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사님 진짜 그러시면 안 됩니다."
검찰로부터 징역 25년 구형을 받은 최순실 씨가 검사석을 쏘아보았다.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최 씨는 변론을 이어가는 내내 울먹였다. 그러나 검사석을 노려볼 때는 훌쩍임마저 멈춘 채였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한 최 씨의 최후 변론은 검찰에 대한 원망과 비난으로 끝맺었다.
이날 결심 공판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부터 1년 넘게 이어진 심리가 모두 끝났다. 선고 공판은 6주 후인 내년 1월 26일 열린다. 최 씨에 대한 법정 공방이 일단락되면서, 국정 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만이 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 씨에 대해 징역 25년형, 벌금 1185억 원, 추징금 77억9000여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선 징역 6년, 벌금 1억원, 4290만원 추징을, 신 회장에 징역 4년형에 70억 원 추징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해 "피고인은 국정농단 사태의 시작과 끝"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40년지기로서 친분관계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여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국가 위기 사태를 유발한 장본인"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최 씨에 대해 25년형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뇌물죄 형량이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인 점, △취득한 사익이 수백 억대에 이르는 등 거액인 점, △허위 진술, 증거인멸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실체 발견을 방해한 점,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점, △이미 이대 학사비리 사건에서 징역 7년이 구형된 점 등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벌금 1185억 원에 대해선 최 씨가 수수한 금액인 592억 2800만 원의 2배에서 5배 범위 내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구형 의견을 밝힐 때, 최 씨는 비교적 담담해보였다. 어처구니 없다는 듯 실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충격을 받았던 듯 휴식 시간에 대기실로 가면서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구속 피고인 대기실 쪽에서 "아아아악"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재판이 재개됐음에도 최 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장은 최 씨가 흥분 상태에 있다고 알리며, 최 씨에게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겠다며 한 차례 더 휴정을 선언했다.
법정 경위의 부축을 받아 35분 만에 다시 법정에 나타난 최 씨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훌쩍이고 있었다. 피고인석에 앉아서도 수시로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았다. 답답한 듯 주먹으로 가슴께를 때리기도 했다.
최 씨는 미리 준비된 최후 변론 원고를 읽으면서도 감정이 동요된 상태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울먹이면서도 검찰에 대한 분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 번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는데 검찰에서 1000억대 세금과 벌금을 물리는 것은, 이거는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한,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검찰은 처음부터 제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재단 설립해 사익을 추구하려고 했고 재단을 대통령 퇴임 후에 활용하기로 했다는 걸 전제로 수사를 전개해나갔습니다.
태블릿은 수사 초기부터 보여주지도 않고 수사를 마구잡이로 했고 단순히 정호성이 인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기정사실화 했습니다. 저는 태블릿 피시를 알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합니다.
현직 대통령 의상실을 CCTV 촬영하고 그것을 유출한 것은 역대 대통령 시절에는 없던 일이었고 이것은 거의 역적에 같은, 옛날 같으면 음모에 해당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검찰과 특검은 고영태와 일당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경제공동체라는 것을 본인들이 얘기했으면서 이제는 인생동반자라는 말까지 합니다.
(중략) 저는 각 기업 현안도 전혀 알지 못하고 각 기업 누구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제가 기업 현안을 공모했다고 엮고, 대통령의 당연한 기업들과의 의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뇌물로 엮으면 어떤 대통령이 어떤 기업이 안 엮이겠습니까.
저는 아까 검찰이 낭독하는 걸 보고 가슴이 멈출 것 같았습니다. 윤석열 검사님, 진짜 그러시면 안 됩니다. 한 개인과 가족을 아무리 그래도 그러시면 안 되는 겁니다. 정경유착으로 뒤집어 씌우는 특검과 검찰의 악행은 그야말로 살인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씨가 검사 실명을 호명하며 원망 투로 이야기하자 재판장은 제지했다.
검찰을 비난하며 눈물을 멈춘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시 크게 울먹였다. 그는 "적어도 40년 동안 지켜본 박 대통령은 어떤 기업과 공모하고 저와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다. 공모할 이유도 없다"며 "지금 돌이켜 보면 대통령이 됐을 때 떠났어야 하는데 떠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고통스러워했을 박 대통령과 충격을 받았을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리고 싶다"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형량이 지나치다며 반발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여전히 핵심 증거인 태블릿PC이 최 씨의 것이 아니면서, "1년여에 걸친 증거 조사 결과, 이 사건이 기획된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최순실 씨가 중죄를 지었으니 옥사(獄死)해도 마땅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5년 구형은 옥사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오태희 변호사는 감정에 호소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했다.
오 변호사는 "이제는 피고인 최서원(최순실)에 대해 바로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자신보다 자식을 걱정하는 보통 사람, 엄마의 모습"이라며 "비선 실세가 아니라 평범한 한 사람의 국민이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오 변호사가 발언하는 동안 최 씨는 계속 눈물을 훔쳤다.
결심 공판을 끝으로 최 씨 사건은 선고만을 남겨두게 됐다. 선고 공판은 이날로부터 6주 뒤인 2018년 1월 26일로 정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경우, 결심 공판 후 3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재용 사건에 비해 분량이 3배인 점, 박 전 대통령 재판과 판결문 작성을 병행해야 한다며 양해를 구했다.
검찰이 최 씨에 대해 25년형을 구형함으로써, 향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형량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 씨와 '공범' 관계로 규정한 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중형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구속 연장 이후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후 건강상 이유를 들며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로 검찰 조사를 앞둔 만큼,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추가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예정대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재판은 피고인 없이 진행되는 '궐석재판' 형태로 이뤄지며,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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