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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윤석열, 남남갈등으로 대북정책 추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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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한 마디도 꺼내지 않은 윤석열, 남남갈등으로 대북정책 추진 어려워

[현안진단] 남북관계 현주소와 새 정부의 대북정책 과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은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파기했으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4.25)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뿐만 아니라 전쟁 상황이 아닌 '근본리익' 침해 상황에서도 핵사용이 가능하며, 그 대상이 남한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금강산에 있는 남측 관광시설도 철거 중이며, 북한의 추가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의 위기다. 새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강조함으로써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과연 새 정부의 출범이 한반도 정세의 장기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항구적 비핵·평화체제로 가는 입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자발적 모라토리엄이 파기되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11월에는 ICBM급인 화성-15형을 발사했다. 화성-15형 발사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전격 참가했으며, 김 위원장은 3월 중국 방문에 이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인 한반도 정상외교에 돌입했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1일 북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하고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과 '공화국 북부핵시험장 폐기'를 결정했다. 북한의 자발적 모라토리엄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등 핵 능력 고도화를 위한 '조용한 활동'을 지속했지만, 자발적 모라토리엄은 준수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초대형핵탄두'의 생산 및 '1만 5000㎞ 사정권'의 명중률 제고와 핵 선제 및 보복 타격능력 고도화 목표를 제시했다.

초대형 핵탄두는 다탄두(MIRV)를 의미하며, 사거리 1만 5000km는 미국 본토 전역을 포함한다.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핵 능력 고도화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북한은 2022년 1월 당중앙위원회 제6차 정치국회의를 소집하고,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의 전면 재고와 잠정 중지하였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자발적 모라토리엄 파기에 대한 예고였으며,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올해 3월 ICBM 기술개발과 관련이 있는 국가우주개발국과 서해위성발사장을 차례로 방문해 각각 '다량의 군사 정찰위성 배치'와 시설의 '현대적인 개건·확장'을 지시했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하고 있으며, 3월 24일 김 위원장 참관 하에 화성-17형 ICBM을 발사하고 이를 대내외에 공개했다. 이로써 북한의 자발적 모라토리엄은 4년여 만에 공식 파기되었고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지난 3월 24일 북한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25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옆으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쪽)과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오른쪽)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핵 문제의 질적 변화를 가져온 전술핵 개발 본격화

김 위원장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핵무기의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 등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했다. 이후 북한은 사거리 400-600km 내외의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KN-24 북한판 ATACMS 등 단거리 발사체 개발에 집중했다. 북한은 2022년 1월 14일과 17일 각각 KN-23 검열사격과 KN-24 검수사격을 실시해 실전배치 운용 중임을 밝혔다.

KN-23의 원형인 러시아의 이스칸데르급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역은 사실상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노출된 셈이다. 북한은 2022년 4월 16일 김 위원장 참관 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사거리 110km의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Close-Range Ballastic Missile)로, 이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수도권 전역이 북한 전술핵의 사정권에 해당된다.

김 위원장은 2022년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 연회에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하고,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국가의 근본리익을 침탈"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미 김여정 부부장도 4월 4일 대남 담화를 통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핵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남한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고 공언한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핵 문제는 남측이 관여할 일이 아니며, 미국과의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을 대상으로 하는 전술핵 개발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질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새 정부를 압박하는 금강산 남측 시설물 철거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를 밝혔다. 그러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 및 북·미관계 교착국면이 이어지자 김 위원장은 10월 금강산을 방문해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그해 12월 북한은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2020년 2월까지 금강산의 남측 시설물을 모두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올해 3월 금강산에 있는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을 해체하기 시작해 4월 말에는 공정의 상당부분을 진행했다. 금강산에 소재한 골프장과 리조트도 4월 중순, 해체 시작 8일 만에 대부분의 공정을 마무리했다. 두 시설은 2008년 5월 남측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자 문을 닫았다. 이 시설 외에 금강산에 소재한 남한 정부와 관광공사 소유의 시설물도 같은 상황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014년 6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에서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구 개발을 선포하는 정령을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구는 원산, 석왕사, 마식령, 울림폭포, 통천, 금강산 등 6개 지구로 구성되어 있으며, 금강산을 제외하고 상당 부분 이미 개발이 진행된 상태다.

남북관계 교착이 장기화되자 금강산의 남측 노후시설을 철거하고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측 소유 시설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은 상거래 상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며, 북한의 국제신용에도 부정적이다.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의 일방적 철거는 기존 자신들의 구상을 실현하는 목적 이외에 남한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전 남한을 대상으로 하는 전술핵 개발과 더불어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통해 대남 압박의 강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3일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5번째 국정과제 목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하에 약속 18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겠습니다" 부문의 3개 국정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 추진', '남북관계 정상화, 국민과 함께하는 통일 준비',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 등이다. 따라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비핵화, 남북관계의 정상화, 그리고 인도적 문제 해결 등 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화와 교류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을 전제로 한 남북협력 및 평화협정 협상 개시,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은 역대 정부와 대동소이하다.

