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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키이우 인근 군 축소" 밝혔지만, '시간 벌기' 불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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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키이우 인근 군 축소" 밝혔지만, '시간 벌기' 불신 팽배

첫 대면 협상 양 측 "건설적" 평가…우크라·서방 "말이 아닌 행동 볼 것" 경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첫 대면 회담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변에서 군사활동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며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고전 중인 러시아가 시간끌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P> 통신 등 외신은 29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5차 협상 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이 "상호 신뢰 증진과 향후 협상을 위한 올바른 조건을 만들기 위해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지역에서의 군사 활동을 대폭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그러나 포민 차관이 남동부 마리우폴, 동부 하르키우 등 격렬한 전투가 있었던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터키·이스라엘·폴란드·캐나다 등이 안보 보장국이 돼 준다면 러시아 쪽 요구 사항 중 하나인 중립국 지위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내에 외국군을 주둔시키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협상단은 여기서 안보 보장국의 의미는 한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동맹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집단 방위 규정인 "나토 5조에 비견될 만 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 대해서는 15년간 시간을 두고 러시아와 협의할 것을 제안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회담이 진행되는 15년간 군사 적대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 측 협상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을 밝히며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알렸다. <CNN> 방송은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RIA-Novosti) 통신을 인용해 러시아 협상단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이 이날 협상을 "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포돌랴크 보좌관 또한 양 쪽 대통령의 만남이 가능할 정도로 협상에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군사 활동을 줄이겠다는 러시아 쪽의 발표에 대해 우크라이나 쪽은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 쪽의 신호가 "긍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이 폭탄을 멈추지는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순진하지 않다. 이미 34일간의 침략을 통해 확실한 것은 결과 뿐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미국 쪽도 경계를 늦춰서 안 된다고 당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군사 활동 축소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두고 볼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행동하는 것을 보기 전까진 아무 것도 예단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가 키이우 주변에서 매우 적은 수의 군사를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는 철수보다 재편성에 가까웠다며 "키이우에 대한 위협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러시아가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중 후자에 집중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들에 대한 지속적인 야만 행위이며 그것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 방송은 영국 총리 대변인도 "우리는 푸틴 정권을 그들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이미 "돈바스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키이우 부근에서 군사 활동을 줄이겠다고 천명한 것은 이미 고전하고 있거나 패색이 짙은 지역에서 군사를 물리고 돈바스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전투력을 재편성 할 '시간 벌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티유 블레그 영국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러시아가 좋은 뜻으로 군사활동을 축소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지상에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군을 재편성하고 재무장할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영국 국방부가 "러시아가 전투력을 북쪽에서 동쪽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로 전환하는 것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군사 활동 축소를 밝혔지만 이미 키이우 인근 주민 피해는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선언이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는 "너무 늦었다"고 썼다. 이 매체는 키이우 인근에서 탈출한 주민들을 인용해 인근 도시에서 "이미 200명 이상이 사망했고 파괴되지 않은 건물을 세는 것이 더 적다"고 보도했다. 

집중 포격을 당했지만 따로 언급되지 않은 마리우폴의 경우 사망자가 5000명에 이른다는 추정도 나온다. <로이터>는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거의 50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 29일(현지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5차 평화협상의 러시아 측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왼쪽) 대통령 보좌관과 우크라이나 측 단장인 집권당 대표 다비드 하라하미야가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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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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