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본부장이 뇌물 수수 및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에 이 지사는 관리 책임을 인정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친분설을 강력히 부인했으나, 국민의힘은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의 관계를 "정치경제공동체"로 규정하고 파상 공격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5일 "유동규라는 행동대장이 혼자 저지른 개인비리라는 가짜 프레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유 전 본부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드러나면 이재명 지사는 그 공동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고 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이 후보와 정치경제공동체가 아니라는 변명을 한다면 지나가는 소도 웃을 것"이라며 "특정 민간인이 수천억 원을 챙겨먹도록 부패구조를 설계한 장본인은 이재명"이라고 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직적으로 (대장동 관련)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가로막고 있고, 검찰과 경찰의 늑장 압수수색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대장동게이트 태스크포스'에서 활동하는 박수영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복수의 경기도청 관계자 제보에 의하면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 임명장 수여식을 하고 사진 찍는 절차를 준비했는데, 이 지사가 절차와 직원들을 물리고 '동규야, 이리 와라' 하면서 바로 티타임으로 들어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또 다른 경기도청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유동규는 평소 이 지사가 넘버1, 정진상이 넘버2, 자신이 넘버3라고 얘기하고 다녔다고 한다"며 "넘버1이 넘버3를 측근이 아니라고 했으니, 넘버3가 변심해서 다 불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받기로 한 돈도 다 못 받은 모양이던데"라고 썼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준석 대표도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을) 측근이 아니라고 하는데,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유동규 씨 같은 사람을 측근 또는 비선이라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최서원(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 부정에서 (박근혜) 탄핵이 시작됐다"며 "유 씨의 배임 혐의를 시작으로 하나씩 캐기 시작하면 이 지사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로 그칠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국정농단 사태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떳떳하다면 특검에서 규명하면 된다"며 특검 수용을 민주당에 촉구했다.
이 지사가 유 전 본부장과의 정치적 관계를 부정한 데 대해선 민주당에서도 의심어린 시각이 커지고 있다. 대선후보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을 이 지사의 "측근"으로 지칭하며 이 지사가 언급한 '관리 책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 대장동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그런 불안을 안고 대선을 이길 수 있겠나. 그런 인사와 행정을 했던 후보가 국정을 잘 운영할 수 있겠냐"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성남도시개발 본부장과 성남시장의 관계가 한국전력 직원과 대통령의 관계에 비유할 만한 것인가 국민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지사가 전날 "한전 직원이 뇌물을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나"라며 유 전 본부장과의 공동 책임론에 선을 그은 대목을 꼬집은 발언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대장동의 늪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며 "지도부도, 의원들도 민주당이 처한 위기를 직시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유 전 본부장과 이 지사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도시건설분과 간사,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내며 이 지사의 지근거리에 머물렀던 인사여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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