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권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가운데, 이에 대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눈길을 끈다. 국민의힘 내에선 '단일화 무용론'과 '단일화 필요론'이 엇갈리는 사이, 민주당은 야권의 균열을 반색하며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안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정권 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단일화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음을 피력한 것이다.
이준석 "단일화 제안하다 갑자기 또 완주 선언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을 향해 '정치모리배', '구태' 등 날선 표현을 서슴지 않았음에도 "구체적인 단어에 대한 논평은 삼가겠다"며 맞대응 대신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단일화 논의 과정을 염두에 둔 태도로 보인다.
그러나 당 대표 의견은 달랐다. 단일화에 대해 줄곧 부정적 입장을 피력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 후보에 대해 "조변석개"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단일화 제안을 하다가 갑자기 또 완주 선언을 하셨으면, 그 조변석개하는 입장변화에 대한 비판은 안 후보님과 국민의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지 (유세 버스 사고로 사망한) 고인이나 이준석에게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무산의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KBS에 출연해 안 후보가 유세버스 사고로 사망한 고인의 뜻에 따라 완주 의사를 밝혔다며 "고인이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시나"라고 저격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고인에 대한 모독적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SNS 글에서 다시금 "일반적으로 사고가 완전하게 수습되지도 않았는데 돌아가신 분의 유지를 근거로 선거를 지속한다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발언은 할 수 있는 지적"이라고 재반박했다.
송영길 "항상 열려있어"...국민의당 "정신 상태 의문"
반면, 지지율 정체 속 '단일화 파국'을 내심 기대했던 민주당은 안 후보의 결렬 선언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즉시 "통합 정부"를 내세우며 안 후보 측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나 국민의힘 쪽에서 너무 안 후보를 모욕하고 모멸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책임론'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공학적인 단일화 여부를 넘어서 저희가 집권하더라도 이 후보가 말한 대로 통합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안 후보에게) '항상 열려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안 후보의 과학기술강국 아젠다(의제)를 소중히 생각하고 잘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며 "안 후보가 주장하는 '과학기술 대한민국' 정신을 이재명 후보는 전폭 수용해서 '과학기술부총리' 공약으로 흡수했고, 저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송 대표의 러브콜에 대해 정작 국민의당에선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며칠 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구걸'에 빗대어 비하하더니, 오늘은 민주당은 '항상 열려있다'고 구애했다"며 "정신 상태에 의문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뭐가 항상 열려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일화 무산을 통해 반사이익을 보려 하는 송 대표의 얄팍한 계산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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