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정원은 내놔라, 내파일' 운동이 필요한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정원은 내놔라, 내파일' 운동이 필요한 이유!

[기고] 국민사찰 중단을 넘어 불법사찰 정보의 공개, 폐기를!

"국정원이 적폐다. 국정원을 해체하라!"

지난 겨울 촛불집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구호 중 하나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함성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정권안보에 매달리며 정치개입을 일삼는 국정원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주권자의 결의가 충천했다. 지난 5월 9일 문재인 촛불정권이 출범해서 새까맣게 잊고 지내지만 지난 겨울의 촛불과 탄핵이 없었더라면 12월 대선을 두 달 앞둔 지금이 국정원이 가장 바삐 움직이고 있을 가장 뜨거운 정치의 계절이었을 터다. 그 국정원이 촛불정권의 출범으로 적폐청산국면이 전개되면서 지금 쑥대밭이다.

대국민 불법 사찰과 심리전 수행 실태, 이게 나라냐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정리해도 국정원은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에 대해 삼성 총수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내통했고 당시의 여권인사들까지 심리전 대상으로 삼았다. DJ노벨상 취소 요구 운동을 독려하고 DJ부관참시 퍼포먼스 집회를 지원했다.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에 돈을 대줘 숱한 관제집회시위를 조직했으며 전교조 조합원으로 위장해 전교조 탈퇴 성명을 내는 등 조직 내부를 이간질했다.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하더라도 공식적 사실로 확인될 때의 충격은 어쩔 수 없다. 이게 나라였냐는 탄식이 다시 절로 나온다.

지금까지 총풍, 세풍, 간첩조작, X파일, 댓글사건 등 온갖 대형 스캔들을 다 거치면서도 국정원이 지금처럼 사면초가에 둘러싸였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지금까지는 아무리 큰 사안이 발생해도 국정원의 조직과 권한을 털끝만큼도 건드리지 못했다. 한마디로 시절이 아무리 요란해도 일단 소나기만 그치면 국정원은 건재를 자랑했다. 책임추궁이란 것이 고작 한두 명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꼬리 자르는 선에서 싱겁게 끝났기 때문이다. 누가 뭐래도 그때그때의 대통령이 비밀정보기관을 애지중지하고 여당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덕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정원 적폐 청산과 근본 개혁 의지, 이번엔 다르다

촛불혁명 덕분에 10개월 먼저 정권교체를 이루고 들어선 문재인 촛불정부는 당연히 국정원 적폐 청산과 근본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참여정부 시절 그 일을 못해낸 회한이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독대도 거부하며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금지했으나 국정원의 근본개혁을 시도조차 안했다. 결과적으로 국정원은 정권이 바뀌기 무섭게 과거의 정치 개입 근성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만큼은 불퇴전의 개혁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정원의 정치사찰 재개와 NLL정상회담록 공개, 2012년 대선개입 등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지금의 여당도 국정원 개혁에 적극적이다. 반면 국정원의 든든한 뒷배가 돼준 과거의 여당, 한국당은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비호 아래 지난 9년 동안 불법권력을 휘두르며 국내정치와 사회 현안에 개입해 온 국정원은 양파 껍질 까듯 과거사가 드러날 때마다 직원들이 고개 들고 다니기 어려운 상태다. 국정원은 현재 유구무언에 고립무원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조직은 아니다. 바짝 엎드려 조직안보와 자리보전을 위해 동물적인 생존본능으로 몸부림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국정원 자체개혁을 진두지휘 중인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국정원 내부인사다. 대북관계 전문가로 평판이 높다. 그는 임명장을 받아든 즉시, 그동안 기관출입과 일반정보를 담당해 온 국내정보담당관제(IO)를 없애고 담당국 2개를 폐지했다. 그리고는 지난 6월 외부개혁인사를 중심으로 국정원개혁발전위를 발족시켰다.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개혁위 활동은 적폐청산과 법제개혁을 두 축으로 진행된다. 국정원장은 국정원직원들로 적폐청산TF와 법제개선TF를 구성해서 개혁위를 지원한다.

