무성합니다. 동쪽과 서쪽 사면은 밭뙈기가 가득 들어섰고, 함덕해수욕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북쪽 산등성이엔 봄이면 유채가 만발해 장관을 이룹니다. 북쪽은 맑은 제주바다에 발치를 담그죠. 서우봉 정상부는 남쪽과 북쪽의 두 개 봉우리로 이뤄졌습니다. 북쪽이 옛날 봉수대가 있던 ‘망오름’이고, 남쪽이 111.3미터인 정상 ‘서모봉’입니다.

‘서모’란 이름은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습니다. <대동지지>를 비롯한 옛 문헌엔 ‘西山(서산)’이라 나오고, ‘犀山’이나 ‘犀牛岳(서우악)’은 좀 더 후대에, ‘犀牛峰(서우봉)’은 최근에 나타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犀’는 물소나 코뿔소를 말하는데, 두 동물 모두 우리나라엔 없던 동물이라서 이 한자도 의문을 낳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란 ‘뫼’의 옛말이고, 뫼는 메의 옛말이니 모두 산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서모란 서쪽의 산을 일컫는 말로 보면, 西山(서산)이 가장 정확한 이름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초봄 에메랄드 빛깔의 함덕바다.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다 간직한 곳이다.Ⓒ이승태

탐방은 함덕해수욕장 동쪽 끝에서 시작합니다. 나무기둥에 줄을 맨 예쁜 길이 오름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쯤에 육각지붕을 한 정자가 함덕바다를 정원 삼고 서 있습니다. 예서 보는 함덕바다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바다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으로, 모래가 깔린 곳과 바위지대의 색이 달라 그 빛깔의 조화가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이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함덕바다지만 700년쯤 전엔 피로 물든 적이 있습니다. 고려 원종 때 좌별초와 우별초, 신의군으로 구성된 특수군인 삼별초가 조직되었는데, 이들은 대몽항전의 선봉에 섰던 정예부대였습니다. 그러나 1270년 원종의 개경환도와 해산령 그리고 고려 지배층의 부몽화(附蒙化)에 불만을 품고 대몽항전을 선언하고 3년에 걸쳐 고려와 원나라 연합군과 싸웠습니다. 삼별초와 관군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이 바다에서 펼쳐졌던 것이죠.

정자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서우봉의 두 봉우리 사이의 안부에 닿습니다. 제주올레 19코스 ‘조천-김녕올레’가 지나는 이 길에서 망오름이나 서모봉 아무 곳으로 가도 좋습니다. 모두 가깝고 길도 평탄합니다. 봉화대가 있던 자리답게 너른 초지대와 탁 트인 조망을 가진 망오름은 인기가 좋습니다. 동쪽으로 바닷가에 알록달록한 지붕을 한 북촌리가 정겹고, 김녕으로 뻗어간 제주바다의 해안선이 역동적입니다. 입산봉이나 궤살메 같은 낮은 오름과 둔지봉 같은 또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오름도 보입니다.

망오름에서 서모봉으로 이어진 길에 무덤 몇 기를 지나는데, 한 무덤에 ‘숙부인 고씨(淑夫人 高氏)’의 무덤이 보입니다. 검색해봤더니 ‘숙부인’은 조선시대 정3품 당상관인 문관과 무관의 적처에게 내린 작호라는군요. 그러니까 꽤나 높은 벼슬을 한 이의 부인이란 말이죠. 요즘이야 장관 아내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엔 어마어마한 권력자였습니다. 또 길 옆에서 작은 동굴웅덩이를 만나는데, 이곳은 이른 봄날에 도롱뇽이 알을 낳아 기르는 곳입니다. 몇 해 전에 찾았을 때 이곳에서 수십 마리의 도롱뇽이 함께 알을 지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울 부암동의 백사실계곡은 도롱뇽이 산다고 출입이 통제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이곳은 도롱뇽이 흔한지 그냥 잠잠합니다.

눈길을 끄는 무덤은 또 있습니다. 문씨 집안의 형제부부 무덤이죠. 우리가 모르는 제주의 장례 풍습일까요? 형제부부가 함께 묻힌 곳은 처음 보는 터라 신기했습니다. 형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내끼리도 여간 사이가 좋았던 게 아녔나 봅니다.

