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 코로나19 감염 확산 상황을 '유행 출구의 초입 단계'로 규정하고 앞으로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 가능하리라고 자신했다. 현 유행 상황이 지나면 방역패스 완화도 고려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다만 특히 미접종자와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는 만큼, 아직 오미크론 유행 정점 이후를 논할 때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금은 엔데믹 초입 단계…마지막 대유행 거쳐야"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현재는 오미크론의 위험도를 계속 확인하면서 풍토병(엔데믹)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라며 "금번 오미크론 유행은 단기적으로는 위기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한 번은 거쳐야 할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 반장은 이어 현 오미크론 유행 국면에서 "중증과 사망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체계를 보존하면서 유행을 잘 넘긴다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배포한 보도 설명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의료 대응 체계는 확진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병상 가동률은 36.3%며 준-중증병상 58.8%, 중등증병상 46.2%,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23.3%로 각각 집계됐다.
박 반장은 "고위험군 중심의 동네 병·의원이 참여하는 대응체계 개편과 먹는 치료제 투여 확대 등 적극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의료 대응에)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라며 "내일은 주말 동안 낮아졌던 검사량이 회복된 결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확진자 수는 오늘보다 많아"지겠으나 "확진자 수 증가에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중증과 사망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의료전달 체계 논란은 지속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의료 현장에서 의료 전달 체계 상 문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소하겠다고 해명했다.
전반적인 의료 대응 지표는 양호하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재택치료를 받던 생후 7개월 아기가 119 구급차에 후송돼 의료기관을 찾았으나 수원 시내 응급실에 입원하지 못해 자택에서 17킬로미터 떨어진 안산의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산부가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두고 진통이 시작돼 구급차에 탑승했으나, 확진자라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한 병원으로 인해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의료체계가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하고 위중증 환자 치료 체계로 바뀜에 따라 일선에서 지속적으로 혼선이 일어나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어서 이른바 '셀프방역' 체계를 향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박 반장은 분만 시스템의 경우 "굉장히 저희들도 현장에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일단 분만병원협회와 협조해 음압 분만 병상을 82개 확보해 놓았고, 이달 중 200개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음압 분만 병상에서 산모가 분만한 후, 신생아는 출생 후 사흘가량 일반 신생아와 구분해 격리한 후 일반 신생아실로 옮기는 체제가 이에 따라 안착될 것이라고 박 반장은 설명했다.
박 반장은 다만 "의료현장에서 데이터로는 (이 같은 체계가 숫자상 안착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코로나 확진 산모가 선택할 수 있는 병상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아 사망 사례에 관해서는 "아이가 7개월이었는데 주변 병원 응급실에 자리가 없거나, 격리병상이 있어도 소아과 전문의가 없는 상황"이었고 "아이의 소생술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낸 의료기관도 몇 곳 있었다"며 "그에 따라 17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17분가량 이동한 후 입원"했으나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박 반장은 설명했다.
정부는 한편 업무 과부하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일선 보건소 상황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박 반장은 "일선 보건소 직원들의 과로, 과부하, 또 만성 누적되는 피로감은 현재 방역당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보완해야 할 숙제"라며 "보건소장들과 단톡방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각 지역별 대표 보건소장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 통제관과 제가 따로 단톡방을 운영하면서 현장상황을 수시로 듣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반장은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행정안전부와 협조해 인력이 부족한 부분에 빨리 추가 배정을 하려고 한다"며 "최대한 많은 인력이 투입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방역패스 해제 못해"
한편 정부는 현 오미크론 대유행 고비를 넘어가면 방역패스 완화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동선추적을 하지 않게 되면서 방역패스 무용론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정부가 다시금 선을 그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으나, 60세 이상 고령층과 미접종자, 두 인구집단에는 위험성이 남아 있다"며 지금은 방역패스 해제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손 반장은 "미접종자는 12세 이상 인구의 6%, 18세 이상의 4%에 불과"하지만 "지난 8주간 발생한 전체 중환자의 62.1%, 사망자의 65.4%가 이들 미접종자에서 나왔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중수본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작년 12월 19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최근 8주간 전체 위중증 환자 1980명 중 1157명(58.4%)이 미접종자였고 74명(3.7%)이 1차 접종자였다.
사망자 1323명 중에서는 798명(60.3%)이 미접종자였고 67명(5.1%)이 1차 접종자였다.
중수본은 이를 바탕으로 "12세 이상 인구의 5.9%에 부과한 미접종자가 지난 8주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국외 사례나 국내 실제 접종 자료를 통해 (백신) 접종효과가 분명하게 입증된 만큼, 3차 접종까지 신속히 완료할 것을 재차 당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해 방역패스는 지속적으로 유지해야만 한다는 게 여전한 정부의 입장이다.
손 반장은 다만 "방역패스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오미크론 유행에 대한 대응체계"라며 "오미크론 유행이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나 안정화된다면 현재 취하고 있는 사회적 조치 방안들을 조금 더 조정하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이 검토 과정에 방역패스 축소나 조정이 당연히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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