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차기대통령 당선인 간의 회동 일정이 전격 발표됐지만, 신·구 권력 간의 갈등 전선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감사위원 인사 문제가 일단락되자, 이번엔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문제로 기획재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 간 파열음이 빚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인수위와의 간담회를 거부해 인수위 측에서 공개 유감 표명에 나섰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2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 관련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경 반영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연합뉴스>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현 정부 임기 내에 2차 추경을 제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신 대변인의 이례적 "강력 요청"은 이에 대한 반응 차원이다.
신 대변인은 "인수위에서는 24일 기재부 업무보고시 이미 '속도감 있는 추경 준비'를 주문한 바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불가피한 경우라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국회에 요청될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 당시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시면 빠르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안 들어주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저희가 국회에 보내는 방안으로 해서 신속하게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빈곤 탈출 방안을 준비해야 될 것"이라고 했었다.
신 대변인은 인수위가 준비하는 추경 규모가 윤 당선인 공약대로 50조 원 안팎이 맞는지에 대해선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 보상을 위해 충분한 규모로 지원할 것이나 현재 정확한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다"고 답했다.
인수위는 이날 중앙선관위와도 정면 충돌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의 이용호 간사는 이날 신 대변인 브리핑 직후 연이어 '긴급 브리핑'을 열고 "중앙선관위가 지난주 인수위의 간담회 요청에 대해 선관위원 회의를 거친 후 '선례가 없고, 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간담회 요청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고 밝히고 "매우 안타깝고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로 대통령·대법원장·국회가 각각 3인의 상임위원을 지명하게 돼 있지만, 윤 당선인 등 국민의힘 진영에서는 노정희 현 위원장의 경우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상임위원으로 지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그를 친여 성향으로 보고 있다.
인수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중앙선관위의 경우 헌법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정부 인수인계 관련 '업무보고'를 받는 대신 간담회를 열겠다고 했었다. 이 간사는 "지난 대선 투표 과정에서, 특히 사전투표에서 '소쿠리 투표' 등 확진자 관련 준비 부실 때문에 국민적 비판과 질타가 많았다"며 간담회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간사는 특히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감사원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중앙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이처럼 국민 기대에 못 미치게, 선거 준비를 턱없이 부족·부실하게 한 데 대해 감사 여부를 물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간사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번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 감사를 하겠다"고 인수위에 감사 계획을 보고했다고 한다. 이 간사는 "(감사원이) '선거 이후,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의 보완·개선 요인을 분석하고 진단하겠다'고 보고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간사는 "그동안 중앙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받은 기록을 보니 2012년부터 19년까지 4차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대충 3년에 1번"이라며 "마지막 감사가 2019년 특정감사다. 이제 정기감사로 그럴 때가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곳곳에서 갈등 양상이 불거지면서 오는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관심이 모인다. 다만 기재부가 재정 건전성 관련 우려를 표명해온 것은 현 정부 집권기에도 청와대·여당과 대립하면서까지 지속돼온 것이고, 더구나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행정부와는 별도의 독립기구여서 문 대통령이 협조를 지시하거나 요청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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