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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리 난 미국 '분유 품절', 진짜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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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난리 난 미국 '분유 품절', 진짜 원인은?

독점 자본주의 + 허술한 사회안전망…예견된 비극

미국이 '분유 대란'으로 난리다. 미국 대형마트의 분유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는 소식은 미국 현지 언론 뿐아니라 한국 언론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미국의 분유 품절률은 43%('데이터셈블리' 조사, 5월10일 기준)에 달한다. 델라웨어, 테네시, 텍사스 등 50개 주 중 9개 주의 품절률은 50%를 넘어섰다. 분유를 판매하는 두 곳 중 한 곳이 분유가 떨어진 셈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분유를 구하려고 몇시간씩 운전을 하거나 기다려야 했다는 경험담이 올라온다. 분유 한 통을 100달러에 판매한다거나 수제 분유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는 글도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 영유아에게 먹일 분유가 부족해 수많은 부모가 마음을 졸여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역설적으로 고도로 발전한 미국 자본주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대형마트의 텅 빈 분유 판매대. ⓒAP=연합뉴스

애보트 등 4개 회사가 89%를 점유하고 있는 美 분유시장

미국의 '분유대란'은 지난 2월 분유 제조업체 애보트사의 '리콜 사태'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당시 미 식품의약국(FDA)는 애보트사의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이 박테리아에 감염돼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입원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대규모 제품 리콜(애보트사의 시밀락·앨리멘텀·엘러케어 등 3개 제품)을 지시했다. 미시간주의 애보트 공장도 일시 폐쇄했다. 이 공장은 애보트사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일부 특수 분유를 생산하는 유일한 공장이기도 하다. 미국의 분유시장을 지배해온 애보트사 제품의 공급이 끊기자 시장 자체가 흔들린 것이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대표적인 진보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라이히 전 노동부 장관은 지난 14일 유튜브 동영상(바로보기)을 통해 "미국 분유시장의 89%를 4개의 회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며 '독점'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경쟁의 부족"은 담합으로 인한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 뿐 아니라 이번 '분유 대란'과 같은 최악의 사태까지 일으킨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라이히 전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애보트와 같은 (독점)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더 강력한 반독점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국가 보장 유급 육아휴가 없어

미국의 열악한 모성보호 정책은 모유 수유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분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부모들의 25%만 모유를 수유하고 나머지는 분유에 의존하고 있다. 유니세프가 발표한 국제 평균 생후 6개월까지 완전 모유수유율은 38%(2016년)에 이른다.

미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국가적으로 보장된 유급 육아 휴가 없는 나라다. 세계적으로 평균 유급 출산휴가는 29주, 평균 유급 육아휴가는 16주다. 미국에서 2020년 민간 부문 근로자의 20%, 특히 저소득층 근로자의 8%만이 유급 가족휴가(family leave, 출산.육아.가족간호 등을 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휴가)를 쓸 수 있었다.

텍사스대학교 델 의대 소아과 스티븐 에이브럼스 교수는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아기를 출산한 지 6주 만에 다시 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은 모유 수유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교수는 특히 중산층 이하의 가정이 '분유 대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산후 휴가를 더 오래 확보할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여성, 육아기간 동안 일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의 여성 등은 더 오래 모유 수유가 가능하다. 반면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여성들은 아이의 영양 공급을 분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 조속한 대책 마련하겠다지만...

미국 농무부는 15일(현지시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공급망 문제로 인해 조제분유 부족이 발생 했으며 2월에 주요 조제유 리콜로 인해 상황이 악화했다"고 밝혔다.

농무부는 "분유가 부족한 기간 동안 분유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와 보호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분유대란'과 관련해 조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바이든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분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제조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몇 주 안에 훨씬 더 많은 분유를 진열대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산된 분유가 매장 선반에 진열되기까지는 몇 주가 걸릴 수 있고, 대부분의 공장들이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태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분유 부족 현상은 상당 기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14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대형매장 앞에서 분유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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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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