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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짙은 호젓함! 선운사 도솔천계곡 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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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짙은 호젓함! 선운사 도솔천계곡 걸어볼까요

[2022년 11월 두발로학교는 <고창 선운산 걷기와 명창 판소리 감상>]

전북 고창은 풍요로운 들판과 바다를 품은 고장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판소리의 신재효와 진채선, 시인 미당 서정주 등 출중한 예인들이 화려한 문화를 일구었는데요. 선운산은 고창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마봉에서 바라본 선운산의 속살. 도솔암 일대 단풍 풍광이 장관이다.Ⓒ진우석

선운사 반대편이 바다를 낀 심원면인데요. 이곳 연천마을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선운사 옛길’이 있습니다. 선운사 탄생 설화와 도솔암 마애불 등이 어우러진 멋진 길입니다. 늦가을 깊은 단풍을 만날 수 있는 선운산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선운산 트레킹 전에 고창읍성에 들러, 동편제 판소리 감상의 기회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진우석 교장선생님(트레킹 전문가, 여행작가)으로부터 두발로학교 제78강으로, 2022년 11월 12일(토) 준비하는 <고창 선운산 걷기와 명창 판소리 감상>에 대해 들어봅니다.

고창읍성과 ‘솔바람 댓잎소리’ 판소리 투어

고창읍성은 1453년 외침을 막기 위해 자연석을 쌓아 만든 성곽이다. 고창의 옛 이름인 ‘모량부리’를 따 모양성이라고도 부른다. 성은 둘레가 1684m, 높이는 4~6m, 동·서·북문과 옹성, 치성, 해자 등 방어 시설을 두루 갖줬다. 고창읍성은 유장한 성벽과 맹종죽 숲길, 울창한 솔숲 등을 어우러져 산책 코스도 일품이다. 고창읍성과 판소리를 테마로 주민공정여행사 ‘팜팜’이 ‘솔바람 댓잎소리’ 판소리 투어를 진행했는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소리꾼과 함께 고창읍성 산책과 판소리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고요한 선운사 숲길을 산책하는 스님Ⓒ진우석

선운사 옛길과 서해랑길

예전 선운사 일대의 지형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인천강을 따라 바닷물이 선운사 앞까지 흘러와 선운사 앞쪽은 길이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선운산 일대는 삼면이 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였다. 그렇다면 예전에 선운사로 드나들던 길은 어디였을까? 그곳이 참당암 뒤편 참당고개를 통해 바닷가 고을인 심원면과 연결된 길이다. 이 길은 예전 이야기 있는 생태탐방로 ‘보은길’이었고, 지금은 서해랑길 42코스가 이곳을 통과한다.

▲도솔천계곡의 화려한 단풍Ⓒ진우석

선운사 창건 설화

선운사 창건 설화는 도솔암 마애불에서 이야기를 푸는 것이 순서다. 15m 높이의 마애불은 1500년쯤 전에 살았던 검단선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전한다. 검단선사는 선운사를 창건한 스님이다. 그가 선운사를 창건할 당시 선운산은 도적떼의 소굴이었다. 검단선사는 도적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생계수단으로 삼도록 했다. 양민이 된 그들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검단선사에게 보은염(報恩鹽)을 보냈는데 그때 소금을 운반했던 길이 바로 참당고개다.

심원 사등마을 바닷가에 검단소금전시장이 있다. 마을의 이름인 사등(沙登)은 ‘바닷모래가 쌓여 등성이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곳은 자염(煮鹽)으로 유명하다. 자염이란 바닷물을 가마솥을 이용해 끓여 석출하는 우리나라 전통 소금을 가리킨다. 검단소금전시장 앞은 드넓은 갯벌로 예전에는 여기서 소금을 만들었다. 갯벌 너머로 멀리 변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소금전시장 근처에 ‘진채선 생가터’가 있다. 진채선(1842~?)은 누구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판소리 여류 명창이다. 판소리 이론을 정립한 신재효 선생에게 판소리를 배우다 사랑하는 사이가 됐고, 고종 때 경회루 낙성연(落成宴)에서 출중한 기예를 발휘해 대원군의 눈에 든다. 채선의 빼어난 솜씨에 깜짝 놀란 대원군은 채선을 애첩으로 삼고 총애했다.

▲11월의 선운사 경내는 고요하고, 대웅전 뒤편 동백나무는 깊이 잠들어 있다.Ⓒ진우석

신재효와 대원군을 사랑한 진채선

낙성연을 마치고 채선은 고창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대원군은 놓아주지 않았다. 이제나저제나 채선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던 신재효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리고 4년 뒤 대원군이 실각하자, 채선은 고향으로 돌아와 신재효를 찾아간다. 다시 만난 채선과 신재효는 다시 사랑을 나누었다고도 하고, 이미 채선이 왕가와 연분을 맺은 터라 손 한번 잡지 못하고 헤어졌다고도 전한다.

