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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1등'들의 반란?...전공의들 서명식 저지 "우릴 맘대로 휘두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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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1등'들의 반란?...전공의들 서명식 저지 "우릴 맘대로 휘두르지 마"

대전협 "단체행동 중단은 우리가 결정할 것"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 의사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을 중단한다고 합의했다. 2002년 의사단체의 요구로 의대 정원 10% 감축이 확정된 뒤 18년 만에 추진된 의사 정원 확대 시도가 멈춰선 것이다.

의료계는 이에 따라 진료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단, 전공의들이 이번 합의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의료 현장 정상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중단하고 코로나19 확산 안정 이후 의정협의체를 꾸려 이를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의정협의체에서는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건강보험료와 수가를 다루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도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와 의료계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상호 공조 및 의료인 보호와 의료기관 지원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합의했다.

서명식에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장기간 걱정을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다"며 "어렵게 잡은 의료 일정이 늦춰지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헤맨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안타깝고 죄송스러웠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래의 보건 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사와 의대생을 품어야 하는 힘든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의료계에 감사인사를 전한 뒤 "오늘 합의가 향후 보건의료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의료보건 현장을 책임질 의대생들도 환자들이 기다리는 진료 현장으로 돌아와 학업 증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의협이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4대 의료정책 관련 입법의 원점 재검토에 합의했다.

전공의 수십 명, 서명식 장소 찾아와 "졸속 합의 반대"

당초 복지부와 의협의 합의문 서명식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협에서 의견수렴 및 논의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후 1시로 약속시간이 한 차례 미뤄졌다. 실제 서명식은 오후 2시 40분경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뤄졌다.

앞서 오전 8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여당과 의협의 서명식에도 최 회장은 1시간 30분 가량 지각했다.

서명식 일정 변경의 원인은 전공의들의 반발이었다. 이들은 정부 여당과의 합의 내용이나 서명식 일정을 알지 못했다며 이번 합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이상기류가 감지된 곳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트위터였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8시경 "자고 있는데 나도 모르는 보도자료가. 아직 카톡방도 다 못읽었는데. 회장이 패싱당한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건지?"라고 쓴 트윗을 올렸다.

이후 복지부와 의협이 서명식을 약속한 오후 1시경 건강증진개발원에 수십 명의 전공의가 찾아와 박 장관과 최 회장 등의 진입을 막으며 서명식을 저지했다. 이들의 손에는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 "전공의는 합의한 적 없다"는 등의 팻말이 들려있었다.

결국 서명식 시간과 장소는 2시 30분 정부 서울청사로 바뀌었다.

전날인 3일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의료계 각 직역별 대표자 등은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 회의를 통해 의료계 단일 협상안을 마련하고 최 회장에게 협상의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박 회장은 대전협 대의원총회에서 "단체행동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을 위임받았다.

최 회장은 이날 대의원 담화문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며 "선배들을 믿고 진료현장으로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복귀 문제에 대해 "정부, 여당과 의협도 전공의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이를 합의에 반영하려 협의 과정에서 노력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합의문의 내용을 믿어주시고 진료에 복귀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회현동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최대집 의사협회장과의 합의 서명식을 위해 식장으로 향하던 중 전공의들의 반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현 "의정 합의 유감...단체행동 중단은 우리가 결정할 행동"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의정 합의와 현장 복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저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된 합의에 대해 유감"이라며 "단체행동을 중단하는 것은 저희가 결정할 행동"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의료계가 최 회장에게 협상 권한을 위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3일 진행된 범투위 회의에서 단일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종 합의안은 당시 마련되지 않았다"며 "회의에서는 최종 합의안이 마련된 후 진행될 협상에 관한 전권을 의협 회장에게 위임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대전협이) 의사협회의 산하단체인 건 맞지만 우리는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전공의"라며 "정당한 의사결정을 거쳤다고 해도 우리를 마음대로 휘두를 순 없다. 회원분들은 대전협을, 저를 믿고 지침에 따라 달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후 진행될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며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 젊은의사 전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부 여당과 의료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 정상화에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는 알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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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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