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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캔자스서 '임신중지 보호' 승리…美중간선거 '게임 체인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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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캔자스서 '임신중지 보호' 승리…美중간선거 '게임 체인저' 될까

대법 판결 뒤 첫 대중 투표 결과…"낙태 넘은 정부의 자유 통제 문제" 보수 친화 전략 통한 듯

보수 텃밭 미국 캔자스주 주민투표에서 주민들이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주헌법에 압도적 지지를 표하며 3달 앞으로 다가온 미 중간선거에서 임신중지가 핵심 의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임신중지권 보호 진영이 "개인의 자유"라는 보수 친화적 캠페인을 통해 승리하며 민주당에 유권자들을 설득할 언어까지 안겨줬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일(현지시각) 주헌법에서 임신중지권 보호를 삭제하는 것을 두고 치러진 캔자스 주민투표 결과 개표가 96% 완료된 상황에서 찬성 41.2% 반대 58.8%로 주민들이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현행 주헌법의 존치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에서는 22주까지 임신중지가 합법이다. 향후 캘리포니아주, 미시간주, 버몬트주, 켄터키주 등에서도 유사한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이 24주 이내 임신중지권을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각 주에서 임신중지권을 두고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입법전 및 소송전이 잇따랐지만 주민투표의 형태로 민심이 직접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캔자스는 1964년 이후 한 번도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이 이번 투표에 주목하는 이유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71%에 달할 정도로 보수 성향이 짙은 캔자스 오시지 카운티 유권자들까지 임신중지권 보호를 지지한 데는 '보수의 언어'를 사용해 유권자들에게 다가간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뉴욕타임스>(NYT)는 투표를 앞두고 벌어진 양 쪽의 열띤 홍보전에서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쪽이 주로 보수주의자들이 사용해 온 언어인 "자유"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배포한 광고에는 임신중지라는 단어가 아예 한 번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대신 이들은 광고에서 "정부가 의료적 결정을 통제하려 한다"며 "개인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정부 통제가 늘어나는 것에 '반대한다(No)'고 답하자"는 표현을 사용하며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단체인 헌법적 자유를 위한 캔자스인들의 현장 조직가인 제이 그레이는 "우리는 모든 캔자스 주민들에게 정부의 지나친 간섭 없이 개인적인 의료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건 명백히 보수 친화적인 화두다. 우린 민주당원들만 설득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이번 캔자스 투표 결과는 민주당이 임신중지권 보호를 중간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확신을 줬다는 평가다. 숀 패트릭 말로니 민주당 하원선거위원회(DCCC) 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에 이번 투표가 "게임 체인저"이며 "캔자스는 이번 가을에 일어날 일에 대한 모든 가정을 뒤흔들 지진"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민주당은 캔자스 투표를 통해 초당적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언어까지 습득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트레이시 세플은 <뉴욕타임스>에 민주당이 "남은 선거기간과 그 이후에 이 (임신중지권) 문제를 계속해서 중심에 두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며 "민주당이 미국인들에게 말해야 할 것은 '이번 11월에 당신의 침실이 투표에 부쳐진다'는 것 "이라고 말했다. 임신중지권 보호 단체인 계획된 부모의 세실 리차드는 <워싱턴포스트>에 민주당이 중간선거에 임신중지를 큰 의제로 설정할 것으로 본다며 "이는 임신중지를 넘어 정부가 당신의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카이저가족재단(KFF)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18~49살 여성 유권자 비율은 7월 73%로 지난 2월(59%)에 비해 14%포인트(p)나 늘었다. 전체 유권자 집단에서도 이 비율은 2월 46%에서 7월 55%로 늘어 임신중지권은 총기폭력(57%)과 함께 인플레이션(74%)에 이은 중간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화당원이지만 이번 투표에서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쪽에 표를 던진 캔자스 주민 드앤 휴프 세이브(63)는 임신중지권 보호를 위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인 현직 주지사 로라 켈리를 지지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변호사인 세이브는 이 매체에 "나는 임신중지를 받지 못한여성들의 이야기를 기억할만큼 나이를 먹었다"며 "그래서 이건 내게 매우 현실적인 문제고, 그런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에 대해 공화당은 공식적인 반응을 거의 내놓지 않고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이라는 데 집중하려 하고 있지만 내부에선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보수적인 주에서 임신중지권을 지지하는 투표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일부 공화당원들이 개인적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전략가가 캔자스 투표를 보고 많은 공화당원들이 "등골이 서늘해지는 냉기"를 느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스테픈 매칼리스터 캔자스대 법학 교수는 이번 투표 결과가 공화당의 입장이 "다수의 의지와 단절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편집위원회 의견에서 "공화당은 캔자스에서 입증된 것처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강하게 지지하는 임신중지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3달 안에 유권자와 대면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3일 임신중지를 위해 주 경계를 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캔자스 투표 결과를 언급하며 공화당이 "미국 여성들의 힘에 대해 전혀 모른다. 지난밤 캔자스에서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일(현지시각) 임신중지권 보호에 찬성하는 이들이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주헌법 존치가 결정된 미국 캔자스 주민투표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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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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