북쪽 바다에 접한 기슭엔 일제가 파놓은 진지동굴이 여럿 있습니다. 이 동굴들을 찾아가는 길은 꽤나 험한 편입니다. 파도가 심할 경우는 삼가는 게 좋고, 혼자는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꼭 길을 아는 사람과 여럿이 가야 합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정자로 오르지 않고 그 아래쪽에 서우봉을 두르듯이 바다 쪽으로 뻗어간 길을 따라가면 중간쯤에서 길이 끊어지는데, 여기서 바다 쪽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꽤나 가파르고, 탐방로가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지동굴을 찾아갈 때는 서우봉 동쪽 조천읍 북촌리에서 가는 편이 좋습니다. 이쪽도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조금 더 수월합니다. 진지동굴은 예닐곱 개쯤 됐던 것 같은데, 북촌리 해안을 따라 스무 개쯤 있다고 하니, 전쟁광 일제의 만행을 확인할 뿐입니다.

파도소리 벗 삼아 외로움 달래나

-지미봉(지미오름)

불과 몇 십 미터밖에 안 되는 높이의 오름일지라도 그 능선에 올라서 만나는 모든 풍광은 마법을 부린 듯 하나같이 별천지입니다. 이것이 제주오름이 가진 최대의 매력으로, 오름이 제주를 감상하는 최고 전망대기 때문이죠. 제주도 동쪽 끝, 파도소리 벗 삼아 외로이 서 있는 지미봉에서 이 점을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눈이 시릴 만큼 짙푸른 제주 바다와 그 속에서 춤추는 고래 같은 우도,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성산일출봉,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종달리의 검푸른 밭과 울긋불긋한 지붕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입니다.

지미봉은 정상 높이가 해발 165.8미터로 수치상으론 낮은 편이나 바닷가에 위치하고, 주변에 다른 오름이 없어 꽤 우뚝하고 당당한 산세를 보여줍니다. 동쪽과 남쪽, 서쪽에서 보면 원추형이며, 북쪽에서는 두 봉우리를 가진,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말굽형 분화구가 북향으로 벌어졌고, 그 안쪽엔 돌담에 둘러싸인 밭이 가득합니다. 그 때문인지 북쪽은 비교적 완만하고, 남쪽은 가파르죠. 화구가 벌어진 안부를 따라 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뤘고, 서쪽과 남쪽 사면엔 해송이 빼곡합니다. 남동 사면엔 마을의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탐방로는 가파른 남동쪽 사면을 따라 정상까지 거의 직선으로 나 있고, 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30분쯤 걸립니다. 오름 탐방로를 따라 제주올레 21코스도 지납니다.

▲지미봉 정상 전망대에 서면 종달리와 일출봉이 있는 성산포구가 훤하다.Ⓒ이승태

땅끝 한 모퉁이에 외떨어져 있어 ‘지미봉(地尾烽)’

지미오름 일대는 저어새와 도요새를 비롯한 희귀 조류가 많이 관찰되는 곳으로, 북쪽 하도리엔 겨울철새도래지인 습지 ‘용목개와당’이 있고, 주변으로 탐조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주의 여느 오름과 마찬가지로 지미오름도 이름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예로부터 ‘지미산(指尾山)’ ‘지미악(地尾岳)’ 또는 ‘지미망(指尾望)’ ‘지미봉(地尾烽)’이라 표기했습니다. 조선 초기에 오름 꼭대기에 봉수대를 설치하면서 ‘망’ 또는 ‘봉(烽)’자를 붙인 것인데요, 오름이 제주의 동쪽 끝부분에 있어서 ‘지미(地尾)’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속칭으론 ‘땅끝’이라고도 부릅니다. 예전 서쪽의 한경면 두모리를 섬의 머리 또는 제주목(濟州牧)의 머리라 하고 반대쪽 끝인 이 오름을 ‘땅끝’이라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면 해가 뜨는 이곳을 머리라고 했을 것 같은데, 중국을 염두에 둔 방향설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차장에서 곧장 시작되는 탐방로엔 침목과 폐타이어로 만든 매트가 깔려 있어서 길이 쾌적합니다. 길 주변으로 무덤이 자주 보이고, 억새와 동백나무도 나타나고요. 중간에 몇 개의 벤치도 있어서 쉬어가기 좋습니다.

유럽 마을뿐이랴 종달리 명품 지붕

오름 꼭대기엔 봉수대의 흔적이 비교적 뚜렷이 남아 있습니다. 북서로 왕가봉수, 남동으로 성산봉수와 교신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봉수대 터 위엔 현재 나무데크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앞엔 산불감시초소가 옛 봉수대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초소 앞, 남쪽에도 전망데크가 있습니다. 한번은 한 커플이 전망대로 내려서는 계단에 앉아 주변 풍광과 하나가 된 듯 ‘멍 때리고’ 있었는데, 지미오름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는 듯 보였습니다.

