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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IA의 놀라운 통찰력,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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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IA의 놀라운 통찰력, 그러나...

[정욱식 칼럼] 바보 같은 짓의 최고봉은?

"미국의 정보 공동체는 경제제재 그 자체로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

1991년 12월에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 국방부의 요청으로 작성한 비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이 보고서는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지자 CAI가 국가정보국, 국무부, 국방정보국, 군부 등 관련 부처와의 토론을 거쳐 작성된 것이다. 비밀로 묶여 있다가 2009년에 공개됐다.

당시 미국 정보 공동체의 통찰력은 작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놀라운 씁쓸함을 안겨준다. 경제제재가 효과가 없다는 것은 10월 10일 북한의 열병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제제재의 1차적인 목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는다는 것인데,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다양한 전략 무기를 선보였다.

1991년 보고서에 담긴 통찰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CIA는 "무역 봉쇄가 이뤄지면 북한의 생산량을 급감과 주민들의 심각한 고초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유 수입 삭감"이 북한 경제와 민생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29년 후 북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흘린 눈물을 떠올리게 한다.

통찰력은 또 있다. 북한이 경제제재에 맞서 "군사 태세를 강화하고 긴축을 단행하며 제재를 무력화·회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까지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고 경제재제에는 "자력갱생"으로 맞서왔다. 수출길이 막힌 석탄을 액화석유로 만들어 삭감된 원유 수입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력한 경제제재가 북한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키워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심지어 정권교체까지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맹위를 떨쳐왔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 공동체는 다르게 봤다. "강력한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북한 정권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 주민의 정권에 대한 지지를 더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부의 경제제재가 내부의 결속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취지의 분석이었다. 이 역시 오늘날 북한의 현실과 부합하는 통찰력이다.

내년이면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 30년이 된다. 이 30년의 역사가 말해주는 분명한 교훈이 있다. 대북 경제제재가 강해질수록 북한의 핵 능력도 강해져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선 여전히 대북 제재의 효과를 믿거나 믿는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미국 주류의 '제재 중독'은 중증으로 악화되고 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르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바보 같은 짓 가운데 그야말로 최고봉은 항상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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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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