국정원 직원에 의존하는 불법 사찰 조사의 한계

국정원 스캔들 조사는 국정원개혁위가 조사결정을 권고하면 적폐청산TF가 조사해서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혁위는 매주1회씩 만나는 강행군을 계속하며 의혹사건 조사와 법제개혁안 마련을 이끈다. 지금까지 조사대상 의혹사건은 진보교육감 불법사찰 및 심리전수행 의혹을 포함해서 16건이다. 국정원개혁위에는 개혁성향 위원들이 포진해있으나 국정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정원 문서와 자료를 직접 보거나 국정원 요원과 시설을 직접 조사하지 못한다. 국정원TF 직원들이 조사해서 요약, 정리해 보고하는 내용만 본다. 위원들 모두 보안심사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단다.

출범한지 3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뒷북을 치는 감이 있지만 개혁위의 위상 및 역할이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감을 지울 수 없다. 국정원의 불법사찰/인권침해/정치개입 의혹사건 조사를 국정원직원 TF에 맡기는 현행방식은 너무나 한계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는 모처럼 진행되는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모두 미흡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훈 국정원장은 내부 출신이다. '만수산 칡넝쿨'처럼 얽히고 설킨 상하관계와 동료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의 국정원 고참 간부들은 더하다. 자칫 잘못 다루면 본인과 동료, 부하에게 책임추궁이 들이닥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적폐청산 차원의 조사는 언제나 독립 제3자가 해야 맞다. 국정원장은 엄격한 보안심사 통과를 전제로 국정원개혁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개혁위원이 국정원의 모든 파일과 요원, 시설과 장비에 제한 없이 접근, 조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더욱이 국정원개혁위가 파헤치려는 의혹사안들은 대부분 방첩, 대북, 대테러 등 국가안보관련 사안이 아니라 정권안보 차원의 정치개입사안이나 조직안보 차원의 불법비리사안이다. 여기에 국가안보에 관한 비밀사항이 있을 수 없고 개혁위원들이 접근 못할 내용이 있을 수 없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지금 재조사가 필요한 사안들은 국가안보 관련성이 없어서 국정원의 정보 수집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집, 작성된 정권 비판 세력 사찰 등 국민사찰정보들이다. 범죄행위의 산물로 불법 취득한 장물과 다를 바 없는 불법사찰 정보파일은 애당초 국정원이 보유할 아무런 권원과 권한이 없다. 불법사찰 정보파일은 국정원이 본래 국민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훔쳐온 것이기 때문에 사찰피해자인 국민에게 되돌려주고 국정원기록에서 영구 삭제, 폐기하여야 한다. 나아가서 피해국민에게 적절한 국가배상을 약속해야 맞다.

'내놔라 내파일', 불법 사찰 중단을 넘어 사찰 기록 폐기를!

서훈 국정원은 이미 국가안보목적과 무관한 국민사찰 중단을 선언하고 담당국을 폐지했다. 그러나 불법사찰의 중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보유한 불법 사찰 기록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놔둘 것인가, 아니면 삭제, 폐기할 것인가? 불법사찰피해자에게 국가배상을 권고하겠는가, 아니면 그냥 모른 척 넘어갈 것인가? 광범위한 불법사찰을 허용한 국내보안정보 수집기준을 어떻게 고칠 것이며 전면적 불법사찰을 알고도 눈감아준 내부감찰조직과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국정원개혁위는 이런 간단치 않은 문제들에 대해 설득력 있고 전문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해 권고해야 한다.

특히 민감정보가 문제다. 사상과 신념, 정치적 견해, 정당과 노조활동, 건강과 성생활 정보, 기타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 말이다. 국가권력은 끊임없이 비판세력에 대한 개인정보, 특히 민감정보를 원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은 국가기관의 민감정보 수집과 처리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래서 법이다. 법은 권력의 성정을 억제하고 권력은 법의 원칙을 거스른다. 예외를 인정할만한 강력한 근거가 있지 않는 이상 국정원도 민감정보 수집을 최대한 자제해야 마땅하다.