1884년 신재효가 세상을 뜬 뒤 채선은 꼬박 삼년상을 치른 뒤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진채선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바닷가에서 소리 연습을 하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동편제의 우렁찬 소리가 마을은 물론 갯벌을 쩌렁쩌렁 울렸을 듯하다.

느티나무 고목들이 많은 화산마을을 지나면 연천마을이다. 인적 없는 아담한 옛집 뒤에 산길 입구가 나 있다. 그 앞에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500m쯤 올라서자 ‘개이빨산’이란 팻말이 보인다. 그곳으로 접어들자 산길은 비탈을 타고 돌면서 구렁이 담 넘듯 은근슬쩍 참당고개에 올라선다. 험악해 보이는 선운산 줄기에 이렇듯 쉬운 길이 있을 줄 몰랐다.

기분 좋게 고갯마루를 내려오면 차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참당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인적 뜸한 참당암은 적막하다. 참당암 앞에서 시작하는 소리재 산길은 부드럽다(잠깐! 전체 난이도는 중간 정도이나 체력에 부담 느끼시는 분은 이곳 참당암에서 쉬운 코스로 선운사로 바로 갈 수 있음). 소리재를 지나 다시 작은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드디어 조망이 열린다. 두루뭉술한 암봉들이 즐비한 천마봉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TV드라마 <대장금>에서 최상궁이 자살한 바위가 나오면 낙조대다. 낙조대란 이름처럼 멀리 서해가 아스라하다.

▲고창읍성의 맹종죽숲Ⓒ진우석

선운산 최고 전망대, 천마봉

낙조대에서 천마봉(284m)은 지척이다. 천마봉에서 내려다본 마애불과 도솔암, 그리고 도솔계곡의 풍광은 선운산의 제1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대한 마애불이 장난감처럼 작고 귀엽게 보이고, 그 머리 위에는 내원궁이란 작은 암자가 자리 잡고 있다. 내원궁은 도솔천의 천상세계를 상징하고 마애불은 미륵하생의 지상낙원을 의미한다.

하산은 도솔암으로 직접 내려서는 길을 따른다. 미끄러운 계단을 엉금엉금 내려오니 도솔암 마애불 앞이다. 마애불을 유심히 보면 유독 배꼽이 크다. 그곳에는 검단선사가 봉해 놓은 신비로운 비결(祕訣)이 하나 숨겨져 있는데, 그 비결이 세상에 출현하는 날에는 한양이 망한다는 흥미로운 전설이 내려온다. 또한 그 비결과 함께 벼락살을 동봉해 놓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그 비결을 꺼내려고 손을 대면 벼락을 맞아 죽는다고 한다.

실제로 전라감사 이서구가 그것을 꺼내다가 벼락이 쳐 도로 봉해버린 사건이 있었다. 그 후 세상 사람들은 마애불의 전설을 철석같이 믿게 된다. 하지만 비결은 1893년 가을 동학접주 손화중에 의해 꺼내지고, 다음 해에 동학농민혁명의 불길이 전라도를 휩쓸게 된다. 비결의 개봉이 세상을 개벽하려는 농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일조한 게 아닐까.

▲소리꾼의 판소리 감상과 함께하는 고창읍성 나들이Ⓒ주민공정여행사 ‘팜팜’

가을의 절정 도솔천계곡

내원궁과 도솔암을 구경하고 내려오면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버리고 수행을 했다는 진흥굴과 600년쯤 묵은 소나무 장사송(長沙松·천연기념물 제354호)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평지처럼 완만한 숲길이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기 좋은 길은 선운사까지 이어진다. 선운사 경내는 고요하고, 대웅전 뒤편 동백나무는 깊이 잠들어 있다. 도솔천계곡의 단풍이 절정이다. 물에 반영된 단풍 빛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멀 정도로 치명적이다. 선운사 스님들은 어쩌자고 절 앞에 이렇게 화려한 단풍길을 만들었을까.

▲ <고창 선운산 걷기와 명창 판소리 감상> 걷기 지도ⓒ두발로학교

두발로학교 제78강 <고창 선운산 걷기와 명창 판소리 감상>은 2022년 11월 12일(토) 오전 6시 50분 서울을 출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하여 두발로학교 기사(11월)를 확인 바랍니다.

두발로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을 즐기려는 동호회원들의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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