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만에 공식 석상에 재등장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는 소식을 24일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위한 방침이 제시됐다고 북한은 밝혔다. 북한의 군사·국방 전략을 총괄 지도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 회의가 열린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이른바 '연말 데드라인' 직전이었던 작년 12월 22일 이후 5개월 만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중앙군사위) 회의를 지도"했다며, 이 회의에서 "국가무력 건설과 발전의 총적 요구에 따라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보도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핵전쟁 억제력"이라는 표현이다. 북한은 이날 보도를 통해, 미사일 개발 등을 맡고 있는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연말 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를 비난하며 "강력한 핵 억제력의 경상적 동원 태세 유지"를 지시했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그러면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넘어갈 것",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대북)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었다.
북한이 작년 12월의 7기 3차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이후 이날 4차 확대회의를 열고 "핵전쟁 억제력"을 언급한 것, 군수공업부장을 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사실상 신경쓰지 않고 있는 미국에 대한 압박으로 읽힌다. 다만 구체적인 언급은 삼간 점은 수위 조절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이어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면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인민군 차수(원수와 대장 사이 계급)로 전격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박 참모장은 포병국장 출신으로,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다.
'포병의 타격 능력'을 언급한 것은, 올해 초부터 김 위원장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 등 포병 훈련을 수 차례 직접 참관한 행보와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 방사포'를 사실상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방사포'라고 주장하면서 유엔 제재를 피해가려는 의도와 함께 미국과의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또 "무력의 군사정치 활동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편향들을 총화 분석하고, 그를 극복하고 결정적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방조적 문제들, 무력 구성의 불합리한 기구 편제적 결함들을 검토하고 바로잡기 위한 문제, 자위적 국방력을 급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 편성해 위협적인 외부세력들에 대한 군사적 억제 능력을 더욱 완비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밝혀, 군사 조직의 일부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새 군사적 대책들에 관한 명령서"와 함께 "중요 군사교육기관의 책임·역할을 높이기 위한 기구개편안 명령서", "안전기관의 사명과 임무에 맞게 군사지휘체계를 개편하는 명령서", "지휘성원의 군사칭호를 올려줄 데 대한 명령서" 등 7건의 명령서에 친필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관련 부서에서 분석 중"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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