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측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대규모 민간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폭스뉴스>, <CBS> 등 미국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미국인들의 세금을 들여 북한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대북 제재를 해제해 민간 자본이 북한에 투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전력망 건설과 인프라 개발, 주민들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농업에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남한에 비견될만한 북한 주민들의 진정한 경제 번영을 위한 조건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비핵화를 얻는다면 (북한에 제공할 보상은) 제재 완화는 물론이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일련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미국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대북 경제적 지원은 어렵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어 민간 차원의 자본과 기술력이 북한에 투입될 수 있는 길을 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비핵화의 대가로) 우리는 확실하게 안전 보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김 위원장이 자국과 자국민을 위한 전략적인 변화를 원하는 것이며, 그가 그렇게 할 준비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체제 안전 보장은 평화협정, 상호 불가침 조약 체결, 북미 수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비핵화 방식에 대해선 "이전처럼 상대가 X를 주면 우리가 Y를 주는 방식은 계속 실패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와 다르고, 더 크고,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최대한 북한에 무역과 투자를 개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에 전념한다면 (보상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할 것"이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다만 이같은 보상은 북한의 선(先) 비핵화를 전제로 한 조치임을 분명히 하며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북한 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면서 "모든 핵무기를 처분하고 해체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테네시주 오크리지는 미국의 핵과 원자력 연구 단지가 있는 지역으로 과거 리비아 핵 협상을 통해 폐기된 리비아의 핵시설과 핵물질이 보관된 곳이다. 미 정부가 북한의 핵시설과 핵물질을 보관할 미국 내 장소를 특정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북한은 매우 광범위한 핵프로그램이 있고 누구도 폐기가 쉽다고 믿지 않는다"며 "핵과 미사일 시설의 위치를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고 개방적인 사찰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핵 폐기와 검증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실제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할 것이고 다른 나라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IAEA의 소관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탄도미사일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화학·생물학 무기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 폐기 대상에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도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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