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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의혹, CCTV를 확인한다 한들

[김종배의 '뉴스진맥']<1> "종북진보"로 다시 불거진 손학규 '정체성'

CCTV를 확인한다 한들

'한겨레'가 새로운 사실을 내놨습니다. 민주당 도청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조사한 결과 KBS가 주장한 '귀대기(벽치기)' 취재는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입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던 국회 당대표실 구조와 회의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귀대기 취재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경찰은 녹취록이 민주당 내부에서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합니다.

어떨까요? 이러면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걸까요? 아닙니다. 꼭 그렇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경찰이 '도청'으로 결론 내린다고 해도 그 장본인을 밝혀내기는 여의치 않습니다. 경찰이 국회 사무처의 협조를 받아 CCTV 화면을 분석하고 있다고 하지만 확증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바로는 CCTV가 설치된 곳은 당대표실 내부가 아니라 복도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전후에 당대표실 주변을 서성인 사실을 밝혀낸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를 도청 장본인으로 특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복도를 서성인 것만으로 도청 행위를 확증할 수는 없으니까요. KBS가 이미 밝힌 '귀대기' 여부를 밝혀내는 정도가 성과의 최대치가 되겠지요.

만에 하나 도청 장본인을 특정하지 못하면 이번 사건의 본질인 '녹취록 유출 경위'는 더더욱 밝혀내기 어렵습니다. 물론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녹취록을 입수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진실을 고백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한선교 의원은 경찰의 출석 요청을 받고도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덴마크 순방길에 동행한 겁니다.

한선교 의원이 귀국하는 날은 오는 13일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됩니다. 사건이 국민의 시선에서 멀어질 환경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궁'을 예단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8월이 되면 KBS 수신료 문제가 다시 국회의 핫이슈로 떠오르게 돼 있으니까요.

▲ '도청 의혹'의 당사자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해외로 출장을 나가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뉴시스

균형감 있는 보도, 균형 잃은 현실

'경향신문'이 일반화에 나섰습니다. 그간 정치권에서 간간히 삐져나오던 재벌 규제 방안을 한 데 모아 '재벌개혁(이) 전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맥을 잘 짚은 시도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재벌은 '공공의 적'이 되고 있습니다. SSM부터 '두부장사'까지 돈벌이에 탐닉해 수시로 서민과 중소기업의 생계를 침범하면서 '경제발전의 견인차'란 평가는 '잇속 챙기기의 선구자'란 악평으로 변한 지 오래 됐습니다. 특히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성장주의가 고용 없는 성장과 대기업만의 성장으로 귀착되면서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의 '일반화'는 이런 인식의 변화를 잘 포착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주어를 '경향신문'에서 '진보세력'으로 바꾸면 한계가 뚜렷이 부각됩니다. 무상급식이 국민적 호응을 얻은 후 진보세력이 복지담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과 세트를 이뤄야 하는 경제발전 전략은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공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곳간 채울 생각은 안 하고 퍼 나를 생각만 한다는 보수세력의 공격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 문제는 중요한 고리입니다. '파이 키우기'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공정한) 파이 쪼개기'는 주요 화두가 될 수밖에 없고, 그 '파이 쪼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게 바로 재벌입니다.

하지만 진보세력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SSM의 폭식이 불거질 때만, 쌍용차와 한진중공업의 해고바람이 불거질 때만 사안별로 대응할 뿐 총체적인 재벌 개혁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경향신문'은 여야의 재벌개혁 방안을 '균형감 있게' 보도했지만 현실은 균형을 잃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와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초과이익공유제·연기금 의결권 행사·대기업의 비상장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등 굵직한 재벌개혁 방안은 모두 정부 또는 한나라당이 선수를 친 것입니다.

가정법을 살짝 바꾸면?

국가재정을 투입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는 게 옳은지 여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단순논리가 적용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이니까요. 여기서는 오로지 '조선일보'의 논법만 따라가며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일보'의 해석은 '창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반값 등록금이 '희한한 역설'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연간 500억원, LG전자는 지난해 200억원 정도를 등록금 보조금으로 지원했고, 포스코는 400억원을 썼다며 등록금이 절반으로 일괄 인하되면 국내 5개 대기업이 약 1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다른 부문에 들어갈 정부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면 전국 1700만 가구는 1년에 세금 30만원씩을 더 내야 한다고 합니다.

아주 극명한 대비입니다. 형편이 넉넉한 대기업과 그 직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 살림살이 팍팍한 일반 국민들의 부담은 가중된다는 것이니까 이처럼 '포퓰리즘의 역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보도는 가정법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래서 허약합니다. '다른 부문에 들어갈 정부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다면'이란 '조선일보'의 가정을 부정하면 '일반 국민 부담 가중'이란 결론은 도출되지 않습니다. 아울러 정반대의 가정, 즉 '대기업의 절약분을 다른 복지후생비로 돌린다면'이라는 가정을 세우면 '대기업 혜택 집중'이란 결론 또한 무너집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네요. 전자의 가정은 국회 하기 나름이라고 쳐도 후자의 가정은 실현주체가 없습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삼성은 '무노조'의 신화를 이어가는 곳이니까 '다른 복지후생비로 돌린다면'이란 가정을 실현시킬 주체가 없습니다.

피하지 않으면? 득이 될까?

'칼로 물베기'가 아니었나 봅니다. 얼굴 붉히며 입씨름한 지 이틀 만에 서로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지만 언론은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간의 '종북진보' 언쟁을 비중있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보수언론의 접근법이 다르고 진보언론의 접근법이 다릅니다. '조선일보'는 손학규 대표의 '종북진보' 발언이 민주당 내 노선투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민주당 일부(가) 받드는 햇볕은 원칙 이탈한 햇볕'이라고 비판한 반면, '한겨레'는 손학규 대표가 '종북진보' 발언으로 오해를 키웠다며 그가 제시한 '햇볕정책2.0'이 뭔지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새로운 접근법은 아닙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표방한 이래 지속돼온 보수-진보 언론의 시각차입니다.

관심사는 손학규 대표의 접근법입니다. 이미 입 밖으로 뱉은 말을 어떻게 추스릴지가 관심사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손학규 대표는 덤터기를 씁니다. 4.27재보선 승리를 기점으로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었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타임머신에 강제승차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종북진보' 발언이 한나라당 전력을 되살리는 초혼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손학규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이 그랬다죠? "이런 걸로 노선투쟁 할 일도 없지만 하자면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아하니 손학규 대표의 맞은편에 있는 경쟁자들부터 피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손학규 대표의 '정체성'을 계속 제기해 개혁 성향의 야권표 앞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일 공산이 커 보입니다. 언론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이번처럼 보수와 진보로 갈려 추임새를 넣을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손학규 대표가 피하지 않으면, 정공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 과연 득이 될까요?

오늘(4일)부터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의 '뉴스진맥'이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재됩니다. '뉴스진맥'은 조간 신문의 내용을 요약해주는 천편일률적인 '뉴스브리핑'이 아니라 김종배 씨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뉴스의 전후 맥락을 살피는 새로운 형식의 뉴스 읽기입니다. 이 글은 '미디어토씨'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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