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른바 '처리수'의 태평양 방류를 일본 정부가 결단함에 따라 폭발의 여파는 지금도 전 세계에 여진을 몰고 오는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환경운동연합이 여전히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 농수축산물에서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사고를 기억하고, 한국의 '탈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결성한 '후쿠시마 핵사고 11주년 준비위원회'는 5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기억하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제그만'이라는 집회를 진행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이백윤 노동당 후보 등이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거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이 자리를 찾지 않았다.
이들 단체는 이날 집회에서 "후쿠시마 사고는 끝나지 않았고, 한국의 원전에도 수많은 위기가 지속하고 있다"라며 핵발전 폐기를 주장했다.
심상정 후보는 "어제 한울원전본부를 산불이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라고 말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심 후보는 "이 자리에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없다"라며 "한 분은 애매모호한 '감원전'을 말하고 또 한 분은 원전 강국이라는 말로 선동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지난 대선 토론 당시 윤 후보에게 SMR(소형모듈원전)을 강남에도 지을 수 있겠냐고 물었던 질의를 언급하며 "윤 후보에게 강남에 SMR을 설치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발뺌했다"라며 "강남에도 못 짓는 것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못 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 대선후보 비초청 토론회에 나와 "핵폐기물을 윤 후보 집 지하에 안전하고 이쁘게 보관하겠다"라고 발언했던 이백윤 노동당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핵발전소 공격, 울진 화재 사고를 보면 원전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2030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자포지라 원전 공격을 언급하며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원전 위협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라며 "대부분의 핵발전소가 해안가에 밀집한 상황에서 지진과 해일의 위협이 찾아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오 후보는 "핵 발전 위험세, 탄소세 도입을 통해 핵발전의 비용을 높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원전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8년째 월성원전 인근 주민 이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온 황분희 월성원전 이주대책위 부위원장은 "전 국민이 다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역민들은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라며 원전 인근 지역 주민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황 부위원장은 "핵발전소 가까이에 36년을 살다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라며 "지금 11살이 된 내 손자도 이런 고통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건강에 핵발전소가 끼치는 영향은 장기간 논쟁적인 사안이다.
황 부위원장은 또 "과학자들은 원전이 값싼 전기고 안전하다고 시골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며 "그러면 핵 폐기물은 서울에 있는 돌산에 보관하고 한강에 원전을 만들지 왜 그렇게 안하냐"라고 비판했다. 황 부위원장은 "아무리 위험을 차단해도 자연재해는 못 막는다"라며 "살면서 조금의 불편함은 있더라도 핵발전소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집회를 마무리 한 후 참여자들은 브라질 타악기인 바투카다를 연주하는 평화퍼포먼스팀 '레츠피스'와 함께 혜화동 로터리와 이화사거리를 행진했다. 집회를 주관한 후쿠시마 핵사고 11년 준비위원회는 성명을 발표하며 "언제까지 핵발전소 지역에만 피해와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냐"라며 "핵폐기물 책임에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