지미봉 정상에 설 때마다 도무지 세상 것 같지 않게 펼쳐진 풍광에 마음이 베입니다. 동쪽으로 바다 건너 3킬로미터쯤 떨어진 소섬, 우도는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 달려올 것 같고, 발아래 종달리부터 이생진 시인이 가슴으로 노래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까지 오밀조밀 들어앉은 동네며 검붉고 푸른 밭에 하얀 모래톱 어우러진 해변의 조망은 지미봉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명풍광입니다. 특히 종달리의 알록달록한 지붕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지붕 늘어선 마을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이 모든 풍광을 감싼 싱싱한 제주 바다는 흉내 낼 수 없는 감동입니다.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다랑쉬와 아끈다랑쉬, 높은오름, 돝오름, 둔지오름, 동검은이오름, 밧돌오름 등 수많은 오름이 보란 듯이 펼쳐져 있습니다. 때문에 참으로 기분 좋습니다. 그러다가 계단의 커플처럼 저도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멍 때리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어서요.

▲말미오름의 알오름 서쪽 사면의 띠 군락. 이곳의 띠는 베어다가 성읍민속마을의 전통가옥 지붕에 올린다.Ⓒ이승태

이중 화산체 이룬 거대한 말미오름

-산허리의 띠 군락이 장관

‘멀미오름’ 또는 ‘말미오름’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 있습니다. 제주올레 1코스가 이 오름을 지납니다. 종달리나 상도리에서 보면 두산봉이 도드라져 그냥 완만한 산처럼 보이나 시흥리에서 보면 두산봉을 두른 외륜산의 절벽이 눈길을 끕니다. 난공불락의 성채 같습니다.

‘말미’ ‘멀미’란 머리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이 오름을 ‘頭山(두산)’ 또는 ‘頭山峰(두산봉)’으로 적습니다. 오름의 형태가 독특합니다. 거대한 외륜산 안에 또 분화한 화산봉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륜산의 동쪽과 동북쪽에 이르는 사면은 온통 바위벼랑을 이룹니다. 길이가 수백m에 이르는 이 벼랑은 높이가 수m에서 10m가 넘는 곳도 꽤 됩니다. 반대쪽, 그러니까 서쪽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순한 사면을 이뤘습니다. 완만한 지형을 따라 밭과 초지대로 가득합니다. 서쪽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농로가 분화구 안쪽까지 이어집니다.

동쪽의 거대한 성채를 이룬 외륜산 화구벽에 오르면 안쪽에 볼록 솟은 새끼오름이 보입니다. 전에 올랐던 대정읍 송악산과 한경면 당산봉이 이랬죠. 남쪽에서 출발해 전체 3km쯤인 외륜산 화구벽 중 600m쯤을 돈 후 안쪽의 새끼오름에 올랐다가 북쪽으로 내려서는 동선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고, 올레길도 걸어야 하죠. 밭뙈기와 벵듸 한가운데 있는 오름이라서 그렇습니다. 짧게는 4.5km, 아니면 6km를 걷게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도 꼭 올라야 하는 곳입니다. 외륜산 화구벽이나 새끼오름 정상에서의 조망이 감동 그 자체입니다. 제주 동쪽의 풍광 대부분이 보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지붕을 한 산 아래의 시흥리와 겹쳐진 식산봉, 성산일출봉이 손바닥처럼 훤하고, 지미봉과 바다 건너 우도도 선명합니다. 송당리의 수많은 오름은 멋진 하늘금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또 새끼오름 서쪽 사면을 온통 뒤덮으며 자란 띠 군락은 이곳이 아니면 제주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장관입니다. 옛날 초가지붕의 재료여서 제주에 흔했다는데, 지붕이 개량되며 쓸모가 줄어들자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띠 군락이 바람결을 따라 춤추는 모습은 제주 오름의 절경 중 하나죠.

▲말미오름 전망대서 본 시흥리와 성산일출봉. 오조포구와 식산봉도 보인다.Ⓒ이승태

2월 18일 토요일 / 쇠머리오름(우도, 1-1코스)

섬 하나가 오름 하나

-쇠머리오름

180만 평이나 되는 화산섬인 우도는 여의도 면적의 세 배쯤 되는 넓이지만 거주 중인 주민은 2천 명이 못 됩니다. 하지만 주민 수의 몇 배나 되는 많은 관광객이 매일 우도를 찾기에 언제나 활기차죠. 어업과 농업을 겸하지만, 땅이 워낙 비옥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 섬이면서도 수산물 수익보다는 땅콩을 비롯해 마늘, 양파 등 농산물 수익이 더 많습니다. 이처럼 흥미로운 우도의 남쪽 끝에 쇠머리오름이 등대를 머리에 이고 서 있습니다.