국정원 불법사찰의 전모를 밝히고 실질적인 국정원 개혁을 완수하는 일은 정부의지나 개혁위만으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시민사회의 명망가, 활동가, 적극시민은 국정원을 상대로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돌입하며 오는24일 1차 정보공개청구인단 기자회견으로 첫발을 뗀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파일 폐기와 국민사찰 근절을 1차 목표로 삼는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은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해서 국정원이 정권안보목적으로 수집, 작성한 불법사찰 정보파일의 공개와 영구 삭제, 폐기를 요구한다. 나아가서 위법 행위의 단죄와 국가배상은 물론 국민사찰 금지의 개헌 반영을 요구한다.

국정원개혁위, 무엇을 할 것인가?

문재인 정권의 국정원과 국정원개혁위는 시민사회의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까? 불법사찰의 복마전, 국정원은 지금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다. 세월호 구조실패로 해경을 해체시킨 직전정권과 동일기준을 적용하면 국정원은 열 번 해체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만약 국정원이 진정한 자정의지를 갖고 있다면 국정원은 '내놔라 시민행동'의 불법사찰파일 공개요구에 대해 자발적으로 최대한 공개해야 맞다. 나아가서 국정원은 '내놔라 시민행동'의 불법사찰기록 집단공개청구를 계기로 개인과 단체에 대한 민감정보로 가득한 불법사찰파일을 법과 인권의 원칙에 따라 과감하게 삭제, 폐기해야 한다. 물론 국정원개혁위가 합당한 원칙과 기준을 국정원에 권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아가서 국정원개혁위는 국가안보에 필요한 비밀분류/해제시스템에 대해서도 현행원칙과 기준,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정보기관이 비밀분류를 하면 너무 많은 비밀이 양산된다. 독립 제3자가 비밀분류기준과 기준적용실태를 사후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정보기관은 사후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라도 의심스러우면 무조건 비밀의 편을 들게 마련이다. 국정원개혁위는 이런 인식에 기초해서 먼저 국정원이 비밀로 분류한 정보를 유형별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과연 법의 목적과 취지, 기준에 맞게 비밀분류가 되었는지, 아니면 무분별하게 비밀분류가 되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비밀남용을 막을 적절한 제도 개선책을 권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정원개혁위는 획기적인 국정원구조개혁안을 국정원법개정안의 형태로 내놓아야 한다. 몇 가지 '정치적 올바름'으로 인정받는 개혁안이 나와 있지만 국내외의 경험에 비춰볼 때 최선의 방안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반면 선진각국들에는 정보기관통제를 위한 다양한 입법실험과 운용실태가 쌓여있다. 국정원개혁위는 선진각국의 혁신적인 통제방안들을 깊이 있게 검토해서 법제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세계적으로 저명한 정보기관개혁 전문가들이나 정보기관 개혁지원경험이 많은 유럽전문기구(DCAF)의 전문적 자문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반대논리를 뛰어넘을 탄탄한 논리적, 경험적, 규범적 논거를 확보하며 대한민국 국정원개혁을 세계의 모범사례로 만들 수 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국민사찰 종식!

이상에서 국정원개혁위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사항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촛불혁명의 적폐청산명령 1호, 국정원의 국민사찰 및 정치개입 근절명령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의 의심스러운 자정의지와 개혁위의 미흡한 권한에만 기댈 수 없다.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처럼 국정원을 압박하고 개혁위를 견인할 강력한 시민운동이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내놔라 시민행동'과 국정원개혁위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상대방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만이 국민사찰 근절과 국정원 개혁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이뤄낼 수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머지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사찰시대의 종식을 공식 선언하고 획기적인 국정원 근본 개혁안을 국민과 역사 앞에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