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 시대'를 개막한 윤 대통령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치고 집무실이 위치한 용산 옛 국방부 청사에 들어서며 "우리 국민이 다 함께 잘 사는 이 나라를 위해서 우리가 한번 신나게 일해보자"고 참모진을 독려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마주한 정치 환경은 녹록치 않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선택적 정의'에 따른 혐오와 적대적 대치를 근본적 문제로 보는 윤 대통령의 정치관이 녹아있는 언급이다. '검수완박' 입법 갈등, 내각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168석으로 국회의석 다수를 점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읽힌다.
국정운영을 제약하는 여소야대 환경에 지방선거까지 코앞에 닥친 현실을 고려한 듯,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거대 야당을 향한 적극적인 화해 메시지도 담지 않았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취임 연설과 대비된다.
'통합', '화해', '소통' 등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에 등장하는 단골 용어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사는 전날까지 윤 대통령이 직접 퇴고를 거듭하며 가다듬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통합이나 협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취임사에 형식적인 말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면서도 "한국 지성주의 실종에 관한 언급은 민주당의 다수 의석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이런 기조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협치하고 소통할 것인지가 국정운영에 난관이 될 것"이라며 "청문 정국에서 갈등이 증폭된 상태여서 지방선거 이후까지도 여야 대결구도가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반지성주의로 야기된 집단적 갈등의 해법으로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며 '자유'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는 윤 당선인이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자유는 승자독식이 아니다"고 했으나 야당과의 소통 구상이나 구체적인 사회 갈등 치유 방안을 부연하지 않아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로 풀이됐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민주당이 '낙마 1순위'로 꼽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 여부와 민주당의 대응이 새정부 여야 관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이 지연되면 경제부총리 대행체제로,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 차관 체제로 내각을 운영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통해 서둘러 정치 재개에 나선 만큼, 6.1 지방선거까지는 '대선 연장전' 양상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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