▲쇠머리오름과 우도저수지. 바다엔 아찔한 해안단애를 드나드는 유람선이 바쁘다.Ⓒ이승태

해수를 담수로 바꾸던 우도저수지

성산항에서 배로 15분쯤이면 닿는 우도는 소가 머리를 들고 누운 모양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쇠머리오름은 누운 소의 머리, 즉 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파수꾼처럼 우도와 주변 바다를 지켜보고 있죠. 오름 굼부리의 북서쪽 화구벽을 터뜨리고 흘러간 용암은 북쪽으로 넓고 길게 퍼져나가며 우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도가 쇠머리오름 하나로 만들어진 섬인 것입니다. 정상부의 등대 앞에 서면 이 점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름의 남동쪽은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고 날카로운 해안 단애가 발달했죠. 높이 100m가 넘는 이 절벽 지대엔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시커먼 구덩이와 동굴 같은 게 여럿 분포합니다. 그중 굼부리의 동북쪽 검멀레해변의 것은 ‘고래 콧구멍’이라고도 하는 ‘동안경굴’로, 동굴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내부가 넓습니다. 물때가 맞는 보름에 한 번꼴로 길이 열려 내부를 둘러볼 수 있죠.

▲우도 바다는 보석처럼 빛난다. 어떤 화가가 있어 이 컬러를 흉내 낼 수 있을까.Ⓒ이승태

넓고 완만하게 기운 굼부리 안에는 직사각형의 커다란 우도저수지가 눈길을 끕니다. 우도 사람들의 식수원이자 간절한 소망이던 이 담수화 시설은 1998년에 조성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빗물을 모아 저장해 두는 ‘물통’을 활용했죠. 마을마다 있던 이 물통은 25개쯤이었다고 하는데, 가물어서 물통이 바닥을 드러낼 때면 ‘물도둑’이 생겨나서 마을마다 물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바다 건너 성산포나 종달리로 노를 저어 가서 물을 구해 왔다네요. 그러다가 1953년에 하우목동 청년회가 주축이 돼서 깊이 11m에 달하는 저수지를 만들었고, 그것이 발전해 우도저수지가 되었습니다. 해수담수화시설은 그 후 12년간 우도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책임졌는데, 2010년 12월, 우도와 본섬을 잇는 16km의 상수도관이 놓이며 지금은 우도 전 지역에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습니다. ‘유휴시설’이 된 우도저수지는 현재 활용방안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저수지 남서쪽에 봉긋한 봉우리 하나가 솟았습니다. 자락부터 꼭대기까지 무덤으로 가득한 이곳은 쇠머리오름이 품은 알오름입니다. 그러니까 쇠머리오름은 굼부리 안에서 또 화산이 폭발한 이중화산체인 것이죠.

▲우도에 부록처럼 딸린 비양도. 백패커들의 성지다.Ⓒ이승태

제주 본섬 조망에 으뜸

탐방로는 단순합니다. 동북쪽 검멀레해변이나 남서쪽 우도봉공원에서 능선을 따라 우도등대까지 갔다가 반대쪽 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됩니다. 제주올레 1-1코스인 ‘우도올레’가 겹치기도 합니다. 길게 계단이 놓인 검멀레해변 쪽에서 올랐다면 능선에서 오른쪽부터 가는 게 좋습니다. 그 능선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거기서 보는 조망은 또 다르기 때문이죠.

정상에는 두 개의 등대가 섰습니다. 그중 하얗고 키 낮은 것은 1906년 3월에 무인등대로 점등된 등탑으로, 바로 옆에 새 등대가 세워지며 2003년에 폐지되어 원형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새 등대의 1층은 우도등대홍보관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우리나라 등대문화와 역사, 유물 같은 게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좋죠.

▲오름 근처에서 본 본섬. 지미봉과 다랑쉬오름 등이 한라산을 배경으로 솟았다.Ⓒ이승태

등대 앞에 서면 우도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눈에 들어옵니다. 짙푸른 해안선이 둘러싼 널찍한 평야 곳곳에 붉고 푸른 지붕이 덮인 마을이 풍요로운 들판을 품고 보석처럼 박혔습니다. 쇠머리오름은 제주 본섬을 조망하기에도 최고의 장소입니다.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돌진하는 코뿔소 같은 성산일출봉과 바닷가에 솟은 삼각뿔, 지미봉이 멋지고, 그 뒤로 군더더기 없이 잘 빠진 몸매의 다랑쉬가 한라산을 배경으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오름학교 제23강 탐방 안내도Ⓒ오름학교

오름학교 제23강은 2023년 2월 17(금)-18(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리며 2월 17일 아침 8시 50분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모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하여 오름학교 기사(2월)를 확인 바랍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을 즐기려는 동호회원들의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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