대북 주도와 북한 변화 유도를 명기한 점은 문재인 정부와 일정 부분 차이가 있으며, 여러 부문에서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한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발전적 보완'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대북 주도와 북한 변화 유도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강경노선으로 전환한 북한의 반발 가능성과 남북 강대강 국면이 조성될 우려를 배제하기 어렵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북전단을 빌미로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대남 비난담화를 내고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또한 북한은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체제결속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북한 변화 유도를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개연성도 있다.

새 정부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 문제, 통일기반 조성, 인권·인도적 사안, 경제협력 등 제반 분야에서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공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한반도 문제 해결과 국익 실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하고 있는 새 정부가 중국의 협력을 견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보수 우경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도전요인이 될 것이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경우 30여 년의 시간이 경과하고 북핵 보유 등 통일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반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핵심은 합의에 의한 점진적 평화통일이다. 또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여야 및 보수 진보 진영 모두가 동의한 합의안이다. 만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보완을 특정 진영이 주도하거나 그 내용이 일방적인 우리식 통일방안으로 변화될 경우, 우리 사회는 물론 북한의 협력을 견인해 내는데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 대북정책의 과제

시급한 당면 현안인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새 정부 국정과제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 구현"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예측 가능한 비핵화 로드맵의 제시,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대북 비핵화 협상, 그리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시 평화협정 협상을 추진할 것을 밝히고 있다. 또한 킬체인(kill chain), 다층미사일방어체제, 대량응징보복 능력 등 한국형 3축체계 구축과 미국의 확장억제의 신뢰성 제고도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한국형 3축체계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최소한의 자위책일 뿐 근본적 해결방안이 아니다. 또한 비핵국가가 핵국가를 선제타격한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제약이 있다. 북한의 핵무기가 단 한발이라도 잔존할 경우 그 결과는 재앙이기 때문이다.

확장억제도 미래 상황에서 미국의 의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대안일 뿐이다. 논란이 되었던 사드의 추가 배치와 쿼드(QUAD) 워킹그룹 참여도 모순적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올해 1월 북한의 미사일이 수도권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며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사드 추가배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은 쿼드 확대계획이 없음을 밝힌 바 있으며, 쿼드 워킹그룹은 미국, 호주, 인도, 일본이 결정한 사항을 이행하는 기구다. 워킹그룹은 정책결정권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참여할 경우 일본이 참여한 상위 결정을 이행하는 셈이 된다.

남북 및 북·미관계의 강대강 국면은 남·북·미 모두의 피해로 귀결될 뿐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돌파구의 마련이 필요하다.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 없이 북한이 당면한 위기를 해소할 방법은 없으며, 취약한 내구력으로 무한정 핵 개발에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 역시 북한 문제의 안정화 없이 세계전략은 물론 인도·태평양전략의 순탄한 이행이 어렵다. 무엇보다 한반도 위기의 모든 고비용구조를 감당해야 할 우리 정부의 혜안과 적실성 있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조선중앙통신은 4월 22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사실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답신에서 '력사적인 공동선언'이라는 표현과 함께 남측 동포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 특히 남한 새 정부 출범 직전 친서 교환을 전격 밝힌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 국무부 역시 남북 친서 교환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대화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새 정부는 남북관계의 정상화와 원칙적 대응을 대북정책의 중요 지표로 삼고 있다. 대화와 협상이 없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는 가능하지 않으며, 남북 및 북·미관계의 당면 현안해결도 어렵다. 남북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강대강 대치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항구적 정착과 지속가능한 관계발전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이며, 비핵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급히 그리고 전제조건 없이 재개하는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의 핵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 둘 것이며, 비핵화 전환 시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비'가 아니라 실제로 보다 창의적이고 '담대한 제안'을 통해 북한을 견인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보수정권의 경우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남남갈등의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집단면역 달성이 가능한 수준의 백신지원과 대규모의 식량지원도 진보정부보다 용이한 측면이 있다. 새 정부는 실용적 보수의 외교안보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와 차별화된 새로운 보수의 면목으로 당면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실용성, 유연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제20대 대선이 결정된 것은 극단적으로 심화된 한국 정치 지형의 양극화와 진영논리의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에 대해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북정책 추진의 가장 큰 동력은 국민적 합의에서 나온다는 점을 새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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