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을 넘겼지만 운영 곳곳에서 미숙한 부분을 드러내며 지지율 30% 선에서 머무는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준비 부족을 드러내며 주요 국면에서 적절하지 못한 대처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8일 (사) 한반도평화포럼이 "윤석열 정부 100일, 통일외교안보정책 평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미중 간 대립 속 남한 정부의 행보가 적잖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스스로 촉발시킨 사드 배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 외교에서 가장 위험한 도박은 사드였다. 주한미군도 사드 추가 배치 계획이 없다고 했고 우리 국방부도 추가 배치 안 하겠다고 그러는데 윤석열 대통령 혼자 후보 시절에 사드 추가 배치한다고 해서 논쟁이 발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에 관해서 중국에 대해 '대한민국 주권'을 이야기하는데 그 주권은 어디 있는 것인가"라며 "미국 인도 태평양사령부의 C2BMC, 즉 '커맨드 컨트롤 배틀 매니징 센터'에서 직접 경북 성주에 있는 사드를 통제해서 전 지역 차원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진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 우리에게는 사드에 대해 아무 주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김성한 안보실장이 기자들한테 사드 운용을 정상화한다고 브리핑을 했다가 운용의 정상화가 아니라 기지의 정상화라고 정정했다. 이건 식당, 화장실 등 기지의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이지 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이렇게 정정한 이유는 운용을 정상화할 권한이 우리한테 없다는 점, 또 운용 정상화라는 표현이 성주 사드가 중국을 감시하는 사드 레이더로 운용을 바꿀 수 있다는 뜻으로 중국이 오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결국 중국 눈치 볼 건 다 보고 사드 운용에 대해 호스트 국가로서 관여할 수 있는 어떤 수단, 방법, 개념이 없는데 이것이 논쟁이 되는 걸 감당할 수 있나"라며 "주권이 없는데 사드 배치가 주권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논쟁이 된 것인데, 어차피 미국 무기고 우리 안보에 실질적인 증진을 한 실익이 없는 걸 가지고 논쟁을 위한 논쟁, 결국은 주권 논쟁이 형이상학적 논쟁이 돼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 의원은 "국가적인 자존심을 여기에 걸고 이게 하나의 정치적 급소가 됐는데, 8월에 기지가 정상화되고 미국 내에서 사드에 대한 새로운 운용 개념들이 나올 때쯤 되면 중국이 '거 봐라. 우리가 의심한 것이 맞지 않냐'라고 나오면 운용 권한도 없는 우리가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냉전적 사고와 몰역사적 관점
윤석열 정부의 냉전적인 사고와 그에 따른 외교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외교에는 무기가 많아야 한다. 다양하게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그때그때 다른 계획을 사용하는데, 이 정부는 무기가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며 "1960~1970년대에 미국 없으면 죽는다는 것은 '가스라이팅'은 아니고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0일 동안 가장 문제가 있었던 게 바로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라며 "나토의 전략 개념이 과거 냉전 체제의 동맹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여기에 우리가 뉴질랜드, 호주, 일본과 같이 갔다는 것도 문제다. 냉전적인 구도로 한국을 몰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혼자 돌격대가 되어 '돌격 앞으로' 했는데 뒤에 미국도 없고 일본도 없고 우리만 제일 앞에 나가서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에 타깃이 될 수 있는 외교를 멈춰야 한다"라며 "인도는 쿼드에서 중심 잡고 러시아에 제재 안하면서 석유를 시장가의 3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사서 모으고 있고, 인도네시아도 G20 개최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며 유연한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위에 서서 우리의 상황을 내려다보면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에 관해서는 우리를 끼지 않고서 아무것도 못한다.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필수적이고 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하기 위해서 한국이 필수적인데 이걸 이용할 줄 모르고 편을 정해버리면 우리가 가진 지렛대를 그냥 다 던져버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소위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종대 전 의원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아직 해제되지 않았는데 우리를 제재하는 나라와 어떻게 협력하냐, 원상회복 시켜라 라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국익은 이거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같은 냉전적 사고는 8.15 경축사에도 드러났다. 김 교수는 "2차 세계대전에서 2500만 명의 소련 사람들이 희생됐고 우리도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있는데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이걸 다 말소시켰다"며 "매국적 역사관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일 밝힌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제훈 <한겨레> 선임기자는 "대규모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한 6개의 경협 사업 의제를 제시했는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이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실제로도 굉장히 많은 진전이 있었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남북 철도‧도로 연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이야기가 없었다"며 "그것을 없는 것으로 치부한 상태에서 뭔가를 하자고 하는 몰역사적이고 단절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이 선임기자는 또 "윤석열 대통령이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과 재래식 군비 체계 감축 군축 논의도 할 수 있다고 얘기 했는데 운용적 군비 통제라고 하는 1단계 군축 이야기가 없고, 이 부분은 남북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이미 나와 있는 내용인데 이를 언급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담대해지기 전에 일단 학습부터
김종대 전 의원은 "대통령의 구상이나 선언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하는 생존 전략의 차원이 있고 하나마나한 것이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담대하긴 한데 너무 담대해서 탈이다. 그만 좀 담대하셔라"라며 "지금은 냉정하게 준비된 어떤 실천 전략을 가지고 구현해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그는 "국가의 안보 전략은 장기적 안목에서 대한민국 생존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왜 단기적으로, 포퓰리즘적으로 접근하나. 그리고 그것이 지지율에 무슨 도움이 되나? 해봐니까 별 효과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들을 끌어가려는 어떤 지도자의 의지와 태도 아니라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막겠다는 다급함이 보인다. 대통령실의 메시지나 여러 퍼포먼스를 보면 지지율을 더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몸부림,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역시 "동해에서 북송했던 어민 두 명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의견이 50%가 넘게 나왔다. 최근 <MBC>에서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북송 사건이 의혹이 있으니 검찰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42%인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보복성 수사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46.8%다"라며 "이 건에 접근했었던 윤석열 정부의 애초에 정치적 목적은 달성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이 선임기자는 "서해 공무원 사건과 동해 어민 북송 사건이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공개 발언을 해야될 만큼 국가 운명과 관계된 중차대한 사건, 일, 어젠다 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는 용산의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제일 중시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준형 교수는 "공부하지 않는 대통령, 철학을 부정한 대통령 그리고 가치관이 왜곡돼 있는 외교안보팀이 조합을 이룰 때 예상되는 결과는 너무나 심각하다"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미중 갈등은 어떤 형태로든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고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힐 독립 변수인데 이걸 어떻게 철저하게 대비하면서 나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발걸음이 꼬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직 늦지 않았기 때문에 약소국 마인드를 벗으시라, 보수 근본주의를 버리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국익을 위해 실용을 해야 하고 가치 부분에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를 일방적으로 우리를 제재한다거나 압박할 수 없는 카드를 우리가 가지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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