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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투 식스'에서 '나인 투 텐'으로…尹정부 '노동개혁'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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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투 식스'에서 '나인 투 텐'으로…尹정부 '노동개혁'의 현실

[분석] 9시 출근하면 퇴근시간 밤 10시…'저녁이 없는 삶'으로의 회귀

'나인 투 식스(9 to 6)'에서 '나인 투 텐(9 to 10)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이 추진되면 일터의 표준 노동시간이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연장노동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서, 노동시간 활용의 규제를 완화한 것이 이번 '노동개혁'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주 52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동시간이 주 69시간까지 허용된다. 휴일수당을 받고 1주일 내내 일하면 80.5시간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진 정부 전문가 자문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노동개혁' 권고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였다"(윤석열 대통령), "요즘 청년들이 원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노동시장"(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라며 권고안을 긍정 평가하고 내년 상반기에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8일 열린 고위당정 협의에서도 "당정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를 바탕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노동시장 개혁을 적극 추진해 나기기로 했다"는 다짐이 나왔다. 

정부는 '주 80.5시간' 노동에 대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한 제도의 남용"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단체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는 게 아니다. 이미 노동 현장에는 극단적인 사례가 천지"라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한 근로시간 관련 제보 279건을 분석한 결과 주 80시간 넘는 초장시간 노동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설명을 토대로 주 6일 최대 69시간 노동하는 노동자의 출근 시간표를 재구성해보면 어떻게 될까? 

노동자 김아무개 씨는 아침 7시 30분 기상을 한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8시 30분 쯤 집에서 회사로 나선다. 출근 시간은 9시다.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을 먹고 일과에 복귀했다. 저녁 7시쯤 30분 정도 간단한 저녁을 먹는다. 퇴근 시간은 밤 10시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 30분이 됐다.

69시간을 주 6일로 나누면 하루 11.5시간을 일할 수 있게 된다. 이 중 의무 휴게 시간을 포함하면 13시간 동안 일터에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노동자에게 '저녁'은 물론 '밤'도 없다. 얼른 씻고 자야 내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시간 9시, 퇴근시간 밤 10시... '저녁 없는 삶'으로의 회귀

너무 과장된 것 같다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노동시간'과 관련된 권고문 원문은 이렇다.

 <연장근로시간의 관리단위를 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개편>

ㅇ산업‧업무의 특수성과 근로자 선호의 다양성을 반영해 일하는 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노사의 자율성을 확대

-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외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 노사의 선택 재량을 넓힐 것

- 관리단위가 길어짐에 따라 초래될 수 있는 장시간 연속근로의 부담을줄이기 위해 연장근로시간의 총량을 비례적으로 감축할 것. 분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90%, 반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80%, 연 단위는 월 단위 대비 70%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권고함

* (1주) 12시간, (1월) 52시간, (1분기) 140시간, (1반기) 250시간, (1년) 440시간

-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

ㅇ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고, 연장근로는 현행과 같이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실시할 것

이 내용을 한 번 풀어서 현실에 적용해 보자.

현재 법정노동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여기에 연장노동시간은 1주에 12시간까지 가능하다. 연장노동시간을 포함해도 주 52시간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즉 최대 상한 노동시간을 표현한 말이 '주 52시간'이다. 이번 '노동개혁' 또는 노동시장 개편 작업을 통해 연장노동시간의 관리 단위를 1주일에서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면 주 노동시간을 52시간보다 늘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행 주 1주 연장노동시간은 12시간이지만, 이를 월 단위로 확대하게 될 경우 1주에 가능한 연장노동시간(12시간)에 평균 주수인 4.345주를 곱하면 월에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은 52시간이 된다. 이 때문에 1주 법정노동시간인 40시간에 월 연장노동시간 52시간을 한 주에 몰아쓸 경우 한 주 최대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부 측 역시 장시간 노동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자 위 권고안 내용처럼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월 단위 이상으로 할 경우 노동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1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보장(제55조 1항)하기 때문에 정부는 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이 된다고 했다.

정부의 설명을 토대로 주 6일 최대 69시간 노동을 하게 된다면, 하루 근무 시간은 11.5시간이다. 24시간 가운데 연속휴식시간(11시간)을 빼면 13시간 노동이 가능한데, 이 중 휴게시간(4시간마다 30분씩 총 1시간 30분)을 제외하면 산술적으로 11.5시간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설명처럼 근로기준법이 1주에 1일이상의 주휴를 보장하도록 되어 있긴 하지만, 주휴일 노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휴일 노동에 대해 가산 수당을 지급(주56조 2항)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그 반증이다. 노동자에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면 주휴일에도 근무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되면 권고안에 따라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주 최대 노동시간은 80.5시간이 된다.

직장갑질 119 "이미 노동 현장에는 극단적인 사례가 천지"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18일 "연구회 안은 80.5시간(11.5시간씩 7일 근무) 상한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부의 '극단적 상황' 주장에 대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하는 게 아니다. 이미 노동 현장에는 극단적인 사례가 천지"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단위로 확대하면 1주 최대 90.5시간까지 적법해진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권고한 연속휴식시간(11시간)은 노동을 한 날들 사이에 적용되는 것으로 노동을 하는 주의 첫 날에는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첫째 날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24시간 근무도 가능하다"며 "1일 차에 21.5시간(휴게시간 2.5시간 제외) 일하고, 2∼7일 차에 매일 11.5시간씩 근무한 것으로 계산하면 1주 최대 90.5시간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은 주 1일 이상 휴무를 보장하도록 했지만, 근로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한 근로시간 관련 제보 279건을 분석한 결과 주 80시간 넘는 초장시간 노동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는 주 90시간 노동 사회를 만들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도 권고안이 발표된 지난 12일 "재벌과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노동 개악"(민주노총), "사용자의 노동시간 활용 재량권을 넓혀 집중적 장시간노동은 더욱 심화되고 이는 고용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한국노총)이라고 비판하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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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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